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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의 고통을 아십니까?

  • 24년 전

  • 1,408
0
닥터Q라는 제 닉네임때문에.. 대화방에 가면 의사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만화에서 따왔습니다. ( http://cycho.org/doctorq/ )
어떤 정신과 의사가 쓴 흥미로운 의학기사가 있어서 글을 씁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거치는 몇 가지 단계적 적응 과정인데요. 저의 경우와 비교해 보니.. 탈모 역시.. 만만치 않군요. 아래의 인용문은 그 기사입니다.
" 일반적으로 노화이든 치명적인 질병이든 죽음을 앞둔 환자는 몇 가지 단계적 적응 과정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1단계로 충격과 부정을 보입니다.
죽음이 통보되었을때 환자는 충격을 받고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어떤 환자는 이 단계에서 마지막까지 머무르기도 합니다.
2단계로 분노의 과정인데, '왜 내가 ?" 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신과 가족,병원,친구에 대해서 저주와 화를 냅니다.
3단계는 타협의 과정으로 ,어떻게 하면 죽지 않을 수 있을까 하고 신이나 가족 의사와 타협하게 됩니다.
4단계는 우울의 과정인데, 환자는 결국 절망하고 우울에 빠집니다.이때 자살도 고려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환자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여기까지고요. 위의 글에서 죽음대신 탈모, 병.. 이런 단어를 넣어서 생각해 보면 될것같습니다.
충격과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피할수없는 병을 받아들임(적응)
이런 과정으로 요약할수있겠네요. 저의 경우와 비슷하군요.
제가 처음 탈모란걸 알았을때 숨이 턱 막히는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몇일을 머리만 처다보면서 설마.. 하면서 믿지 않으려 하지 않았습니다.(1단계 '충격과 부정')
몇일 동안 절망적인 상태에 빠져있다가.. 어느날 부터 갑자기.. 밤을세며 인터넷에서 탈모의 원인, 작용기전과 치료법, 환자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었었습니다. 유전이고 치료법이 없다는걸 알았고요. 이렇게 나에게 병을 물려준 부모님을 원망했습니다. 처음 내머리를 보여줘야만 했던 의사, 초라한 내자신, 엉망인 생활을 하는 나를 이해 못하는 주위의사람들에게 화를 내었습니다. 심지어는 머리숱이 많은 친구들까지.(2단계 '분노')
하지만 가만히 앉아있을수만은 없었습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부작용있으며, 치료제라고 할수도 없는.. 프로스카, 미녹시딜이지만.. 인정해야 했습니다. 탈모를 받아들이고 약을 사용하기 시작했죠.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려고 발버둥쳤었습니다. 병을 치료해주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겠다.. 이런 기도도 해보았던것 같네요^^(3단계 '타협')
그다음이 '우울'의 과정이죠. 프로스카 복용후 탈모가 더이상 심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희망도 갖게되고.. 1년반정도.. 맘이 편해지는가.. 싶었지만... 더이상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프로스카를 오래 복용하다보니.. 탈모가 멈춘게 아니라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것도 알게되었고요. 대학시절 출석이 모자라서 F를 받기도 했고요.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렸고요. 수많은 인연과 희망을 잃어버릴수밖에 없는 시련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차례 자살시도를 했었지만 실패였습니다. 지독한 우울증에 빠졌죠.(4단계 '우울')
마지막 5단계가 '적응'의 단계이지요?
저는 어쩌면 이단계를 막 시작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별 희망없이 프로스카만을 복용하고 있고요. 몇번의 자살시도가 실패하자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모발이식수술을 받았습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 제머리를 이야기하면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대머리란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아니면 여전히 부정하고 있는지 정확힌 모르겠네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탈모인 자신의 외모를 농담으로 주고 받기도 하면서 사회를 살아가고 계신 많은 분들이 진정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수있을까요?(5단계 '적응') 당신은 지금 어떤 단계에 계신가요?
이러한 일련의 적응과정을 보면... 탈모환자 역시 암과같은 큰병을 앓고 있는 사람 못지않게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는걸 알수있습니다.
탈모를 농담꺼리 정도로 여기시는 분들이 이런 고통을 알아주셨으면 하고요. 탈모의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진짜 의사분들이... 이 사회에 많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들은 당신의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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