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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을 받은 것인가?

  • 1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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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땅을 칠 만큼 너무나 후회막급한 일인 것을...ㅠ.ㅠ

내 나이 15살 때, 그러니까 중학교 2학년 여름 어느 화창한 토요일 오후였다.
나이 든 지금도 가끔 만나는 친구 놈이 심심하다고, 맛있는 거 사준다고 꼬드기는 바람에 놀러갔던 집.

처음 가본 놈의 집은 내 눈을 황홀하게 했다.
그 전까지 눈으로 구경만 했을 뿐 직접 만져보지는 못했던 통기타와 수많은 LP음반과 무엇보다 서양 아줌마들이 웃으며 찍은 컬러풀한 사진책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운명처럼 놈이 내 손을 끌고 들어간 곳은 그 때 21살 된 자기 둘째 형의 방.

마법의 램프라도 숨어 있을까 싶은 어린 호기심에, 21살 어른은 무엇을 가지고 놀까 하는 순수한(?) 궁금증에 조심조심 열어본 책상 서랍에서 이리저리 뒹굴던, 동*제약이라는 글씨가 너무나 선명했던 유리 앰플들과 이름 모를 알약들...

'약은 약 같은데 이게 무슨 약이지?' 하는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야 임마 너희들 뭐 하는거야?' 하며 뛰어들어와 거칠게 서랍을 닫는, 푹 눌러 쓴 하얀 스포츠 모자가 금방이라도 물들 것 처럼 빨간, 토요일 오후라 나가고 없는 줄만 알았던 놈의 둘째 형 얼굴.

쫒기듯 친구 놈 방에 들어와서 '야, 우리가 뭐 잘못했냐? 니네 형 왜 저러냐?" 하는 내 질문에 '우리 형 대머리잖아. 아까 그거 머리털 난다는 약이야' 라며 별일 아니라는듯 대답하는 놈의 말을 그 때 진지하게 새겨 들었어야 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니네 형 대머리였어?' 하며 터트렸던 웃음이 얼마나 경솔한 행동이었는지, 그 후 사람 좋은 놈의 둘째 형과 친해진 일년 뒤부터 만날 때 마다 '형, 대머리 치료 잘돼가요?' 하며 진심으로 위하는 척 놀려대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 형에겐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지 나중에 알았다.

내가 대머리가 된 후에야 비로소...ㅠ.ㅠ

* 형님, 미안했슈~~~ 그런데 그 때 약 사먹고 바를 돈 그냥 모았으면 지금 장가라도 갔을텐데...뭐유?
머리털은 그 때 보다 더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변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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