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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녹시딜] 근성 되찾고 돌아오라

  • 2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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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29일(한국시간) 15일짜리 부상자 명단(DL)에 올랐다.28일 양키스전에서 보여줬던 투구내용이 부상자 명단의 기폭제가 됐지만 그간 벅 쇼월터 감독의 냉대를 돌이켜 볼때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사실 양키스전때 박찬호의 모습은 달관(?) 그 자체였다.상대타자를 사구로 출루시켜도 웃었고, 안타를 맞아도 웃었으며 심지어 홈런을 맞았을 때도 웃었다.물론 허탈한 웃음이었을 테지만 보는 관중은 웬지 자포자기한 모습처럼 느껴졌다.마치 '볼은 볼이고 스트라이크는 스트라이크'라는 식으로 말이다.그리고 박찬호는 5회초 투수 교체를 위해 달려온 쇼월터 감독에게 두말없이 공을 건넸다.

이는 지난해 9월28일 오클랜드와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파란만장했던 시즌을 마감하며 "10승을 하진 못했지만 9승이나 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며 초월한 듯한 말을 건넸던 박찬호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다저스 시절을 돌이켜 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아니 지난해까지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감독이 마운드로 올라오면 공을 안주려고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던 박찬호였다.그러다 강판당했을 땐 스스로 분을 못이겨 물통을 발로 걷어차고 주먹으로 내치던 그였다.삼진을 잡았을 땐 환호를 지르고 하늘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던 박찬호였다.



현 상황에서 이번 DL행은 오히려 잘된 일인지 모른다.비록 보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간 박찬호를 짓눌렀던 무거운 짐을 잠시라도 던져 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본인은 극구 부인하지만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는 몸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며 자신에게 꼭 맞는 투구폼으로 갈아입을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다.

또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계기다.박찬호는 마이너리그 거부 옵션이 있기 때문에 부상자 명단이라는 형식을 통해 마이너리그에서 훈련을 하고 실전투구를 할 예정이다.마이너리그는 지금의 박찬호를 성장시킨 전장터였다.박찬호는 혹독했던 마이너 시절 처절하게 싸웠던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1300만달러의 배부른 투수가 아닌 마이너로 내려간 배고픈 투수의 마음으로 말이다.

마음은 굴뚝 같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만큼 비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없다.혹여 박찬호가 지금 그런 기분인지도 모른다.그렇다고 포기해선 안된다.예전 전성기 시절 직구는 고스란히 되찾기 힘들다 해도 그 시절 끓어올랐던 근성만은 찾아서 돌아왔으면 한다. 보름 후 다시 소리치고 환호하는 박찬호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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