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은 왜 대머리 남성을 싫어할까?
영화 ‘아마겟돈’ ‘진주만’ 등에서 젊은 영웅의 모습을 보여줘 인기를 끈 미남배우
벤 애플렉은 2002년 9월 초 한 파티장에서 뜻하지 않은 낭패를 봤다. 영화배우 빈스
바운과 장난치다 가발이 벗겨지는 바람에 대머리임이 들통난 것이다. 이 사실은 결혼
을 약속한 제니퍼 로페스에게조차 말하지 않은 특급 비밀이었으니 그가 얼마나 당황했
을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더 실망한 사람은 여성팬들이었고 큰 실망감
을 드러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애플렉은 나은 편이다. 프랑스의 루이 13세는 24세에 머리가 벗겨지자 높이
불룩 솟은 흰색 가발을 쓰고 다녔고 비슷한 처지였던 루이 14세 역시 가발 만드는 사
람을 200명이나 둘 정도로 호화스러운 가발을 쓰고 다니며 대머리의 관심을 벗어나려
고심했다.
왜 남자들은 대머리를 숨기려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여성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단
적인 예로 2002년 봄 대한피부과협의회에서 6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30대 미혼여성 5명 중 4명이 미팅이나 맞선을 볼 때 남성의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대머리면 싫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혼여성도 예외가 아니어서 남편이 대머리면 가발을
써서라도 감추기를 원한다. 가발 쓰는 남자들은 본인이 원해서라기보다 부인이 원해
서인 때가 많다.
그렇다면 왜 남자에게 대머리가 많을까. 기본적으로 모든 대머리는 유전이고, 남성호
르몬 과다로 발현된다. 여성보다 남성에게 대머리가 많은 것은 이에 연유한다. 의학계
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14%, 여성의 5% 정도가 대머리다. 남성은
머리 앞 부분에서 탈모가 시작돼 가운데로 진행되는 반면 여성은 주로 머리 중앙부 꼭
대기 부위에서 탈모가 나타난다.
그런데 왜 여자들은 대머리를 싫어할까. 가장 유력한 설은 머리털의 섹스어필이다. 머
리털은 단순히 체온을 유지하는 것 외에 이성의 관심을 끄는 것과 더불어 호의적인 성
적 접촉이라는 상징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다. 어느 학자는 원숭이들이 서로 털을 매만
져주면서 사랑을 주고받는 것과 같은 정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더 큰 실제적 이유는
젊은 이미지의 상실에 있다. ‘대머리’ 하면 흔히 중년 남성을 떠올리는 데서 알 수
있듯 실제보다 늙어 보이므로 대머리를 기피하는 것이다. 그런 데다 대머리는 보통의
개념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종종 놀림의 대상이 된다. 어느 회사에서 ‘홍명보가 웃
었습니다’라는 TV광고를 만들 때 그를 웃기기 위해 여자 촬영 스태프가 대머리 가발
을 쓰고 춤췄다는 후일담까지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래저래 동서고금의 대머리는 서
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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