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슬프고 아름다운 얘기입니다.
돌아가신 이분은 천국에서 더많은 사람들에게
더 선한 일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한 3년전부터 후원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그친구를 만나서 뭔가 어떤말을 해야 되겠습니다.
직장 가진사람들은 1%를 후원하세요.
그것이 세상을 좀더 윤택하게 합니다.
근두운 wrote:
> 얼마전 어린이를 구하다가
> 대신 숨진 한 포항공대생에 관한 이야기로
> 이글은 그의 동생이 쓴 글입니다.
>
> 우리 형
>
> 월말의 은행창구는 참 붐빈다.
> 오늘은 선명회 후원아동에게
> 후원금을 부치는 날이다.
> 그동안은 자동이체로 후원금을 냈었는데
> 지난달에 자동이체에서 지로로 바꿨다.
> 대기표를 받고서 북적대는 사람들을
> 물끄러미 바라보며
> 조금은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물론, 자동이체가 편하긴 하지만......
> 형도 나처럼 이렇게 지루해 했을까?
> 아마 아닐 것같다.
> 오늘에서야 나는
> 왜 형이 그 손쉬운 이체로 하지 않고
> 그렇게 고집스럽게 한달마다
> 꼬박꼬박 지로용지를 썼었는 지
> 형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 우리 형은 언청이였다.
> 어려운 말로는 구개열이라고도 하는데
> 입천정이 벌어져서 태어나는
> 선천성 기형의 한종류였다.
> 세상에 태어난 형을
> 처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것은
> 어머니의 따뜻한 젖꼭지가 아니라
> 차갑고 아픈 주사바늘이었다.
> 형은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받아야 했고
> 남들은 그리 쉽게 무는 어머니의 젖꼭지도
> 태어나고 몇날 며칠이나
> 지난 후에야 물 수 있었다.
> 형의 어렸을 때 별명은 방귀신이었다.
> 허구헌날 밖에도 안나오고
> 방에서만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 하기는 밖에 나와봐야
> 동네 아이들의 놀림감이나 되기 일쑤였으니
> 나로서는 차라리 그런 형이
> 그저 집안에만 있어주는 게 고맙기도 했다.
> 나는 그런 형이 챙피했다.
> 어린 마음에도
> 그런 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 형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 두번째 수술을 받았다.
> 비록 어렸을 때였으나
> 수술실로 형을 들여보내고 나서
> 수술실 밖 의자에
> 꼼짝 않고 앉아 기도드리던 어머니의 모습은
>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 형을 위해서
> 그렇게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어머니를 보니
> 은근히 형에 대한 질투심이 들었다.
> 어머님이 그렇게 기도드리던 그 순간만큼은
> 저 안에서 수술받고 있는 사람이
> 형이 아니라 나였으면 하고
> 바랬던 것 같기도 하다.
> 어머니는 솔직히 나보다 형을 더 좋아했다.
> 가끔씩
> 자식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시는
> 어머니의 말씀속에서
> 항상 형은 착하고 순한 아이였고
> 나는 어쩔 수 없는 장난꾸러기였다.
> "그네를 태우면 형은 즐겁게 잘 탔었는데
> 너는 울고 제자리에서 빙빙 돌다가 넘어지고 그랬지..."
> 형은 나보다 한해 먼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 수술 자국을 숨기기 위해
> 아침마다 어머니는
> 하얀 반창고를 형의 입술위에다가
> 붙여 주시고는 했다.
> 나같으면
> 그꼴을 하고서는
> 챙피해서 학교에 못갈텐데
> 형은 아무소리도 않고
> 매일 아침 등교길에 올랐다.
> 형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는 지는 잘 몰랐지만
> 아마 고생께나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 언제부턴가 형에게는
> 말을 더듬는 버릇이 생기고 있었다.
> 나는 그런 형을 걱정해주기는 커녕
> 말할 때마다 버벅거린다고
> ''''버버리'''' 라고 놀리고 그랬다.
> 형이라는 말대신 버버리라고 불렀고
> 내딴에는 그말이 참 재미있는 말로 생각되었다.
> 어머니가 있는 자리에서는
> 무서워서 감히 버버리란 말을 못썼지만
> 형하구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는
> 항상 버버라 버버라 이렇게 부르곤 했다.
> 형은 공부를 잘했다.
> 항상 반에서 일등을 하였다.
