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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에 대한 단상 (그럭저럭 잊어가는 중...)

  • 22년 전

  • 1,445
0
"앞머리 내리지 마시고 조금 기르셔서 옆으로 넘기는게 보기 이쁠 것 같아요."

단골 이발소의 초면인 여직원의 말에 악의는 없었을 것이다. 사실 내가 생각해 봐도 그러는게 나을 것 같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안타깝다우. 힘없이 가늘어진 머리는 바람이라도 불면 헝클어지고 말 텐데...

어쨌든 종업원의 그 말에, 거울앞에 머리만 불쑥 튀어나온 나의 모양새가 오늘따라 우스꽝스러워보였다.

머리가 빠져도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요즘은 머리 신경쓰느라 놓치고 지냈던 생활의 많은 부분을 원상태로 되돌리느라 여념없는 상황이다. 지난 학기 전공시간에 5분간 자기 소개를 하는 자리서, "전 몹쓸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 병은 탈모입니다."라고 당당히 말하지 않았던가.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아가겠노라고, 컴플렉스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잘도 발표하고 공감도 이끌어냈는데,

회상해 보면 원래 소극적인 성격인 나였다. 그런 상황에서 머리마저 줄어가니 오죽했을까.

자살충동까지 이르던 극한 상황에서, '비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까지의 드라마틱한 반전에 누구의 손도 빌지 않았으니 스스로 '대견하다'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래도 귀차니스트인 나에게 치료는 노력대비 효용을 볼 때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었다.
때문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다른 일에만 신경을 쓰게 됐다.

지난 학기 수업을 열심히 듣고 이것저것 해보려는 욕심도 부려서 신경을 많이 썼다. 여름방학에도 이런 저런 자기 개발(?) 활동으로 힘을 많이 썼다.
덕분에 머리는 한 움쿰 더 빠져버렸다... -.-;;; (산이 있으면 골짜기가 있는 말이 사실이었다)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도 이따금 거울을 들여다 보면 씁쓸한 미소를 지을 때가 더러 있다.
그럴 때면 그냥 내 앞의 과업과 지난 일을 떠올려본다.
불충분하지만 그런대로 당장의 우울함을 잊으려는 나의 노력이다.

입으로는 극복을 외쳐도 내면의 불안함은 끝내 나를 쫓아다니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이발소 의자에 앉아, 내 옆으로 떨어지는 짧은 머리들을 내 두피에 박아버리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흠... 오늘따라 탈모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고개를 든다.
운동이나 하러 가야지...

득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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