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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휴~~그녀가 행복하길 빕니다.

  • 24년 전

  • 1,590
0
봄날은 간다 라는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네요
님이 워낙 글을 감동적으로 쓰신 덕분이겠지만..
심심한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근데 한 편으론 그 여자분, 참 여우 같단 생각이 드네요..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러하듯이.. 뭐 누굴 탓하는 건 아니구요
현실이 그런 것 같습니다..)
젊은것이벌써... wrote:
> 어제 서울 정모 잘 하셨나요? 꼭 참석하고 싶었는데 금요일 밤에 거시기한 일이 있어서 못갔네요.
> 대학동기나 후배들한텐 할수 없는 얘기고, 고등학교 친구들한테 하기도 그렇고...
> 이틀동안 한숨만 쉬다가 염치 없이 여기 와서 또 지껄이네요.
>
> L양 얘깁니다. 무슨 비디오 주인공은 아니고요..99년에 3학년 복학 했을때 같이 다닌 97학번 후배예요.
> 금요일 밤에 전화가 왔는데 12월에 결혼한다는군요. 이런저런 얘기하다 보니까 맘이 아파서요.
>
> 첫 수업이 있던 날..그동안 못봤던 동기들이 다 나왔더군요. 간만에 인사도 하고 어떤 후배들이 있나 주위도 두리번 거리고..복학생들은 설레는 그 분위기, 기분 아실거예요.
> 한참 떠들고 있는데 뒷문이 열리고 L양이 들어오더군요. 헉..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머리가 완죤 '요술공주 밍키'더군요. 모양도, 색깔도..지 동기들이랑도 아는체 마는체 하곤 자리에 앉더군요. 쟤랑 친하게 지내기에는 어려움이 있겠다고 생각했죠. 마주치면 인사나 하고, 가끔 식당에서 만나면 밥 한그릇 사주고..뭐 그런 정도로 지냈습니다.
> 근데 L양 친구 진짜 없더군요. 때때로 같이 다니는 여자 동기들이 몇 있긴 했지만 말 그대로 동기라는 의무(?)에 충실한거 같더군요. 그런 모습이 안쓰러워서 가끔 신경을 써줬죠.
>
> 한달 정도가 지난 어느날 이었습니다. 지각과 결석과 도중에 째는걸 낙으로 학교를 다니던 L양..늘 그렇듯이 그날도 지각을 했습니다.
> 뒷문이 쿵 하고 닫히는 순간 교수님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머리를 김남주처럼 자른 것까진 좋았는데..일곱색깔 무지개더군요. 빨강,노랑,초록,파랑,분홍,은색 등등...
> 일반 미용실에서는 시술이 불가능하리라 여겨지는 너무나 현란한 브릿지였습니다. 어디 '예술의 집'이라도 갔다온거 같았습니다.
> 난해함 속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비가 오더군요. 오전엔 맑았는데..일기예보 보고 우산을 챙겼죠. L양이 부르더군요. 같이 쓰자고. L양은 학교 근처에서 언니랑 자취를 했습니다.
> 머리 어떠냐고 묻더군요. 지는 맘에 든다고.(-..-;) 이쁘다고 얼버무리고 있는데 오빠는 무슨색 머리를 좋아하녜요. "당근 검정색이지"
> 근데 감기가 들었는지 기침을 계속 하더군요. 생각해보니까 수업 시간에 누가 뒤에서 죽어라 콜록 거렸는데..L양이었나 봅니다.
> 약 먹었냐니까 챙겨주는 사람 없어서 안먹었다더군요. 약국이 보이길래 하루치 감기약을 사줬죠. 근데 집에 안가고 영화보러 가겠다고 하더군요. 오늘 영화 보기로 맘 먹었다고..
> L양의 고집은 '동급최강'입니다. 저의 능력으론 그 고집을 꺾을수 없다는걸 알았기에..그렇다고 아픈 애를 비 맞게 할수도 없고..우산을 건네 주고는 역으로 냅따 뛰었습니다.