> 비록 한학년 차이가 나긴 했지만
> 형의 성적표는 나보다 항상 조금 더 잘 나오곤 했다.
> 어쩌면 그런 형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에서
> 더 그런 말을 쓰고 했었는 지도 모른다.
> 언젠가 형이 어머니에게 무진장 매맞은 적이 있었다.
>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2학년때였다.
> 그때 나는 그당시
> 내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 한참 만화와 오락에 빠져 있었는데
> 항상 용돈이 부족했다.
> 그래서, 매일밤 어머니의 지갑에서
> 몇백원씩을 슬쩍 하고는 했었는데
> 그러다 어느날은 간크게도
> 어머니의 지갑에서
> 오천원이나 훔쳐서
> (그 옛날 오천원은 참 큰돈이었다)
> 텔레비젼 위의 덮개 밑에 숨겨 두었는데
> 그게 그만 다음날 아침에 발각이 되고 말았다.
> 어머니는 당연히 나를 의심했다.
> 어머니는 무서운 분이었다.
> 게다가 그 며칠전부터
> 돈문제로 고민하고
> 계셨던 어머니였던 지라
> 두려운 마음에 나는
> 절대 그런 적이 없었다고
> 철저하게 잡아 땠다.
> 다음에 어머니는 형을 추궁했다.
> 형은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 줄 몰라 했다.
> 찰라의 순간이었지만
> 나는 염치없게도 형의 대답에
> 한가닥 희망을 걸고
> 그 위기를 빠져나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 그런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 형은 어머니에게 잘못했다고 말했다.
> 어머니는 믿었던 형이었기에
> 더욱더 화가 나셨고 나는 죽도록
> 어머니에게 매맞고 있던 형을
>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형이 그렇게 매를 맞는 모습을 보니
> 철없던 내마음에도 형에게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었다.
> 어머니가 방을 나가버리고서
> 방한구석에 엎드려 있던 형에게
> 가까이 다가가 보았더니
> 형은 숨조차 고르게 쉬지 못하고
>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고 있었다.
> 그후 얼마동안은 형에게
> 버버리라는 말도 안하고 고분고분 지냈다.
> 그러던 어느날
> 우리 동네에 젤루 쌈 잘하던 깡패같은 녀석이
> 형을 괴롭히고 있는 것을 보았다.
> 그 녀석은 형하구 나이가 똑같았는데
> 질나쁘기로 소문난 녀석이었다.
> 나는 형에게 빚진 것도 있던 만큼
> 형을 위해서 그 자식과 싸웠다.
> 싸우다가 보니 그 녀석의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 원래 애들싸움은
> 먼저 코피나는 쪽이 지는 것인지라
> 나는 기세등등하게
> 그 녀석을 몰아부치기 시작했는데
> 형이 갑자기 나를 말리는것이었다.
> 나는 한참 싸움이 재미있던 판에
> 형이 끼어들자 화가 버럭났다.
> 하지만, 지은 게 있던지라
> 아무말 않고 물러 서고 말았다.
> 그런데, 웬일인지 그 후로
> 그 깡패녀석과 형이 아주 친해지기 시작했다.
> 형은 사람을 아주 편하게 해주는 구석이 있었다.
> 사실 나는 형의 그런 면이 마음에 안 들었다.
> 그런 면때문에 내가 어머니한테
> 귀여움을 더 못받고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형과 그 깡패녀석의 집에
>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 그 녀석이 장롱 밑에서 담배갑을 꺼내더니
> 형하고 나한테 권하는 것이었다.
> 그때 담배라는 걸 처음 피워 보았다.
> 형과 나는 콜록콜록 대며 피웠는데
> 그걸 본 그 깡패자식이
> 좋아라 웃던 기억이 난다.
> 형은 초등학교 5학년때 세번째 수술을 받았다.
> 그후로는 입술위에
> 반창고 붙이는 짓은 그만두게 되었다.
> 그래도 여전히 말더듬는 버릇은 잘 고쳐지지 않았다.
> 언제부턴가 나는 다시 형에게 버버리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
> 그러다가 TV에서 ''''언청이''''란 말을 처음 듣게 되었다.
> 처음에는 그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는데
> 얼마후에 그말이 바로 우리 형같은 사람을
> 뜻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 나는 그런 희귀한 단어를 알게 된게 참 신기했다.
