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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시시 납량특집 죽은이와 하룻밤

  • 2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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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이와의 하룻밤


"야, 이 자식아! 너 지금 제정신이야!"
흥분한 윤호의 윽박지르는 듯한 말에 경식은 씁슬한 미소를 지었다."
"그 돈은 나한테 정말 필요한 돈이야. 내가 뭘해서 그런 돈을 만져 보냐."
경식의 변명에 윤호는 더욱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자식, 완전히 맛이 갔군. 너 정말 그 일을 하겠다고 맘 먹었구나?"
"그럼 내가 지금 농담하는 걸로 보이냐?"
태연한 경식의 말에 윤호는 할말을 잃은듯 경식을 노려보다가 말했다.
"그래. 니 맘대로 해라, 이 자식아!"
윤호는 내뱉듯이 말하고는 경식을 휙 스쳐 지나가 버렸다.
윤호와 경식이는 어릴적부터 같이 자란 죽마고우였다.
두 가난한 시골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그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따르긴 했지만 둘은 서로 격려해 가며
지금 다니는 의대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들은 학비를 벌기 위해 병원에서 시체를 닦는 일을 했고, 그 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꽤 짭짤했다.
처음엔 그들도 시체 닦는 일을 꺼림작하게 여겼지만, 날이 갈수록 대담해져 갔고 이제는 시체를 옆에 두고
서로 장난도 치며 웃고 떠들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들은 어느 돈 많은 중년 부부에게서 뜻밖의 제의를 받게 되었다.
그들은 거액의 사례금을 제시하며 이틀전 교통사고로 숨진 자신의 딸의 옆에서 하룻밤을 보내 달라는 제의를 했던 것이다.
윤호는 펄쩍펄쩍 뛰며 화를 내고 욕을 해댔지만, 경식은 뜻밖에도 자신이 하겠다고 나섰고 그로 인해 윤호가 경식에게
화를 냈던 것이다.
물론 경식은 돈 때문에 그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지만,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는 중년 부부를 보며 경식은
자신이 잘 결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네, 젊은이 흑흑.. 이제 그 불쌍한 것도 한 많은 귀신으로 구천을 떠도는 일은 없겠구먼.. 고맙네.. 고마워.."
손수건으로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내며 중년 부인이 그에게 말했고, 경식은 다시한번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예쁘게 단장시켜 놓은 여자의 시체 옆에 앉아있는 경식은 자꾸만 자신의 결정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흘끔 시체의 얼굴을 쳐다본 경식은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뽀얗게 화장한 피부와 빨간 립스틱으로 그려놓은 입술, 그리고 눈위는 보라색 아이새도우로 칠해져 있는 그녀의 얼굴은
다른 여자에 비해 예쁜 편이었으나 교통사고 당시 목이 부딪쳤는지 고개가 옆으로 꺾여 있었다.
`에이... 더 끔찍한 시체도 많이 봤잖아.. 이 정도 가지고 떨긴...`
경식은 시체에서 눈을 돌려 지갑을 꺼내 사진을 꺼냈다.
그의 애인인 은영이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그래 조금만 참자..은영일 위해서라도..`
사실 그가 돈이 필요했던 것도 은영이 때문이었다.
그들은 원래 졸업후 결혼하려고 했으나 은영의 임신으로 인해 결혼을 앞당겨 2달 후인 9월말에 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 이 돈이면.. 충분히...`
견식은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시체 쪽으로 눈을 돌렸다.
왠지 시체가 그를 쳐다보고 있다가 갑자기 눈을 감은 것처럼 보였다.
`그럴리가 없지..`
견식은 식은땀이 솟긴 했지만 곧 그런 느낌을 묵살해 버리고 시체에서 등을 돌려앉아 은영의 사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순간 그의 등뒤에 있던 시체는 눈을 번쩍 떠서 등을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밤이 깊었고 경식은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고, 희미한 노크 소리에 정신이 들어 눈을 떴다.
벌써 환하게 밝아있음을 느끼고 경식은 무식중에 몸을 일으키다가 흠칫놀랐다.
자신이 시체의 옆에 누워 있었고, 시체의 팔이 자신의 몸을 감고있었던 것이다...!
경식은 얼른 팔을 떨쳐 버리고 일어나 중년부부의 인사에도 대충 말을 건네고는 부리나케 밖으로 나갔다.
`내가 아마 잠결에 은영이로 착각하고 시체의 팔을 내몸에 감았을거야...`
그리고.. 두달 후 경식은 은영과 결혼을 했고 곧이어 악몽같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아악-----!"
갑작스런 은영의 비명에 경식은 잠에서 깨어나 벌떡 일어나서 은영의 비명소리가 들린 거실로 달려나갔다.
은영이 거실에 누워서 괴로운 듯 목에서 무언가를 뜯어내고 있었다.
"놔..놔..! 이러지마..마..!"
경식은 은영에게로 달려가 은영을 일으켜 안았다.
"왜 그래, 은영아? 정신차려...!"
은영은 거실의 텅빈 공간을 노려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겨..경식씨.. 저..저기... 저 여자가.."
은영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경식이 쳐다보았지만 거기엔 어둠만 있을뿐...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가 있다고 그래, 은영아.. 니가 잘못본거야.."
"아..아니야..지금도.. 서 있잖아.. 모..목이 옆으로.. 꺽어진 저..여..여자가. 안보여...?"
은영이의 말에 경식은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끼며 은영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멍하게 쳐다 보았다.
경식은 충격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은영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눕혔다.
"그..그 여자.. 누구야..경식씨..."
은영의 떨리는 목소리에 경식은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다독거려주며 말했다.
