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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탈모] 19년차 전신탈모의 넋두리
전신탈모 19년차 28살 남자입니다!
가발 쓴 지는 3년전에 6개월,
그리고 다시 2달전부터 쓰고 있어요..
근데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지 뒷목이 많이 땡기네요
어깨쪽도 많이 굳은 느낌도 들고..
눈썹 문신한 것도 조금 가려볼까 하고 알 없는 뿔테안경을 쓰는데
그것도 눈을 엄청나게 피로하게 하네요.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머리도 지끈거리고 뒷목부터 어깨쪽 뻐근하고 정신이 없는..
19년인데, 그동안 모자 벗고 다녀볼라고 연습도 꽤나 했답니다
초3때 머리가 빠지기 시작해서 중3까지는 그냥 모자를 쓰고 다니고
고1부터는 앞부분 머리가 없는데도 그냥 모자 안 쓰고 머리 기르고 다니고;
(앞부분이 한 20%정도 없었고 다른 곳은 작은 땜빵 정도 크기만 남아서
가능했어요, 물론 바람부는날이면 너무 힘들어서 등교할 땐 그냥 등교하고
하교할땐 모자 쓰고 옆머리로 구레나룻 만들어서 다녔드랬죠;)
근데 너무나 신경이 많이 쓰이고 스트레스도 심했죠;
(아실분들은 아시겠죠 ㅠㅠ)
그래서 고3 여름에는 완전 삭발(백구친다고 그러죠?)하고 다녔네요-
재수를 하게 돼서 재수 학원 첫 날에도 모자를 벗고
한 달 정도는 모자를 벗고 생활하고 ^-^;
대학교 와서도 모자쓰고 다니다가 가끔씩 운동할 때 모자 벗고 운동하고
여자친구도 사귀었는데 한 1년반정도;
에고-
다른분들은 어떻게 학교생활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때는 뭐 아무것도 모르던때라 별 생각없이 잘 지내고-
(물론 머리 빠지기 전보다는 못 지냈죠;)
중학교때 꽤나 많이 힘들고...
고등학교때는 초큼 ^-^;
생각보다 상당히 긍정적으로 살아왔던 것 같아요.
머리는 당연히 날 거라는 생각도 했고
머리가 나면 난 더 멋있어 질거니까 뭐...
이런 생각이 많아서 그랬나..
대학교때도 어떤 사람들보다도 더 많이 사람들 사귀고
잘 놀았는데.... 물론 머리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었지만
그냥 일부러 잊은건지 잊혀진건지 모르게 다른 사람들처럼
별 걱정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저는 전공이 초등교육이라-
대학교 다닐때 교생실습도 나갔는데,
2학년때는 그냥 모자쓰고 가서 아이들 앞에서 모자를 벗고
놀래켜주기도 하고 같이 잘 놀았는데...
4학년쯤 되니까 생각이 조금 달라지더라구요-
교생실습을 이제 또 나가야 할 시기가 다가왔는데
그냥 모자를 쓰고 나가긴 뭔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그래서 생애 처음으로 가발을 썼답니다.
한 80만원정도 주고..
근데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더라구요..
오히려 '이게 가발인게 티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너무나 커서
나를 너무나 작게 만드는...
내가 뭘 잘못했는데 가발 쓴 거 가지고 이렇게 숨기고 있나...
눈 나쁘면 안경쓰고 머리 없으면 가발쓰는건데
왜 그렇게 숨겨야 하는건가-
그런 마음이었나...
가발 쓰고 다니는 게 너무 싫었어요..
교생실습을 하는 도중에 신체검사 재검을 받았는데
군대가 면제가 나오면서 준비하던 임용고사를 버리고
그동안 너무나 가고 싶었던 세계여행을 준비합니다;
일단 돈이 없으니 돈을 벌어야 하니까
코스모스 졸업을 하고 9월부터 6개월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물론, 가발은 써야했죠..
가발이 상당히 아저씨틱한 문제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왜 나는 당당하지 못한가
19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왜 이까짓 머리털 없는 거
하나 이겨내지 못하고 바보같이 지내는건가
라는 생각들에다가
다른 선생님들한테 내 머리가 가발이라는 것이 들킬까봐
전전긍긍하고 수업끝나면 같이 회식도 하고 놀러 나갈 수도 있는데
가발이 너무 불편해서 빨리 집에 가기만 하고...