> 그리고, 며칠 후 형에게 버버리대신 언청이라는 말을 썼다.
> 그 말을 들은 형은
> 마치 오래전부터 그말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 담담한 표정으로 듣고 있더니
> 내 머리에 꿀밤을 먹이면서
> "그말을 이제 알았구나?" 하며 웃어주었다.
> 웬지 그런 형에게
>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 형에게 다시는 언청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 그러고보면 나도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었나보다.
>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다닐 적 어버이날이었다.
> 학교가 파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 어머니가 방안에서 소리없이 울고 계시는 모습을 보았다.
> 무슨 편지같은 걸 읽으시면서 울고 계셨다.
> 어머니는 잠시 후
> 그 편지를 어느 조금은 초라하게 생긴 핸드백안에 넣으셨다.
> 나는 어머니가 방을 나가신 후
> 몰래 들어가 그 핸드백을 열어 보았다.
> 그안에는 조금 빛바랜 편지봉투부터
> 쓴 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편지까지 있었다
> 나는 어머니가 지금 막 읽으셨던 듯한 편지를 꺼냈다.
> 형이 쓴 편지였다.
> 형이 매해 어버이날마다 썼던 편지를
> 어머니는 그렇게 모아놓고 계셨던 것이었다.
> 편지내용을 읽어보고는
> 나는 왜 그토록 어머니가 형을 사랑하고
> 형에게 집착하는지
> (그때 나에게는 어머니의 형에 대한 사랑이 집착으로 느껴졌다)
>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 만약 내가 형처럼 태어났다면
> 나는 나를 그렇게 낳은 부모를
> 원망하고 미워했을텐데 형은 그 반대였다.
> 오히려 자기가 그렇게 태어남으로해서
> 걱정하고 마음 아파하셨을 어머니에게
> 용서를 빌고 또 위로하고 있었다.
> 어느덧 한해가 또 지나고
> 형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 그 다음해 나도 중학교에 올라갔는데
> 한집에서 살고 있음에도
> 형과 나는 다른 학교를 배정받았다.
> 형은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항상 1등을 했다.
> 나도 공부를 꽤 잘하는 편이었는데
> 항상 형보다는 조금 못했다.
>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 형이 일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가끔씩 형의 일기를 훔쳐보곤 했는데
> 형은 시인이었던 것 같다.
> 형이 지은 시는 이해하기가 참 쉬웠다.
> 교과서에 실린 시들처럼
> 복잡한 비유나 은유같은 것도 없었고
> 아무리 무식한 사람이 읽어도
> 무슨 뜻인 지 알 수 있을 그런 시를 많이 썼다.
> 그런데,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 눈물 한방울이 맴도는 그런 시들이었다.
> 나는 형이 썼던 시들을 참 좋아했던 것 같다.
> 형의 영향으로 나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 ''''쌍밤'''' 이라는 문학써클에 가입하게 되었다.
> 연합써클이라 여학생들도 참 많았다.
> 한집에 사는데도 불구하고
> 중학교는 형과 다른 곳을 다녔는데
> 고등학교에서는 형과 한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 나는 또 고등학교 때
> 갑자기 키가 부쩍 자라 형보다 10cm는 더 크게 되었다.
> 게다가 나는 얼굴도
> 어디를 가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잘생겨서
>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 나는 형이 불쌍했다.
> 키도 작지,
> 그렇다고 얼굴이 잘생겼기를 하나,
> 말을 잘하나,
> 형을 보며 나는
> 무언가 우월감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 하지만, 그런 거에 형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 어느 맑은 가을날이었다.
> 집을 나서는데 참새 한마리가 대문앞에 죽어 있었다.
> 나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서 착한 일 한답시고
>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나왔다.
> 참새를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했다.
> 그때 형이 대문을 나왔다.
> 나는 형이 칭찬을 해줄 것으로 알고
> 잔뜩 기대했는데
> 형은 모처럼 착한 일 하려고 하는 나를 만류했다.
> 그러더니, 손수건을 꺼내
> 그 죽은 새를 담더니
> 집뒤의 야산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 나는 학교에 늦을까봐 미리 집을 나섰다.
> 형은 그날 지각을 해서
> 운동장에서 기합을 받았다.
> 팍팍한 다리를 두드리며
> 올라오는 형에게
> 참새는 어떻게 했냐구 물어보니까
> 뒷산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왔다고 했다.
