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부정하다 결국 현실을 인정하고 탈모와 외롭게 싸운지 1년입니다.
병원의 폭리 속에서 있는 돈 없는 돈을 탈탈 털어가며 탈모치료제를 먹고 바르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지만
머리는 V라인이 되어가며 휑해져 갔습니다.
머리 가운데는 뻥 뚫려 드디어 저는 도넛이 되었습니다.
죽고 싶을만큼 추한 꼴을 거울로 보면서 약도 소용없고 샴푸도 소용없고 레이져 치료기도 소용없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이제 남은 것은 모발이식 뿐인데, 병원을 잘못 선택하면 지금 이 우스꽝스러운 대가리도 유지 못할까봐 무섭습니다.
가발을 쓸까도 고민하고 있지만 제가 몸이 그야말로 열체질이라 겨울에도 땀범벅인데 그 더운 털모자를 쓰고 다닐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발을 쓰면 세상을 속이는 일만 같아 자신감을 잃을까 싶어 용기가 없습니다.
자꾸 용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밖에 나가고 싶지 않지만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 하니 이 몰골을 하고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웃겠지요. 저 대가리, 흉하네... 하면서.
저는 모든 것을 잃어가고 있는 '도넛 사나이'입니다.
저는 흉합니다.
저는 도넛이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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