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뵈도 20살 전후엔 인터넷 카페가입해서 정모같은것도 꽤 많이 나갔었습니다.
그 낭만...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죠.
서로 처음 보는 낮설음에서, 어느샌가 친근함으로 변해가는 과정.
온라인상에서만 알고 있던 반가운 이름들을 직접 확인하는 그 설레임.
한때는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자리에서 친구도 만나고, 연인도 만든적도 있습니다.
듣기만 해선 모릅니다. 겪어보신 분만이 그 낭만를 아실 겁니다.
인터넷동호회 모임에 안 나가본지 어느 덧 3년.
그냥 별 욕심 없이. ... 그때의 그 낭만이 그리워졌습니다.
그 때의 그 기분을 그냥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만나는 친구들만 만나고, 애인만만나고, 그게 전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한번 낮선사람들에게 둘러쌓여서 그냥 이야기해보고픈.. 그런 향수를 느꼈습니다.
낮설다는것... 은 어쩌면 참 즐거운 설레임이기도 하잖습니다.
요새 너무 정신없이 살다보니 즐거웠던 한때가 자꾸 생각났는지도 모르죠.
그래서 한번 나갔습니다.
뭐..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나온다길래 그리 큰 부담이 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나름대로 평소와는 달리 옷도 좀 신경쓰고 나간 것이었고요.
하지만..............
초장부터 이게 아니었습니다. 뭐 사람이 젤 처음 마주하면 무슨이야기합니까? 나이 묻죠?
"24?"
"정말 24맞어. 이건 도저히 24의 모습이 아닌데~~~"
"정말 24맞아요? 나랑 동갑이란 말이에요?" 이 씨방새는 한 5,6번을 재확인 하더군요.
"이럴수가 민증을 까봐야 하는 것 아니야?"
"그 얼굴이 24야? 29가 아니고???"
초장부터 기분 팍팍 상해버리더군요. 씨댕........... 앉은 순간 바로 나가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그런 쪼잔한 놈 되긴 싫어서 그냥 분위기에 적응하기로 했죠.
그러다보니 재미있습니다. 다행히 나랑동갑인 친구 하나가 나랑 좀 통하는 것이 많아서 이야기도 잘 통하고 그랬습니다.
나중에 서서히 이야기가 되더군요. 그러니까 한마디씩 하덥니다.
"생긴거는 연예인 XXX 닮았는데..."
"흠.. 다 괜찮은데.. 머리가....."
"아니야. 본투킬인가 거기서는 저런 머리 하고 나왔었어."
"암튼 머리가 개성이 너무 강해."
"머리만 좀 어떻게 된다면 참 괜찮아 보일 듯도 한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인원이 너무 많아서 패거리를 아예 둘로 나눴더군요. 남자만 약 15명 정도 있었는데, 탈모인 사람은 나뿐인거 같았습니다.
붙임성 있는 형님들은 같이 와서 악수하고 그랬습니다.
"안녕하세요. 전 25인데 몆살이시죠."
"아. 전 24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동생~ 얼굴은 참 미남이신데, 머리가 너무 모양이......."
흠.
낭만.
제가 미쳤지요.
[20살의 낮선사람들과의 낭만] 을 기대하고 뺄쭘함을 무릅쓰고 나온 자리, 얻은것이라고는 [24가 아니라 29나 30은 된거 아니냐?] 라는 말들. 물론 본인들은 장난으로 한 말이겠죠.
하지만 전 무엇보다 짜증났던 이유가............ 왜 나이들어 보이는지 아주 확실하고 명확하게 알고 있기에......
제가 좀 정신이 나갔었지요.현실을 잊고, 과거에 재미를 다시 한번 느껴보려 하다니 말입니다. 그때랑 지금은 내가 틀린데....
결국 이번기회에 대인기피증을 극복해보자 했는데, 결국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새로운 사람은 뭐 새로운 사람입니까?
그냥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 이런 나만 바라보고 함께 해왔던 여자친구랑이나 만나고 지내야죠.
젠장.
언제나 늘 이런 식이죠. 날 처음보는 사람은 다들 왜 나이들으면 그냥 고개 끄덕이고 넘어가질 않죠. 꼭 태클걸죠. 그리고 난 그 이유를 확실히 알죠.
이 저주받은 대가리때문이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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