> 버스에서 사람들이 L양의 몰골에 놀랄 모습을 상상하며...
>
> 다음날..물론 L양은 결석..해피하지 못하게 제가 걸려서 앞에 나가 레포트를 발표하게 됐습니다. 좀만 버텼으면 수업 끝인데. 모자에 눌려 속이 다 보이는 휑한 머리로..민망해서 목구멍이 타 들어가는 고통 속에..수업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 근데 L양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하고선..오빠가 검은머리 좋아한다길래 바꿨다고..염색하느라 결석했다고..그러니까 술한잔 사라고.
> 머리를 핀 꼽아서 예쁘게 올리고, 힙합청바지에 흰색 리플레이 잠바를 입었는데 장난 아니게 이쁘더군요. 그렇게 깜찍한지 그날 첨 알았습니다. 제 동기들도 L양의 '깜찍 of the 깜찍'에 뻑 가더군요.
> 잠깐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 있으라고 했죠. 제가 술집에 갔더니 벌써 기본안주에 소주 한병을 다 마셨더군요. L양은 골초에 술고래랍니다. 물론 밤 늦은 귀가는 기본..
> 어제 제가 준 우산 자기 달라더군요. 녹이 쓴 5,000원짜린데. 인심 한번 썼죠. L양은 되게 부자거든요. 우산도 몇만원씩 하는 훌륭한걸 쓰고 다니더라고요. 근데 그날 이후론 제가 준 낡은 우산을 좋다고 쓰더군요.
> 술이 거나하게 취했을때쯤(물론 저만)..L양이 그러더군요. 95선배가 내일 "영화보러 가자"고 했다고. 성질 더러워도 예뻤기 땜에 인기가 솔솔 했었거든요.
> 가도 되냐고..가라고 했죠.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이러더군요. "아줌마, 소주 2병이요" 헉..
> 철옹성이라 여겨지던 L양도 소주 5병 먹으니 취하더군요. 자고 싶데요. 남의 집 대문 앞에서 제 무릎에 기대서 꼭 붙어 자더군요. 제 손을 꼭 쥐고..한시간쯤 후에 간신히 깨워서 집까지 데려다 주고 전 집에 택시 타고 왔습니다. 들어오자마자 거실에 오바이트 하고 그거 밟고 자빠지고..온몸에 범벅..ㅡㅡ; 다음날 전화해 봤더니 영화 보러 안갔데요.
> 지금 생각해보면 가지 말라고..잡아 달라고 그랬던거 같네요. 제가 그런데 엄청 둔해서요.
>
> 암튼 그날 이후로 L양이 4학년 1학기 마치고 자퇴할 때까지 친하게 지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니고요 친동생처럼 아껴주고 잘해줬습니다. 저는 L양 같은 자유분방한 사람에겐 좋아한다는 감정이 안생기더군요. L양도 제일 싫어하는 타입이 자기 사생활 간섭하는 사람이래요.
> 근데 전 "담배 끊어라","술 좀만 먹어라","일찍 다녀라"를 입에 달고 다녔거든요.
> 그럴때면 L양 曰.."너, 자꾸 그딴 말 하면 확 따 먹는다"ㅡ..ㅡ;
> L양이 자주 그러더군요. 오빠는 헤어스타일이 넘 맘에 든다고..'이게 죽으려고'..ㅡㅡ^
> L양은 날라리(?)긴 해도 머리 없는거 신경 안쓰는..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남의 시선 절대 의식 안하는 그런 애였습니다. "뭐 하지말라는 말만 안하면 내가 오빠 귀여워 해줄텐데" 그러면서 꺄르르 웃곤했죠.
> 당연히 농담이라고..L양도 저 같은 놈 맘에 안담아 놨을거라고 생각을 했죠. 저의 오산이었지만..
>
> 4학년 여름방학때 였습니다. 전화가 오더군요. 오늘 꼭 만나자고..만났죠. 며칠 있다가 이사를 한더더군요. 전세기간이 다 되서 옮기는줄 알았습니다. "짐 싸는거 도와줄까?"했더니 괜찮다더군요.
