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44세 탈모인 입니다.
꽃다운 대학교 2학년...
20대 초반부터 탈모가 시작되어 연애 한 번 못해보고 엄청난 고민을 하다가 군대를 갔습니다.
군대가서 머리를 짧게 깍으니 이마가 더 훤하게 드러나더군요...
조교들에게 저는 이름이나 훈련병이 아닌 "야 거기 대머리!" 뭐 그런 명칭으로 더 많이 불렸습니다.
그래도 뭐 다들 남자들이니 많이 쪽팔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머리 때문에 가끔 놀림도 받으면서 군대를 제대하고
다시 대학교에 복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탈모는 계속 진행이 되어 앞머리도 얼마 남지 않게 되었죠.
뭐... 대부분 그러시겠지만 답은 모자밖에 없더군요.
학교는 물론 밖에 나갈때에는 항상 모자를 썼습니다.
그때 생각은 내 머리를 들키면 안돼 ... 그런 생각밖에 없었죠.
성격도 내성적으로 변하고 심적으로 많이 위축되고 그랬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다들 미팅도 하고 그랬었는데 저는 머리 때문에 제대로 된 미팅, 소개팅은 거의 안(못)했었네요...
아무튼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니 슬슬 취업이 걱정되더군요.
머리가 없으니 면접에서 안 좋은 점수를 받을게 뻔하니까요
그래서 부모님의 권유로 가발을 처음 맞춰서 쓰게 되었습니다.
하... 가발을 처음 쓰던 날은 정말 잊을 수가 없네요.
내 머리카락을 영영 잃어 버린것 같은 상실감에
처음 몇 주 정도는 정말 슬프고 어색했습니다.
몇 달 지나니 친구들도 아무말 없이 평소대로 대해주고 적응이 되더라구요.
그러다가 졸업을 하고 가발을 쓰고 면접을 보고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취업을 하니 사무실 직원들이 수근거림을 느끼게 되었네요.
겉으로 대 놓고 얘기는 안 하는데 내 머리를 쳐다보면서 ... ㅎㅎ
술자리나 그런데서 상사분들은 더욱 노골적이었죠.
가발 얼마짜리냐? 나도 머리가 빠지는데 어디서 한거냐? 등등
여직원들 있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죄 지은건 없지만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웃어 넘길 일이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화가 나던지.
그냥 그렇게 회사를 다니다가 결혼이라는 문제가 또 생기더군요.
여자들 설문조사를 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가장 싫어하는 남자가 대머리 라는 걸 보고 결혼은 꿈도 꾸지 않았는데
(여자들 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이건 정말 이해가 안갑니다.)
부모님의 등살에 선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한 20번도 넘게 본거 같아요.
여자들 만나면 초기엔 잘 되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몇 번 만나면 여자들도 내가 가발을 썼다는걸 아는 눈치더라구요.
그래서 이유도 없이 차이고 차이고 그런게 반복되어 부모님에게 그냥 나 혼자 살꺼라고 간섭하지 말라고
성질도 부리고 그랬었네요...
그렇게 그냥 혼자 살다가 40살이 되었습니다.
40이 되니 집에오면 외롭고 친구들 다들 결혼해서 초등학교 다니는 자식들도 있는데
나는 뭔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간만에 소개팅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나보다 5살 어린 여자였습니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둘 다 술을 좋아해서 처음 만난날 밥을 먹고 술을 먹으러 갔네요.
그냥 시간낭비하기 싫었습니다. 이 여자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다. 생각하고
술기운을 빌려 그냥 내 머리에 대해서 다 말을 해 버렸습니다.
굉장히 내 고민에 대해 동감하는것 같더군요. 저도 후련했습니다.
예전엔 이런 얘기 여자들한테 못 했거든요.
그리고 집에 와서 이젠 끝이겠지? 하고 부담주기 싫어 저도 연락을 안 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어떻게 연락이 와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게되어 같이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3살된 아들도 있고 나름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 아기니까 잘 모르겠지만 머리털은 많은 것 같아요. ㅎㅎ
지금은 직장에서 직원들을 보면
신입 직원들도 그렇고 가발 쓴 사람들이 꽤 보입니다. (가발 써본 사람은 가발인지 아닌지 금방 알아보죠.)
그런 사람들 한테는 제가 신입때 절실하게 느꼈던 것이 있어서 절대 머리 얘기는 안합니다.
이젠 나이를 먹다보니 탈모에 대해서 어느정도 마음을 편하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 60넘으면 가발도 벗고 머리 빡빡 밀고 살 생각입니다. ^^
아무튼 탈모있는 분들 저처럼 너무 움츠러들지 말고 조금 더 자신있게 사시라고 글을 써 봤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런것들이 저한테는 마이너스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머리숯 많은 분들도 이 글을 읽을지 모르겠지만 머리털 가지고 사람 놀리지 마세요.
자신이 그렇게 되고 싶어서 그런것도 아니고 정말 마음의 상처 엄청 받습니다.
이상 대다모 가입해서 처음 써 본 글 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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