휴; 그런게 너무 싫었어요;
그때는 지금보다도 더 스트레스였는지 제 목이 항상 약간 옆으로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었답니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이 저 볼때마다 목이 안 좋으냐고 물어보시곤 했죠..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1년반정도 여정으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천만원밖에 못 모았지만 집에 2천만원을 더 빌려서;;
다녀와서 갚겠다고 말하고 떠났죠-
처음에는 모자 벗고 다니는게 참 어렵더니
그래도 한 번 벗고 다니기 시작하니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구요..
외국 사람들이랑도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잘 놀고-
가끔 한국 사람들 만나도 별 부끄러움없이 ^-^; 잘 놀았죠.
또 몇 달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한 도시에서 3달 정도 살다보니
모자를 자연스럽게 쓰게 되고; 그 다음에는 모자를 계속 썼네요;ㅋ
아.......20개월동안 여행했는데,
머리에 대한 스트레스 (거의) 없이 정말 행복했는데..
작년 10월말에 한국에 돌아왔어요-
꼭 1년전이죠-
돌아와서는 뭘할까 고민을 하다가...
(헉, 이미 너무 글이 길어져버렸네요;; 줄여야겠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암튼;
두 달 전 9월1일부터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또 가르치고 있어요
6개월 계약하고 ^-^; 임용고사는 내년에 볼까, 말까 고민중이구요..
근데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완전한 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가발을 쓰고 살아가려니 막막하네요..
그렇다고 가발을 벗고 빡빡밀고 아이들, 선생님들, 그냥 다른 모든 사람들을
만날만한 용기는 아직 안 생기고...
딜레마 입니다..
항상 마음속에서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해외봉사단체도 알아보고 있어요
한 1년정도 내년에 나가볼까 하구요..
아이들 가르치는 것도 제가 참 하고 싶어서 한 일이고 좋아서 하는 일인데
쉽지 않네요..
사실 뭘 하든 사회생활이라는 게 쉬운게 어디있을까요.
하지만 가발을 쓰면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이렇게 살긴 정말 싫은;
28살인데 아직도 너무 어린애같은 생각을 하는걸까요..
가끔 그런 생각도 해요
한 6개월에서 1년정도 공기 좋고 물 좋은 절에 들어가
심신을 수양하고 도를 닦고 산에서 난 좋은 음식들을 먹으며 살면..
머리가 날 수도 있지 않을까..
인도에 가서 요가나 수행을 하면서 1년정도 살아보면
머리가 또 날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세계여행 하면서 머리가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네요-
물론 여행 떠나기 전보다 눈썹, 속눈썹, 머리카락이 조금 더 (한 5%~10%?)
자라긴 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하구요..
머리때문에 평생 도망다니면서 살고 싶은 생각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일단 임용고사를 보고 안정된 직장부터 가지라고 하는데..
저에겐 머리가 가장 크네요..
아직 머리가 날지도 모른다는 솜털같은 희망이 있어서인지-
아직 머리를 나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안 써봤다는 생각때문인지..
가발을 쓰면서 그 속에서 버틸 생각은 하기가 싫은가봅니다..
그냥 너무나 답답해서 글 쓰기 시작했는데 너무나 길어졌네요-
아 맞다! 몇번 생각해봤는데요-
가발게시판이든 이곳 게시판이든 (저도 포함해서) 남자분이든 여자분이든
머리때문에 결혼도 못할거라고..나같은 사람 누가 좋아하겠냐고 하시잖아요
그럼 머리숱이 부족한 남자,여자분들 만남을 주선하는 건 어떤가요.
너무 이상할까요?
물론 남성분들이 훨씬 많이 비중을 차지해서 비율이 안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라는 부분이겠죠.
전신탈모든 전두탈모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공통점을 무엇인가요-
머리때문에 받은 아픔들이나 그런 경험들이겠죠.
(아픔뿐만 아니라 기쁨도 ^-^;)
취미가 비슷하고, 직업이 비슷하고, 살아온 환경이 비슷하고,
정치적인 색깔도 비슷하고, 종교가 비슷한 것도 좋겠지만
인연을 만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거 아닐까요-
마무리 부분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냥 요즘 제가 하는 생각들 주절주절 써봤습니다..
머리때문에 아니 털이라는 놈 때문에 힘드신 분들;
네이트온에서라도 가끔 얘기하면 좋을 것 같은데 ^-^;;
원하시는 분들 쪽지보내주세요~! 남자분들이든 여자분들이든;ㅋ
아아...모두다 힘내세요...
저부터 힘내야겠지만 :)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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