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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토론] 전신탈모 21년째입니다. (스압, 젤잔즈정 이야기 포함, 잡담 모두 포함)

  • 11년 전

  • 2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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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봄, 전신탈모가 시작되었고 지금 32살이니.. 21년째 이 병을 안고 살고 있네요.
인생 2/3에 털이 없다니.. 이 무슨...

ㅎㅎ 어릴 때는 모자를 쓰고 다녔어요. 그래서 좋아하던 운동도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뛰면 모자가 잘 벗겨지잖아요^^;;

20대 초에만 해도 1년을 주기로 호전되었다 악화되었다를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는 그냥 깜깜 무소식이네요.
에이 뭐,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발을 쓰고 눈썹 문신을 하고 다닙니다.
처음엔 하이모, 밀란을 쓰다가 지금은 걍 패션 가발 쓰고 다닙니다. ㅡㅡ;
가발나라 라고.. 홍대에 오프라인 매장도 있어서 가발 살 때마다 갑니다.

눈썹은 문신을 하기 전까지는 아이브로우 펜으로 그리고 다녔는데요..
지금은 문신을 해서 너무 편합니다. 눈썹 그리는거 진짜 힘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화장하시는 여성분들 존경합니다.. 정말로..

아.. 그리고 병은 있지만 연애는 잘 하고 다닙니다.
의외로 여자들이 큰 문제로 삼진 않던데요...물론 처음부터 내가 털이 하나도 없어 라고 말하진 않고, 연애 하다가 말합니다. 그러니 처음에만 잘 속이세요 (???)

병에 대해서 스스로는.. 감기 정도로 여기고 살고 있습니다.
물론 가발 착용할 경우에만요....

그런데.. 가발 없인 창문도 못 엽니다 ㄷㄷㄷㄷㄷㄷㄷ
아무데도 못 가요... 두려움도 생기구요.. 거의 장애 수준입니다.
행여나 집에서 편하게 쉬는데, 누가 초인종이라도 누르면 심장이 벌렁벌렁해집니다.
신체적으로 생기는 게 아닌, 정신적으로 인한 행동의 제약이 생기는 것 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 보조기구(가발)의 도움 없인 아무데도 못 가니 장애가 맞죠 뭐...

여러분 가발 쓰고 다니세요. 헤헤 :)

치료는 많이 받아보았습니다. 어릴 때 경희의료원, 연세 세브란스 병원, 동네 의원... 다니다가
나이좀 더 먹고 서울대병원, 인하대병원도 가봤어요.

그 결과는 지금 이렇습니다.
아무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완치도 되지 않았습니다.

기억나는 교수님들의 말씀으로는...
"어릴 때 발병한 경우, 제 때에 치료하지 않은 경우 예후가 좋은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라고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셨던 것도 기억 나고..

"아 이젠 더 이상 시도해볼 방법이 없네요." 라는 말도 들었구요.

가장 신기했던 치료 방법은.. 자외선 치료였습니다.
뭐 수상한 기기에 벌거벗고 들어가서 (속옷은 입을걸.. 낑)
자외선을 일정 시간 온 몸에 쬐는 거였습니다.
여름에 이 치료를 받았더니 글쎄...!!

저의 피부가 예쁘게 태닝되었고, 친구들은 어디 좋은데 다녀왔냐고 묻는 일이 있었어요 ㅋㅋㅋ

네.. 태닝 되었고 털은 뭐....

그게 마지막 치료였습니다.



어휴 이제 1/3 정도 쓴 것 같네요 ㄷㄷㄷ 미안합니다.



어쨌든.. 여러 치료를 받던 과거에, 중학교에 입학해서 알파벳을 막 배우기 시작한 저에게, 심우영 교수님께서 저의 병명을 영어로 가르쳐주셨던게 기억나요.
토요일 외래진료였고, 뭐.. 무슨 치료인지는 기억 안 나지만,.. 뭔가 머리에 5~10분 정도 쪼여주셨던걸로 기억합니다. 여튼, 그 당시 알려주셨던 Alpecia Universalis 라는 병명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습니다.
영어 자료를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주신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


대다모 사이트를 알게 된지는 오래됐지만, 제가 앓는 병이 200,000명 중 1명이 앓는 희귀질환인지라
정보 얻기도 힘들고.. 그래서 활동은 안 했습니다.


