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태어날 때부터 비범한 이마를 간직하고 있었다.
광개토대왕의 야망이 길고 긴 핏줄을 타고 내려왔을까.
태생부터 이마에 만주벌판을 장착하고 있었다.
하지만 헤딩골 잘 넣게 생긴 광활한 이마라는 특징만 있을 뿐
탈모 걱정은 하지 않고 26여년을 살아왔다.
본인은 외할아버지에게 감사했다.
외할아버지의 유전자로 큰 키를 타고 났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소중한 외손주에게 주고 싶지 않으셨을 유전자를 물려주셨으리라.
망할 놈의 탈모 말이다.
27살까지는 별 의식하지 않고 살왔다. 단지 앞머리로 가린 넓은 이마가 콤플렉스이긴 했다.
하지만 28살에 접어들면서
방바닥을 뒤덮기 시작하는 머리카락의 시신들이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본인은 이마와 헤어라인 사이에 큰 점이 있었다.
탈모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점이 아래로 이동해있었다.
아니, 점이 이동했을리가. 맞다. 머리카락이 뒤로 맹렬하게 후퇴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인터넷 상에서 타코야끼라고 놀림을 당하는 가여운 사내 명단에 등록될 것을 직감했다.
본인은 두상이 못생겼다. 옆짱구다.
장두형 두상에 작은 두개골을 갖고 있었다면 시원하게 밀어버렸을 것이다.
멋진 서양의 백형들 처럼.
하지만 본인은 못생긴 옆짱구 아시안 해골이다.
다행히 본인은 현실인지와 수용이 빠른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바로 병원에 가고 처방전을 받고 약을 흡입하겠다.
설령 성욕감퇴, 발기부전, 정력감소와 머리카락의 등가교환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모 만화의 형이 동생을 살리기 위해 망설임 없이 팔 한짝을 신에게 갖다 바쳤듯이
내 고추를 바쳐 머리카락을 사수하겠다.
그런 다짐으로 대다모의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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