> 그러면서 참새를 묻고 나서 기도를 했다고 했다.
> 나는 내심
> 그깟 죽은 새한마리 땅에 묻고나서
> 기도는 무슨 기도냐며
> 그래도 궁금해
> 형에게 뭐라고 기도했냐구 물었더니
> 형은 슬픈 얼굴로 대답했다.
> ''''만약 이 다음 어느생엔가
> 내가 오늘의 너처럼
> 어느 집앞에 쓸쓸히 죽어 누워있으면
> 그때는 니가 나를 거두어주렴.......''''
> 형은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또 수술을 받았다.
> 정말 그놈의 수술은 끝이 없는 것 같았다.
> 어머니 말로는 형의 수술비로 집한채 값이 날라갔다고 한다.
> 우리집은 가난했었다.
> 국민학교때까지는 일년에 두번씩 이사를 다녔다.
> 우리집을 가지는 게 소원이었다.
> 거기다가 형의 수술비까지 대느라 언제나 쪼들렸다.
> 아버지가 벌어오시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 어머니는 언제부터인가 돈놀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다.
> 쉽게 말해서 고리대금업 이었는데
> 어머니는 악착같이 돈을 모으셨다.
> 채무자들을 어쩔 때는
> 참 심하다싶게 몰아부치시기도 했다.
> 동산에도 손을 대셔서
> 지금 있는 집도 장만하시고 그러셨다.
> 어머니는 참 지독하셨다.
> 그리고, 너무 돈에 집착하고 그랬다.
> 극장도 한번 안가셨다.
> 극장가서 영화볼 돈 있으면
> 차라리 맛있는 걸 사먹는 게 낫다는 주의셨다.
> 그런 어머니를 보며 형은 항상 마음아파했다.
> 자기때문에 어머니가 저렇게 되셨다는 것이었다.
> 형은 어머니에게 누가 될만한 일은
> 한번도 해본 일이 없었다.
> 적어도 내 기억에는 그랬다.
> 하지만, 그런 형에게도
> 어머니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하나 있었다
> 형은 거의 돈을 쓰지 않았는데 그런 형도 돈을 쓰는 곳이 한군데 있었다.
> 길에서 거지를 보면 없는 돈에도
> 항상 얼마씩을 주고는 했다.
>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 내가 옆에서
> 아무리 저런 사람들 도와줘봤자
> 하나 소용없는 짓이라고 설교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 그런 형에 대해서 어머니에게 일르면
> 어머니는 형을 참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는 하셨다.
> 돈이라는 게 얼마나 피나게 모아야하는 건데
> 저러느냐는 것이었다.
> 어머니는 형에게 항상 무서운 세상에 대해서 말하시곤 했다.
> 그러시면서, 말끝머리에는 항상 이런 말을 붙이셨다.
> "너는 공부 못하면 시체야..."
> 형은 시체가 되지 않기 위해서
>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일까...?
>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 지금까지 형이 자기자신 때문에
> 뭘 걱정하는 걸 본 적이 없었으니까........
> 나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 곁에 항상 여자가 많아서 용돈이 부족하고는 했다.
> 좀 부족하긴 했지만
> 어렸을 적처럼 어머니지갑을 뒤지진 않았다.
> 형이 나때문에 그렇게 모진 매를 맞았었는데
> 어떻게 그런 짓을 또 할 수 있겠는가?
> 그 다음해 겨울 우리집에 경사가 하나 났다.
> 형이 대학에 합격한 것이었다.
> 그런데, 형은 서울의 좋다하는 대학을 다 마다하고
> 지방에 있는 P공대를 지망해서 합격했다.
> 나는 참 알 수가 없었다.
> 서울이 얼마나 놀기가 좋은데
> 그 외진 데까지 찾아가는 지 이해가 안되었다.
> 형이 서울을 떠나던 날...
> 나는 그때까지 어머니가
> 그렇게 많은 눈물을 보이시는 건 처음 봤다.
> 형이 떠난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 손수건이 눈에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 그런 어머니가 보기 싫어
> 그날은 혼자서 시내를 배회하다가 집에 돌아왔다.
>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형이 없어지니까 집안이 텅 빈 듯한 느낌이 들었다.
> 형은 자주 편지를 썼다.
> 그리고, 어버이날마다 선물을 들고
> 집에를 찾아오곤 했다.
>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형은
> 어머니 생일날에는 선물을 하지 않았다.
