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포함 외모로 인한 상처 에피소드입니다.
트라우마로 남은 아물지 않은 상처지만, 등업도 할 겸 공유해봅니다. 2021년 일이니, 약 2년 전입니다.
당시 28살이었네요.
틴더로 만났습니다.
이래저래 신뢰가 안 가 카톡으로 넘어가진 않았고, 어플 안에서만 채팅했습니다. 그게 사건 원인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도망간년의 인성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틴더에 올린 사진은 다소 과거 사진이라 외모 차이가 좀 있었습니다. 포샵을 하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고, 특히 머리숱 차이가 있었던 거 솔직히 인정합니다. 소개팅 당시 저는 탈모가 진행돼 앞머리를 짧게 깎은 스타일이었습니다. (미용실이라도 잘 만났으면 좋았으련만...또 슬프네요)
어찌저찌 약속을 잡았고, 어느 피맥집에서 만났습니다. 여자는 일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미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분 좋기보단 오히려 당황스럽고 난감했어요. 순간적으로도 제 외모와의 격차를 느껴 기죽고 민망했던 거죠.
저는 웃으며 밝게 리드해도 모자를 판에 표정도 굳어버렸습니다.
뚝딱거리며 주문을 마쳤습니다.
그때 그년이 화장실에 간다며 나갔습니다. 그렇게 도망갈 줄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전 순진했죠.
가방을 챙겨 화장실을 가는 게 그런 의미일 수 있겠단 걸 이젠 알아버렸습니다.
5분, 10분, 15분
공백이 길어지면서 갑자기 어떤 직감이 느껴지고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틴더 창을 다시 켜보니 그년과의 채팅창은 사라져 있었습니다.
도망간 거였죠.
너무 창피했습니다. 괜히 식당 안 사람들이 내 얘길 하는 것 같고 사장님은 날 동정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수치스러웠습니다.
이미 나온 맥주 2잔은 그 자리에서 괜히 여유있는 척하며 비워버리고, 피자는 나오기 전에 사장님께 포장해달라고 했어요. 정말 슬펐어요.
그리고 지금입니다.
머리는 그때보다 더 빠졌고 나이도 들었지만, 여러모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강렬한 연애도 한 번 했고요. (대머리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때의 일은 여전히 제게 큰 상처입니다. 인간의 잔혹함(비열함, 나약함)을 간만에 겪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주문까지 해놓은 상태에서 도망이라뇨...
제 사연이 작은 위로가 되었음 좋겠습니다.
☞ 본 게시판에서 모발이식 수술 후기는 신고 바랍니다. (삭제 및 탈퇴)
댓글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