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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 2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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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없어진다. 사람 만나기가 두려워진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왜 이렇게 머리 숱이 적어졌냐"라고 물을까봐 걱정된다. 그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밝은 곳에 있는 것도 싫다. 특히 햇빛이나 불빛이 직광으로 비치는 장소는 최악이다. 머리 숱이 적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모자를 쓰고 나가는 것도 성미상 안 맞는다. 일단 모자를 쓰면 뭔가 갑갑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싫다. 더욱 맘에 안 드는 점은 모자를 쓰는 행위가 "머리 숱이 적다"라는 사실을 숨기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약점을 별로 감추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약점을 모두 알고 있을 때 얘기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새로 생겨버린 약점을 남들이 알아채리고 나서의 반응이 싫은 것이다.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머리가 빠져서 숱이 적어지면 굉장히 지저분해 보인다.

아직 젊은데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사실이다. 신체 불구인 장애인보다야 낫다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으려 하지만 (장애인 여러분 죄송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나서 마음이 상한 분이 계신다면 진심으로 사죄 드립니다.) '정상인'이 되기를 갈망하는 인간 본능 상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안으로 자꾸 떠오르는 것이 삭발이다. 언제나 삭발을 하고 다니는 것. 자신이 대머리(?)라는 것을 온 천하에 공포하고 다니는 것. 약점을 남들에게 알리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고 싶다. 물론 정상적인 머리 형태를 갖는 것이 제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이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하지만 처음에 삭발을 하고 다닐 때, 사람들의 "왜 삭발했냐"란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머리가 빠지는 것 같아서" 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냥.." 이라고 흐리면서 대답할 것 같다.

남궁연이나 홍석천 같은 삭발 연예인들이 대단해 보인다.

미국이나, 남미 같은 데에 태어났으면 좀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흑인들은 머리가 곱슬이기 때문에 삭발 형태의 머리스타일이 많다. 나도 그랬으면 자연스레 삭발을 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생활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 나라 국민 정서상,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보듬어 주는 것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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