> 꼭 어버이날 그렇게 선물을 들고 오고는 했다.
> 참 아직까지 말하지 않은 하나 있는데
> 형하고 어머니는 생일이 같다.
> 어머니말로는 예정일을 보름이나 당겨서
> 태어나면서 어머니의 생일에 태어났다고 한다.
> 그리고, 띠까지 같았다.
> 그렇게 되기도 참 힘들 거 같은데
> 어쨌든 형하고 어머니는 전생의 인연이 참 깊었었나보다.
> 형은 어머니 생일날 태어난 걸 항상 어머니에게 미안하게 생각했다.
> 즐거워야 할 어머니의 생일날
> 자신이 그렇게 끔찍한 모습으로 태어나
> 어머니를 슬프게 한 것이
> 그렇게 마음에 못이 되었었나보다.
> 그러고보니 형에게는 백일 사진도 없고
> 돐 사진도 없다.
> 언젠가는 형이 어버이날 어머니 선물로
> 비싼 지갑을 사온 적이 있었다.
> 어머니도 참 그 선물을 보시고는
> 대뜸 하신다는 말씀이
> "지갑은 벌써 하나 있는데
> 가서 다른 걸루 바꿔올 수 없나?"
> 그런 말을 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 형은 그저 빙그레 웃기만 했다.
> 하지만, 어머니는 그 후
> 그 지갑을 항상 곁에 지니며 다니셨다.
> 마치 형의 분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 형은 대학교 2학년 겨울에 또 수술을 받았다.
> 정말 끝이 없을 거 같던 형의 수술도 그게 마지막이었다.
> 그때는 집안도 넉넉해져서
> 형의 수술비용이 별로 부담이 되지 않았다.
> 그런데,
> 수술 일자가 개강과 이상하게 맞물려서
> 형은 할수 없이 한학기동안 휴학을 하게 되었다.
> 어머니는 무척 기뻐하셨다.
> 형의 얼굴도 많은 수술 덕분인지
> 약간의 수술 자국을 제외하고는 어느새 정상이 되어 있었다.
> 하지만, 솔직히 말해
> 형과 이십년 넘게 살아 오면서
> 형의 얼굴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 별로 없었던 것 같다.
> 한편, 학력고사에 한번 낙방했던 나도
> 힘든 재수끝에 용케 Y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 그해 3월부터 8월까지 우리집은 참 행복했다.
> 나는 어머니에게 어렸을 적 형이 매맞았던 사건에 대해
> 사실대로 말씀드렸고
> 어머니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 웃으시며 형과 나를 바라보셨다.
> 형은 밤마다 어머니가 잠드실 때까지
> 어깨며 팔다리를 주물러 드리고는 했다.
> 어머니는 나보다 형이 주물러 드리는 걸 더 좋아하셨다.
> 형이 안마를 해주면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 아마 어머니는 사하라사막 한가운데라도 형만 옆에 있으면
> 행복해했을 것이다.
> 매일같이 웃음꽃이 피었다.
> 8월이 되자 형은 복학을 했다.
> 어머니는 떠나는 형을 보내기가 못내 아쉬웠던지
> 한학기 더 휴학하면 어떻겠니 라고 형에게 말했다.
> 형은 어머니의 손을 꼭잡고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 어머니곁에 있을 거라고 말했다.
> 그러더니 포항으로 떠나버렸다.
> 그렇게 몇달이 흐르고 있었다.
> 날짜를 세어보니
> 조금 있으면
> 어머니의 생일이자 형의 생일이겠구나 싶었다.
> 어머니의 생일이 일주일정도 남았을 때
> 그날은 웬지 기분이 참 안좋았다.
> 어머니는 나보다 더 심하게 느끼시는 것 같았다.
> 어머니 말씀이 마치 심장이
> 위로 올려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하셨다.
> 그리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셨다.
> 나는 어머님이
> 어디가 편찮으셔서 그러는가 생각했는데
> 어머니는 형을 걱정하고 계셨다.
> 아무래도 형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것이었다.
> 그렇게 하루종일 초조하게 보내시던 어머니가
> 전화 한통을 받으시더니
> 금새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 형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 어머니와 나는 부리나케 형이 있는 포항으로 내려갔다.
> 의사선생님 말이
> 머리에서 피를 너무 많이 흘려
> 소생할 가망이 없다는 것이었다.