> 그날따라 웬일인지 맥주 몇잔 마시고는 그만 먹겠다더군요. L양이 이사한다던 날 저녁때 전화를 했더니 결번이라고 하더군요. 핸드폰 바꾸려나보다 하고 연락오길 기다렸지만..
> 제일 친한 제가 모르는 일을 다른 사람들이 알리도 없고..
>
> 며칠 있다가 편지가 왔습니다. 발신인 주소도 없이..L양이더군요. 저랑 만난 다음날 부모님 계신 시골로 이사를 갔대요. 저한테 거짓말 한거죠. 말도 안하고 와서 미안하다고..잘 지내라고.
> 그 후로 한달에 한번 정도 편지가 왔습니다. 말 그대로 안부편지요.주소가 없어서 답장 한번 못했어요. 근데 올 6월부터 연락이 없더군요. 서운한 맘이 들었지만 잘지내고 있을거라 생각했죠.
> 그러다 금요일날 전화가 온겁니다. 결혼한다고...
> 부모님끼리 친한 집인데 선 보고 결혼하기로 했다고..1년정도 만났는데 남편될 사람이 잘해준데요.
> 축하한다면서..그동안 왜 연락도 안하고, 연락처도 안가르쳐 줬냐고 뭐라고 했죠.
>
> 가겠다고..장소랑 시간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싫다내요.
> 오빠 보면 울거 같다고..자기 웃으면서 식 올릴거라고..지금까지 오빠가 자기한테 제일 잘해줬다고..글구 제일 사랑한 사람이라고..오빠랑 학교 더 다녔으면 사랑한다고 했을거고, 그런 얘기하면 오빠 성격에 싫었어도 그러자고 했을거라고..그럴수 없어서..자기땜에 괴로워하는거 보기 싫어서..미안해서..멀리 도망쳤다고...
> L양한테 넘 미안해서..불쌍해서..눈물이 나서..아무 말도 못하고 듣고만 있었어요.
> 자기 이제는 담배도 끊고, 술도 소주 한병만 마시고, 12시 전까진 들어간다고..칭찬해 달라고..
> 오빠가 하지 말라고 했던거라 시골 와서 맘 단단히 먹고 간신히 고쳤다고..그동안 고마웠다고..
> ..............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 멋진 모습으로..지금의 모습으로 오빠한테 올라가서 자기 사랑해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남 좋은 일 시켰다고.."아깝지?"그러면서, 결혼식 전날 행복하라고 전화나 해달라고 하더군요.
> 오빠같이 대머리 될 사람 만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렇게 안되서 다행이라고..
> 겉으론 웃는척 하지만 억지로 눈물을 참는게 보이더군요. 울먹일듯 하면서도 끝까지 이를 악물고 참더군요.
> 결혼식날 까지는 오빠 다 지울거라고. 그래야 남편한테 안미안하다고..나중에 남편이랑 같이 술이나 한잔 하자고. 부주는 그때 술값으로 대신 하라고..
>
> 밤새 울었습니다. 나 같이 한심한 놈 뭐 좋다고 학교도 때려치고, 아직도 못잊는지...
> 차라리 좀만 일찍 이런 모습 보여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쉬움이 남아서 라기보단...
> 내가 조금만 속이 깊었다면..그녀 마음을 읽을수 있었다면..그녀 마음 지금만큼 아프지 않게, 학교라도 다 마칠수 있게 해줄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에요.
> 큰 죄를 또 하나 지었네요. 지옥 가겠죠...
> 이것도 다 인연이겠죠. 옛날에 "스트리트 파이터"할때는 타이밍 잘맞춰서 '오~~류겐!!"으로 평정하곤 했는데..여자문제는 타이밍이 영 아니네요.
>
> 성질 더럽고, 고집 짱이고, 술고래 였던..하지만 마음만은 세상 누구보다도 예뻤던..누구보다 저를 잘 이해해주던 그녀...사랑하는 남편 만나서 행복하게 잘살겠죠...
> 울 대다모 회원님들 기도좀 해주세요. 행복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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