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를 하기 위해서 쓰기 시작한 글이,
몇몇 분들의 공감을 얻은것 같아서, 지금
매우 든든합니다. ^^ 글 솜씨가 부족하여
탈모를 겪고 있는 젊은분들의 마음을 대변
하기엔 턱없이 모자른 감이 있는 글이지만,
그래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제 마음
속 깊은 응어리를 얘기해가며 이해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최소한의 행복인 것 같습니다.
탈모를 겪으면서, 알게 모르게 인격적으로
많이 성숙해 진 것 같습니다. 내가 아픔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누구보다 많은 피 눈물을 쏟아야 했고, 상대방의
아픔까지도 진지하게 이해 할 수 있는,
드넓은 아량을 갖추게 된 것 . . .
어느 분 말씀대로, 그것이 지옥이라 할 지라도
탈모가 앗아간 많은 것들 보다는, 탈모가 준
교훈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우리들의 잃어버린 머리숱에 대한 정신적
보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자분들, ~ 남자들 머리숱 없다고 너무
싫어하지 마세요 ㅎㅎㅎ
머리숱은 없지만, 누구보다 뜨겁고 따스한
심장을 지닌 사람들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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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제대 후, 왠지 사회물을 먹으면 머리가 다시
올라올 것만 같았고, 여자 친구도 생길 줄만
알았는데, 어느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현실은 달라요! 였습니다. ㅡㅡ
군대 가면서 중단했던 프로페시아를 다시
복용하기 시작했고, 모자를 쓰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탈모인들에게 모자와 가발은
마치 마약같은 것이라, 한번 쓰는 버릇을 들이게
되면 벗기까지가 너무나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아실겁니다. 머리 숱이 많고 모발에 힘이 있어야
모자를 오래 쓰더라도 그 형태가 심하게 짓눌리지는
않는데, 반곱슬에 탈모까지 있으니 모자 벗으면,
완전 최악입니다. ㅡ ㅡ 한번은 시내 중간에서
오토바이 타고 배달가다가 바람에 휙하고 모자가
날아간 적이 있었는데, 하필은 또 모자가 횡단보도에
착지를 한 거에요;;
물에 빠진 것처럼, 두상에 촤악~ 달라붙는 머리에
땀까지 쩔어서 그야말로 가관이었죠. 아는 사람이라도
볼까봐 얼른 팔을 뻗어 모자를 주으려고 하는데,
균형을 잃는 바람에 그대로 고꾸라졌습니다. ㅡㅡ
아스팔트에 음식물이 쏟기고, 완전 난장판이 된 거죠 . . .
지금 생각해도 이 기억은 정말 소름이 끼칠만큼
비참한 경험입니다. ㅋㅋ 자동차 바퀴 자국이 난
모자를 주어 쓰고, 목덜미까지 새빨개진채로 음식물을
손으로 주어담고 . . . 앜!! 더이상 쓰기 싫어요 ㅠㅠ
보통 이런 비슷한 경험들은 비일비재 하실겁니다.
머리숱이 많았어도 쪽팔린 일인데, 탈모가 있으니
한 열배는 더 쪽팔렸던 것 같습니다. ㅋ 이후에도,
모자 쓰고 일 할수 있는 아르바이트만 골라 했습니다.
머리만 가리면 자신감이 생기는데, 머리가 노출되면
자꾸 주눅이 들고 남의 시선이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죠.
복학을 하고 나서는, 비교적 머리 손질 할 시간이
많았기에 몇 일은 모자 쓰고 가고, 몇 일은 모자 벗고
가고 . . 이런식으로 모자에 제 이미지가 맞춰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전 정수리 탈모라서 헤어스타일 연출 할때, 앞 머리는
살짝 짧게 자르고 윗 머리는 어느 정도 기른 다음에
가름마를 타서 뚜껑을(?) 덮으면 짝퉁 샤기컷 스타일도
나오면서, 탈모라는 것을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는
되었거든요. 시간이 무지하게 오래 걸린다는게
문제였지만요 ㅠ
그리고 우연히 예전 그녀와 다시 연락이 되었습니다.
몇 년 동안, 단 한번도 잊어본적이 없던 그녀였습니다.
그녀가 저를 만나고 싶어했지만, 선뜻 그녀 앞에
나설수가 없었습니다. 또다시 혼자만의 이별을 미리
준비하며 제 마음을 열게 될까봐 두려웠던 것이죠 . .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이미 한번 겪어봤으니까요.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번번히 만남을 거절했습니다.
얼마 후,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마음에도 없는 축하 인사를 해주었죠.
나도 . . 누구보다 잘해 줄 자신 있었는데 . . .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었는데 . . .
머리카락을 뽑힌 삼손처럼 . . .
전 알게 모르게 시들어가고 있었던 거에요.
탈모로 살아 온 인생 얘기를 하면 한도끝도
없을 것 같고,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ㅋ
전 지금도 그녀와 친구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스무살 이후로 만나진 못했지만, 인터넷의 발달이
여러모로 꽤 쓸만하더군요. ㅎㅎ
그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남을 가졌던 여자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프로페시아의 꾸준한 복용과
본인의 머리카락 밀도와 두상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찾으면 좀 어색하긴 해도 초기 탈모는 어느정도 커버
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제가 모발이식수술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이렇게
머리에 온 신경을 쏟아부어가며 상대방의 입에서
머리 라는 단어 한마디에도, 움찔움찔해가며
젊은 날을 자신감없이 살아가는것이 이젠
너무나 지쳐서입니다.
100프로 예전 모습을 찾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조차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수술을 통하여 제 잃어버린
자신감의 반만이라도 되찾을수 있다면 전 만족 할 것
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머리 때문에 제 사랑을 떠나
보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머리카락과 함께 가지지 못했던 것 . . .
놓쳐버렸던 것 . . 이제 모두 보상받으며
살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젠 누구에게도 쉽게 고개 숙이지 않고,
바람 부는 날에도 목에 힘 주며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탈모인 동지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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