그라던 제가 대뜸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 젤잔즈정이 출시되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시작 돼요.
(화이자, 최초의 '먹는 관절염치료제' 젤잔즈 출시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3/05/0200000000AKR20150305092100017.HTML)

젤잔즈정. 성분명 토파시티닙시트르산엽 (Tofacitinib Citrate)
작년 여름, 전 탈모인을 흥분케 만들었던 낚시 뉴스 기사, 기억 나시나요?
(대머리 탈출구 ‘활짝’…탈모에 효과적인 약 찾았다 <美 예일대>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40620601008)

류마티스 관절염 약으로 전신탈모를 치료했다던 뉴스.. 많은 사람들이 탈모는 언제 치료되냐고 댓글로 아우성거리던 것이 기억 나네요.

저야 속으로 '어엇 어쩌면!' 이라 생각하였고, 그 뉴스가 나온 날 이것 저것 검색해보았지만 별로 얻은 것이 없습니다. 국내에서 출시된 것도 아니었고...


그러다 오늘 그 전설의 약이 출시되었다길래 찾아보았습니다.
일단 약 정보입니다.
(약학 정보원, 젤잔즈정 http://www.health.kr/drug_info/basedrug/show_detail.asp?idx=75191
젤잔즈정 설명서 http://www.health.kr/images/insert_pdf/IN_2014040300001_00.pdf )

국내 판매 용으로는 "5mg" 만 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분이 궁금하실 가격은.. (두구두구..)
급여항목일 경우 1정에 12995원 입니다. 1통에 30정 들어있고,,통당 가격이 약 36만 원 쯤 되겠네요.
비급여일 경우는 모릅니다.. 미국 가격은 1통에 $2055 달러랍니다. 1년이면 $24,0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그냥 가발 쓰고 눈썹 문신하고 이렇게 살아야 하나봐요...

아니지! 음.. 의약품 특허 기간이 약 20년 이니까.. 2035년 쯤.. 52살 쯤에는 저렴한 가격에 치료받을 수 있겠네요...!!
하하하.......................................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요.
우선, 이 약을 구입할 때 급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류마티즈 관절염으로만 사용되는 경우입니다.
전신탈모 치료용으로는 비급여 대상이며.. 가격은 모르겠습니다. 미국 가격이랑 비슷하지 않으려나요?
전신탈모로 비급여인 것은, 임상실험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 그럼 이거 임상실험하는게 있지 않을까 또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없어요. 혹시나 알고 계시다면 공유좀.. :)

아...
아...
임상실험 받고 싶다!! (21년산 전신탈모인이 여기있는데!!)

하지만 없네요.

우선.. 아마 시장 논리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류마티스를 앓는 사람은 대강 1%, 전신 탈모를 앓는 사람은 0.0005% 입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쯤 되는 것 같긴 해요. 참조 : 영문wiki, Alopecia universalis, http://en.wikipedia.org/wiki/Alopecia_universalis, "... It is the most severe form of alopecia areata, with an incidence of .0005% (1 in 200,000).) :: 전신탈모는 원형 탈모의 가장 심각한 형태로, 발병률은 약 0.0005%이다. (근데 출처 불분명)")

환자도 적고, 시장성도 적고. 임상실험도 안 되고... ... 그러니까 비급여 항목일 뿐이고...
에휴. 교수님들.. 논문 쓰게 도와드릴게요.. 임상 실험좀.. T_T

사실, 살면서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저와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을 본 적이 많이 없습니다.
바로 옆에서 본 것이.. 여지껏 네 명이네요. 물론 지나가다가 본 것이예요.. ㅎㅎ

비록, 그림의 떡 같은 치료제이지만.. 그래도 궁금하지 않나요..?
얼마나 먹으면 '나을 수도' 있는지 말이예요.