"내 생각엔.. 네가 잘못 본게 아닌가 싶어.."
" 아니야.. 그 여잔 내게 말까지 했어.. 경식씨를 떠나라고.."
"은영아.. 일단 자는게 좋겠다.. 그게 아기한테도 좋고.."
경식은 은영에게 물을 먹이고는 다시 눕혀 재웠다.
잠이 드는 은영의 얼굴을 경식은 착찹한 심경으로 지켜보았고 그런 모습을 화장대 거울 속에서 여자가 노려보고 있었다.
어느덧 잠이 든 경식은 은영의 괴로워하는 신음소리에 놀라 잠이 깨어났다가 깜짝 놀랐다.
헝클어진 단말머리.. 옆으로 꺽어진 목.. 곱게 화장한 얼굴의 그 여자가...은영의 배위에서 마구마구 뛰고 있었다.
"죽어라..죽어라..죽어..죽어라.."
그 여자는 붉게 칠해진 입술로 그렇게 쉴새없이 중얼거리며 은영을 증오의 눈길로 내려다 보며 은영의 배위에서 뛰고 있었다.
"누..누구야...!"
경식은 엉겹결에 베개를 집어들어 그 여자에게 집어던졌지만 베개는 그 여자를 통과해 옆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 여잔 꺽어진 목을 틀어 경식을 쳐다보더니 기괴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넌.. 내꺼야.. 아무도 널.. 가질순 없어.."
경식은 소리를 지르며 침대머리맡의 물컵을 집어들어 그 여자에게 던졌지만 그순간 그 여자는 자지러 질듯한 웃음소리를 내며
사라져 버렸다.
경식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시한번 쥐어뜯었다.
" 내가 말렸잖아, 이 바보같은 자식아."
술잔을 기울이며 윤호가 화를 내며 말했고 경식은 대꾸할 힘도 없어 그냥 술잔만 쳐다보며 머리를 손으로 괴고 있었다.
"아무것도 .. 아무것도 소용없어.. 그 여자의 어머니까지 찾아가 봤지만.. 그여잔 계속 내 주위를 맴돌아.."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는 경식의 얘기에 윤호는 묵묵히 술잔만 기울였다.
"이제는 밤에 잠에서 깨어나서 그 여자가 내 옆에 누워있는게 익게 느껴질 정도야 이젠 어쩌지, 윤호야...?"
경식은 거의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자초지경의 얘기를 들은 은영은 처음엔 화를 냈다가 다음엔 믿지 않았다.
귀신이 어딨냐며..하지만.. 그 다음날 밤 잠에서 깨어난 은영은 경식고 자신의 사이에 누워있는 그 여자를 발견했고.
그 다음날로 바로 짐을 싸서 친정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경식은 그날밤부터.. 서늘한 감촉에 놀라 눈을 뜨면 항상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그 여자를 발견하곤 했다.
"오늘.. 나도 같이 가자.. 너희집에."
뭔가를 결심한 듯 윤호가 말했고 경식은 그런 윤호의 모습을 쳐다보며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위험하다구.."
하지만 윤호는 막무가내로 경식을 끌고 경식은 집으로 향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선 둘은 할말을 잃고 집안을 둘러보았다.
빨간피로 `넌 내꺼야`라는 글자가 사방에 쓰여져 있었다.
윤호는 잠시 머뭇거리다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섰고 그 순간 집안의 전등이 일제히 꺼져버렸다.
방문을 연 윤호는 깜짝놀라 그 자리에 멈칫 서 버렸다.
경식의 표현대로.. 옆으로 목이 꺽인 여자가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입술을 빨갛게 칠하며 기묘한 미소를 짓는 그 여자를 보는 순간 경식은 소름이 좌악 돋았다.
"너.. 넌.. 사람이..아니야.. 빨리.. 네가 있어야..할곳으로.. 꺼져버려..."
윤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그 여자가 높고 찢어지는 목소리로 웃어댔다.
"그럼.. 내가.. 어디로 가야..하지...?"
그 여자가 입을 열어 묘한 목소리로 묻자 윤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버럭질렀다.
"그건 내가 알바가 아니야...! 어서 꺼져버려..!"
그러자 그 여자는 화장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마치 미끄러지 듯이 경식에게 다가와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만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여자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고 윤호와 경식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 듯이 주저앉았다.
경식은 분만실로 들어간 은영의 출산 소식을 기다리느라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윤호와의 그 일 이후로 그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들은 평온하게 여섯달을 보냈다.
은영의 비명소리에 경식은 더욱 복도를 서성거리며 불안에 떨었다.
"가만히 좀있게.. 애 낳는게 은영이만 하는 일도아닌데!"
그의 장모가 그에게 핀잔을 주자 그는 쑥쓰러운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고 그 순간 은영의 비명소리와 함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려와 경식은 앉으려던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워 분만실로 다가갔다.
문이 열리며 간호원이 나왔고 경식은 그 간호원에게 뛰어가 물었다.
"태어난 겁니까? 산모는요? 아이는...?"
웬지모르게 어두운 간호원의 표정에경식은 불안한 마음으로 분만실 안을 들여다 보았다.
"따님입니다.. 그런데..."
"그런데..라뇨? 뭐가 잘못된 겁니까?"
"목에..이상이.. 좀......."
경식은 간호원을 제치고 분만실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놀람과 충격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버렸다.
의사가 안고 있는 아기는 놀랍게도 목이 옆으로 꺽여 있었고...그 아기는 그를 쳐다보며..
섬짓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하룻밤을 보냈던 그 죽은 여자에게 사로잡혀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그 아기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루넷 게시판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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