> 오히려 지금까지 숨이 붙어 있는 게 기적이라고 말했다.
> 하얀 시트를 가슴 위까지 덮은 형이
>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하고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 형의 머리맡에 놓여진 오실로스코우프에는
> 간신히 이어지고 있는 형의 맥박이 보였다.
> 어머니는 초점이 흐려진 눈동자로
>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면서
> 한걸음 한걸음 형에게 다가가셨다.
> 그러시더니 떨리는 두손을 모아
> 누워있는 형의 손을 꼭 잡으셨다.
> 그 순간이었다.
> 연약하게 뛰던 형의 맥박이
> 조용히 긴 수평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 마치 사랑하는 어머니를 여태 기다리다가
> 그제서야 안심하고 떠나는 것처럼..............
> 차도를 무단 횡단하던 어떤 어린 여자아이를
> 트럭이 덮치려는 순간
> 형이 그앞에 뛰어들었다는 것이었다.
> 다행히 여자아이는 팔을 조금 다치고 말았는데
> 형은 트럭에 치이고 나서
> 머리를 땅에 부딪히고 말았다고 한다.
> 어머니는 슬픔에 넋이 나가버렸는데
> 나는 그 순간 묘하게도
> ''''참 형다운 최후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하느님이 천사를 그렇게 오랫동안
> 지상에 내버려 두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한동안 하며
> 통곡을 하고 계신 어머니옆에 넋이 나간 채 서있었다.
> 그 다음 며칠동안 우리집은 무덤과도 같았다.
> 어머니는 음식은 커녕 물조차 드시지 않았다.
>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 한편으로는 그렇게 떠난 형에게
> 한없이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 어머니는 사흘째 되던 날부터는
> 온몸에 열꽃이 피기 시작했다.
> 참 지독한 열병이었다.
> 급히 의사를 불렀지만 의사는
> 영양제를 놓아주면서
> 환자 스스로 일어나야지 별다른 수가 없다는 말을 했다.
> 나는 어머니에게 산사람은
> 어쨌든 살아야할 거 아니냐고 설득했지만
> 어머니는 못듣는 것 같았다.
> 시간이 흐르자 이제는 지쳐서
> 더 우시지도 못하고 그냥 멍하니 누워만 계셨다.
> 그리고, 밤이 되면
> 다시 고열에 시달리시고는 했다.
> 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 어머니는 마치 자신의 생일날,
> 아니 형의 생일날에 맞춰
> 돌아올 수 없는 저 먼곳으로
> 형을 따라 가시려는 것 같았다.
>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 드디어 어머니의 생일날이
> 형의 생일날이 돌아왔다.
> 그날 아침 눈을
> 떠보니 밤새 눈이 내렸었는 지
> 온 세상이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 그리고, 어머니와 평소 친했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 어머니를 위로하려고 한분 두분 모여들었다.
> 아주머니들은 다들 한마디씩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 어머니는 눈조차 감으신 채 아무말도 못듣는 것 같았다.
> 나는 거의 자포자기상태로 빠져들었다.
> 그러던 그날 오후였다.
> 초인종소리가 들렸다.
> 나는 또 어느 동네아주머니겠거니 하고
> 대문을 열어주었다.
> 그런데 정말 태어나서 그런 광경은 처음 보았다.
> 수백송이의 꽃들이었다.
> 이제껏 그렇게 많은 꽃을 본 적이 없었다.
> 배달하는 사람들도
> 이렇게 많은 꽃을 배달해 보기는 처음이라는 말을 했다.
> 하얀 눈밭위에 수백송이의 아름다운 꽃들이 펼쳐져 있었다.
> 정말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 누가 보냈는가 보았더니 바로 형.이.었.다.
> 어머니가 어느새 나오셔서 그 광경을 보시고 계셨다.
> 어디서 그런 기력이 다시 생기셨는 지 애써 문틀에 의지하며 서 계셨다.
> 나는 형이 남긴 짤막한 생일축하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보여드렸다.
> " 어머니,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셔야되요.
>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어머니 곁에서 함께 할겁니다."
> 어머니의 눈가에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조용히 번지기 시작했다.
> 언제 꽃배달을 시켰는가 보았더니
>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하기 바로 전날이었다.
> 생일에는 절대 선물을 하지 않던 형이.....
