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찌어찌 하다가 이 곳을 알게되어서 여러 글들을 읽어보고,
특히 많은 젊은 분들의 절망을 읽고 왠지 가슴이 아파서 글을 씁니다.
저도 이제 거의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탈모가 많이 진행된 상태이고,
남들이 보기에도 실제 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는 처지입니다.
우리 집안도 아버님이 머리가 없으신 탓인지, 우리 형제 - 형하고 저도
그런 유전적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아마 22,23살 정도부터 탈모가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나면 베개에 머리숱이 거의 한웅큼씩 떨어져 있고 그랬지요.
그리곤 결국,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그 때 이미
저하고 4살차이나는 우리 형은 머리숱이 저사람 대머리구나 할만큼 숱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저와 우리형은 그런 상황에 대해서 이상하리 만큼 무신경, 아니
무덤덤했었습니다. 운명으로 체념한 것이었을까요, 하여튼 이 곳에 여러
분들이 약을 찾고 병원을 가고, 수술을 하고 노력하는 일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비듬때문에 니조랄 을 썼던
기억은 나네요. ^^... 그때 초기에 이곳에 게시된 치료나 약을 썼더라면
좀 나은 모습이지 않았을까 생각은 합니다만...)
하여튼 학교졸업하고 군대갔다 오고 하면서 이마가 완연히 드러나게 되었
고 그 담부턴 새로운 사람이나 옛날 동창 혹은 친구들을 만나기가 꺼려지
더군요. 그들을 만나면 싫든 좋든 꼭 한마디씩은 듣게 마련이거든요.
보통 "헉! 너 왜... " 하면서 끝에 꼭 웃거든요... 떠그랄..
그래도 항상 만나는 사람들 - 친한 친구, 회사사람들 사이에서는 밝고
활기차게 보일려구 일부러 노력합니다. 보통때도 항상 웃음을 보이려고
일부러 미소도 짓고, 내가 먼저 상대방의 얼굴특징 등을 가지고 놀리며
장난치고(사실 대머리만큼 놀림거리가 될만한게 또 있겠습니까마는),
바보같은 헛짓거리도 해서 웃기구... 등등..
그럼 대다수의 사람들은 즐거워 하고 저도 머리생각은 별로 안하게 되고
지내게 되더군요. 그리고 이상한 건 그런 사람들이 일부러 저의 머리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더라 이겁니다. 가끔 가다가 한두마디씩 걱정
이나 동정어린 말들은 하지만, 적어도 옛날 사람들처럼 웃거나 놀라지는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어쨌든 컴플렉스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거울을 볼때마다
옛날 모습이 생각나고, 나보다 못난 녀석들이 단지 머리숱 차이로 나서서
인기끌고 하는 모습을 보면 내심 슬퍼지죠. ㅠ.ㅠ
각설하고, 어쨌거나 모두들 쉽게 말하는 것처럼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나 머리 없는 거 다른 사람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일 잘하고 재미있게 하고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좋아합니다.
우리형도 스스로 자기를 빛나리라고 칭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 형은 젊었을 때 유덕화 닮았다는 소릴들을 만큼 잘생겼었습니다.
이건 저도 인정하는 바이구요. 그런 형이 말은 안했지만 속은 얼마나 상했을 지...
제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지 잘 아시겠지요? ^^
바꿀 수 없는 현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는 겁니다. 다만
내가 바꿀 수 있는 현실(공부, 일, 성실함, 유머..등등)은 최대한으로
바꿔서 나의 외모를 보충하구요...
그러다가 아무리 해도 자신에 대한 모습이 외모로 인해 평가절하 되고 있다고
생각되시면,그때가서 가발을 쓰시든지, 수술을하시든 지 하는 것이 어떨까요?
(저도 자기 모습에 대해 투자하고 가꾸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메이킹 차원에서라두..)
위에 말처럼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은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이것이 저의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여기 계신 동지여러분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모두들 힘내시구, 열심히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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