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슬픈 날이었죠.
오늘은 할아버지의 환갑이었습니다.
모처럼 시골에 고모삼촌 모든 친척이 다 모이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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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아버지는 머리숱이 굉장히 많으십니다. 아직도 반듯한 이마에 올백을 했음에도 두피가 전혀~ 보이지 않는분이시죠. 하지만 할머니는 머리숱이 없으세요.
모계유전은 확실히 나타나더군요. 그래서 저희 아버지가 탈모고, 저희 막내삼촌 역시 탈모입니다. 두분 다 머리숱이 원래 힘이 없고 축 늘어지는 스타일입니다. M자로 시작되고요. 저 역시 이렇고요. 똑같습니다
그런데 둘째삼촌(아버지와 막내삼촌 사이)은 또 일자이마에 숱도 빵빵한게 매우 정상이죠.
저랑 아버지랑 막내삼촌 성격이 할머니를 닮았어요. 급하고, 욱하는 성질있고, 꼼꼼한거말이죠. 그리고 머리숱 없는것도 할머니를 닮았죠.
둘째삼촌은 성격이 할아버지를 닮았어요. 느긋하고, 여유있는 것이. 그리고 빵빵한 머리숱도 할아버지를 닮았죠.
정말 조각 맞추듯이 딱 유전성이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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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려고 하네요.
우선 할머니의 영향이 큰지 우리 고모삼촌들은 다 머리숱이 적거나 보통이었습니다. 둘째삼촌 빼고..
그때 문밖에서 또 한 일행이 도착했습니다.
할아버지의 형님의 아들들... 그러니까 친척삼촌들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분들이 오셨습니다.
이분들은 4형제인데 어떻게 네명이 다 머리숱이 작살입니다. 스타일도 가지각색입니다.
①리젠트 머리 ②사자머리 ③스포츠머리 ④일반아저씨머리.. **이제부터 이들은 [머리숱드림팀]이라 부르겠습니다.
할아버지가 머리숱이 많듯이, 큰할아버지 역시 머리숱이 많으셨나봅니다. 그러니까 그 자식들도 머리숱이 그렇게 환상적이죠. 이 시간 이후로 저의 불행은 시작되었습니다.
동네 어느 영감님이 아는체를 하더군요.
"어이구.....이게 누구야. 너가 K.N이 아들이냐?"
"네."
"키도 크고, 생긴것도 지네 아빠랑 똑같네. 어떻게 머리벗겨지는것도 아빠랑 똑같냐?"
씨발.. 뭐라고? 이 영감? 물론 속마음이죠ㅜㅜ. 사람 기분 더러워지는거 순식간이더군요.
그게 시작이었던가요?
한참 있다가 그 [머리숱드림팀]중의 맏형이 저를 부르더군요. 어떻게 맏형이면서 머리숱은 가장 환상적으로 많았죠. 손가락 세개 분량의 이마에 머리스타일은 리젠트 머리입니다. (리젠트 머리가 뭐냐면 윗머리는 펑퍼짐하게 띄우고, 옆머리는 딱 붙인 그런머리입니다. 반항하지마의 영길이가 했던 머리죠. ) 머리카락이 아니고, 플라스틱 덩어리를 얹어놓은거 같아요. 정말 비 맞아도 비가 스며들지를 못할거 같은 느낌..
절 부르더군요. 절 부를때부터 느낌이 안좋았습니다.
"야 일루와봐.?"
"왜요?" (은근히 느낌 안좋음.)
"너 내가 머리 좀 줄까?"
"........." (씨발..)
"너 아무래도 안되겠다. 내가 머리 좀 줄테니까, 여기 옆에 있는 고모부랑 머리좀 심을래?"
43세에 거의 완전한 대머리인 저희 고모부는 그냥 멋적은 듯이 웃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어떻게 줘요?" (겉으론 이래도 속으론 미침..)
"주면 심을거냐고?"
"........"
"머리 좀 심어야지. 그거 안쓰러워서 어떡하냐?"
기분 정말 더러웠습니다. '머리'라는 단어만 나와도 움찔하는데 앞에서 대 놓고 그러니까... 하여튼 머리하나는 진짜 빽빽하더군요. 철사같애갖고, 빈틈이라곤 전혀없는......
그 일로 기분이 무지 더러워서 그쪽 일행들 근처론 아예 가지도 않았습니다. [머리숱드림팀]4명의 삼촌들은 물론 그 자녀들까지 머리털이 빵빵하더군요. 그 집안엔 탈모인자라고는 아예 없어보였죠. '만약에 우리 할머니만 아니었다면 우리삼촌,아버지,나도 저랬을까?'하는 바보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후에 [머리숱드림팀]의 셋째인 사자머리 삼촌과 이야기를 하게되었습니다. 웬만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았지만, 입구를 떡 막고 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내가 지나가니까 이름을 부르더군요.
"$$아."
"네."
"머리가 많이 짧네.. 머리 빠져서 짧게 자른거야?"
"......"
"스트레스 많이 받겠다."
그래두 그분은 부드럽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더군요. 아까전에 그 리젠트처럼 사람을 조롱하는 식으로 말하진 않았습니다. 오랜 경력을가진 미용사라 그런지 제 심정을 이해하는거 같더라고요.
그쪽 일행중에 저랑 동갑인 아이가 있었습니다. 까만 피부에 순진무구한 시골청년의웃음을 가진아이. 전에 저랑 같이 놀았었고 걔네집에 가서 같이 놀다가 잔 적도 있습니다. 그러고서 거의 10년만에 본 것이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오랜만이다. 너 나 기억나지? " " 잘 지냈어? 거의 10년만에 보는거네~"
너무나 반가운 녀석이었습니다. 그동안 보고싶었고요. 단지 저 한마디의 인사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10년전처럼 그냥 같이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싶었지요.
하지만..... 전 결국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 아이는 10년 전과 같은 모습 그대로였지만, 전 10년전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이었으니까요....
정말 우울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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