> 꽃같은 것은 관심에도 없으셨던 어머니에게
> 이렇게 많은 아름다운 꽃들을
> 어머니의 생일 바로 자신의 생일에 보내온 것이었다.
> 그때 문득 마당에서 맴돌고 있는
> 참새 한마리를 보았다.
> 언제부터 그러고 있었는 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 참새 한마리가 마당에 앉아 있었다.
> 내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걸 알았는 지
> 참새는 날갯짓을 파닥거리며 날아올라
> 마당을 한바퀴 휘 돌더니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 여태까지 나는 그렇게 높이 나는 참새를 본 적이 없다.
> 그렇게 아득히 날아오르더니 하늘 끝으로 사라져버렸다.
> 그날 이후 어머니는 조금씩 기력을 다시 찾기 시작하셨다.
> 그런데, 어머니의 눈빛이 바뀐 걸 알게 되었다.
> 옛날에는 항상 돈에 얽매이고
> 근심이 가시지 않던 어머니의 눈빛에
> 한없는 평화가 감돌고 있었다.
> 그리고, 어머니는 결혼하시고는 나가시지 않았던 성당을 다시 다니시기 시작하셨다.
> 원래 어머니는 결혼하시기 전에는 독실한 천주교신자였다고 한다.
> 세례명인가 영세명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 어머니의 세례명이 ''''아네스'''' 였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 아참! 형의 유품을 정리하다보니
> 형이 선명회라는 단체에 가입하여 한 어린이를 돕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지금 그 아이의 후원자는 바로 나다.
> 평생에 내가 누군가를
>
> 돕는 거 같은 걸 하게 될줄은 몰랐다.
> 한달에 한번씩 지로로 후원금을 부쳐주고는 한다.
> 그동안은 자동이체로 했었는데
> 그러다 보니까 내가 누군가를 후원하고 있다는
>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지내기가 일쑤였다.
> 그애하고 만나봤는데 그애 말이 형은
> 크리스마스나 그애 생일뿐만 아니라
> 새학기가 시작하면 학용품도 사서 부쳐주고
> 편지도 자주 써주고 그랬단다.
> 그애는 형이 참 보고 싶다며
> 지금 형은 어디있느냐고 물었다.
> 나는 차마 형이 죽었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 사정이 있어서 저 하늘 너머
> 먼 나라에 가 있다고만 말해 주었다.
>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 뒤돌아 걸어가는데 뒤에서
> 그애의 목소리가 내 귓전을 때렸다.
> "그렇게 좋은 형과 한집에서
> 매일같이 사시니 얼마나 행복하세요?"
> 바보같이 그제서야 나는 깨닫게 되었다.
> 형과 지낸 지난 이십여년간의 시간이
> 얼마나 행복했었는가를....
> 나는 왜그렇게 어리석었던가...
> 아이에게 무어라 대답을 해주어야할텐데
> 갑자기 목이 메여오기 시작했다.
> 그 순간 언제나 나에게 따뜻한 미소를
> 보내주던 형의 다정한 얼굴이 떠올랐다.
> 내가 매일같이 동네 아이들과
> 어울렸을 때
> 혼자서 방을 지키던
> 우리형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 말까지 더듬어대던 우리형에게
> 위로의 말은커녕 그보다 더 괴롭히기만 했던 나는
> 나쁜 동생이 아니던가?
> 그런 못된 동생을 위해서 매까지 대신 맞아주던 착한 우리형...
> 아이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 천천히 돌아서서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 "그럼 얼마나 행복했는데...
> 그렇게 좋은 형이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하단다."
> 하지만, 아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 눈앞이 그만 부옇게 흐려지고 말았다.
> 드디어 전광판에 내 대기번호가 찍혔다.
> 나는 천천히 앉아 있는 은행원 앞으로 걸어가서
> 선명회 지로용지와 후원금을 내밀었다.
> 은행원은 사무적으로 도장을
> 몇번 쾅쾅 찍더니 영수증을 나에게 건네주었지만
> 영수증을 받아든 순간
> 나는 웬지 형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듯 해서
> 몇번이고 영수증 종이를 어루만져 보았다.
> 은행문을 나서니
> 토요일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나를 반겨주고 있다.
> 나는 솔직히 이 애한테 형이 했던 것처럼 할 자신은 없다.
> 그래도 한번 열심히 노력해볼 생각이다.
> 그래야 천사의 동생이 될 자격을 갖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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