어쨌든, 너무 비싸서 당장 먹을 순 없지만, 이 약으로 치료된 25살의 청년은 얼마나 먹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국내 뉴스에서는 다 낚시성 뉴스라 제대로 된 이야기가 없어서 힌트가 된 예일대부터 검색해서 찾아보았습니다.


우선, 소문의 그 분입니다.
예일대 조교수, Brett King 박사님. ( http://medicine.yale.edu/dermatology/people/brett_king-1.profile )
관심사가 무려.. 난치성 피부 질환입니다. 왕 박사님 왠지 멋져요.

프로필에 뉴스가 있길래 눌러보니, 영문으로 작성된, 보다 상세한 정보가 담긴 영어 뉴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In hairless man, arthritis drug spurs hair growth — lots of it", http://news.yale.edu/2014/06/19/hairless-man-arthritis-drug-spurs-hair-growth-lots-it)

내용이야 다 아실테고.. 이 기사에서는 복용을 얼마나 했는지가 나와있더군요.
"
After two months on tofacitinib at 10 mg daily, the patient’s psoriasis showed some improvement, and the man had grown scalp and facial hair — the first hair he’d grown there in seven years. After three more months of therapy at 15 mg daily, the patient had completely regrown scalp hair and also had clearly visible eyebrows, eyelashes, and facial hair, as well as armpit and other hair, the doctors said.
"

대강 번역해드리자면,
처음 두 달간 토파시티닙 하루에 10mg 복용하니 건선이 호전됨. 무려 7년 만에 두발과 얼굴 털?(솜털, 턱수염 )등이 자람!
그 후 석 달간 하루 15mg 복용 , 전두에서 털이 자람. 눈썹, 속눈썹, 얼굴 털도 다 자람.
그니까.. 5개월 지나니 다 자람...
그 후 3개월은 복용했다는 명확한 이야기는 없고.. 8개월째 사진 보면 완치된 것으로 보입니다.

1년도 안 걸리네요...

와..부럽당...

이 약이 원리가 뭐길래 류마티즘도 치료되고, 건선도 치료되고, 전신탈모도 치료되는 걸까요?
염증성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이 사용하는 세포내 신호전달 경로인 'JAK'(야누스 키나아제)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사이토카인 증가를 막아 증상 진행을 억제하는 원리라고 합니다.


한글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것은 기분 탓입니다.

ㅎㅎ

오늘 오랜만에 제 병에 대해 찾아보다가 흘러 흘러 이 곳까지 오고..
저는 하루를 꼬박 들여 이 글을 쓰고.. 그랬네요.

마지막으로.. 전신탈모를 겪고 계시거나, 국내 관련 커뮤니티를 알고 계신 분이 계시려나요...
없으려나요. 워낙 희귀하다보니...

미국에는 있습니다. NAAF라고 하네요. (https://www.naaf.org/)
연례모임도 있고, 경제적 서포트, 연구 지원등을 해주고... 일 년에 4회 정기 소식지도 발행해주네요.
하지만 난 한국에 사는데!!
그나저나.. 미국에서도 저 정도 인원밖에 안 모이면 뭐.. 정말... 희귀하네요..
뭐랄까.. 고통받는 사람이 있긴 있는데.. 너무 적어서 관심에서 멀어지는 비운의 병 같은 거네요.

ㅎㅎㅎ
제 연락처라도 공개하겠습니다. 동병상련의 마음가짐으로 연락 유지하실 분들은 편하게 연락주세요 :)
010-4223-2357

저는 혹시나 모르니.. 임상시험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더 찾아보고 하루를 마무리 지어야겠습니다.

이 병이 참 나쁘지만 뭐... 죽는 병은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ㅋㅋㅋ
게다가 유전도 안 된다니 얼마나 다행이예요! ㅋㅋ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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