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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는 용서가 안된답니다.TT

  • 23년 전

  • 2,069
0
탈모가 시작된지 3년 정도가 됩니다. 정수리 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윗머리가 전체적으로 숱이 많이 부족합니다. 앞 머리 라인은 살아 있어서 얼핏 보면 그렇게 티는 안나지만 탈모친구들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는 정도 입니다. 물론 예전엔 숱 무쟈게 많았죠. 매일 아침 붕 뜬 머리를 죽여보겠다고 무스며 젤을 잔뜩 쳐발라서 꾹꾹 누르는게 일이었으니까...

제겐 3년 정도된 여친이 있습니다. 제가 머리숱 정말 많을 때부터 알던 애죠. 오늘 그애에게 여성 잡지 책 하나를 사줬습니다. 같이 책을 보다보니 심리 테스트 비스무리 한게 있더군요. 여러가지 질문에 체크해서 자신이 어떤 타입이다.. 뭐 이런거 있잖아요.
이 테스트의 제목이 '과연 나는 사랑받는 여자일까?' 뭐 이런거였는데 몇가지 질문중에,
남자친구가 불의의 사고로 크게 다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 착한 여친은 볼펜으로 ' 끝까지 함께 하겠다.' 이 란에 체크를 했지요. 난 흐뭇했죠, 무지..

근데 몇번 째 질문 중에 ' 만약에 남자친구의 할아버리며 아버지며 모두 대머리 집안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하겠는가' 라는 질문이 있더라구요. 난 속으로 뜨끔했죠. 앗...
근데 여친이 체크한 것은 ' 대머리는 절대 용서 못한다. 헤어진다' 여기 였습니다. 전 옆에 있다가 가슴이 철렁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오래 사귀고 같이 몇번 잠자리도 같이하고 그래서 내가 조금씩 대머리가 되 가는 것을 알줄 알았는데... 알면서도 그럴리는 없습니다.

전 여자친구가 알기를 바랬습니다. 저의 이런 모습을 이해해줄 수 있는 그런 여자인줄 알았습니다. 앞이 캄캄합니다. 제 천진난만한 여자친구는 그 다 테스트를 마치고 ' 당신은 누구에게도 사랑받을수 있는 여자입니다' 라는 답변을 보며 마냥 즐거워 했습니다. 아...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솔직히 제 머리에 대해 털어놔야 할까요? 아님 서서히 변해가는 제 모습을 숨기면서 만남을 지속해야 할까요?

이런 얘기 하긴 좀 그렇지만 전 머리 숱 없는 것 말고 저에 대해 다른 것은 대체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학교도 우리 나라 최고의 학부와 대학원을 나왔고 얼굴은 킹카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몸도 근육질에 키도 적당히 크고.. 제 여친은 그렇게 좋은 배경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얼굴도 그리 이쁜편은 아니구요. 친구들은 다들 제가 아깝다고 합니다.
그동안 많은 여자를 사귀어 봤지만 머리숱이 점점 없어지면서 자신감도 사그러들어 나만을 사랑해줄수 있는 평범한 여자를 사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 좋은 여자를 만나고자 하는 생각도 없습니다.

제 여친은 저랑 결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구요. 고민입니다. 이 애를 떠나 보내야 할까요?
오늘도 방바닥에 흩어져 있는 제 머리카락을 어머니가 모르게 줍습니다. 부모님도 제가 탈모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을 모르십니다. 아..바보같은 제 자신이 너무나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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