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가 죄는 아닌데..
사실 제가 여자라두 대머리인 남자는 싫을 것 같아요.
그러니깐 더 괴로운 현실이죠.
울 누나 둘의 결혼식 때 매형 둘이 모두 머리가 풍성한 걸
보고 안심도 되면서 부럽기도 했답니다.
저는 머리숱이 없어서 증모제 사다가 뿌리고 스프레이 뿌리고
이리 빗고 저리 빗고 별 짓을 다하는데, 저보다 4살 많은
매형은 머리숱이 많다못해 가름마를 타도 새까맣더군요.
신기해서 요리조리 만져보기까지 했습니다. 그럼 절 이해하는 매형은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누나랑 얘기하죠. 정말 숱이 많으니까
빗기도 편하겠더군요. 저는 빗는데 최소한 30분에서 1시간은 걸려요.
가름마타고, 또 가름마탄자리 증모제 뿌리고, 또 스프레이 뿌리고,
장난아니죠. 그런데 매형은 숱이 많으니깐 젤만 살짝 발라서
샥샥 넘기면 5분이면 끝나더군요. 얼마나 부러웠는지.. -_-
얼마전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졸업하기 직전에 있었던 일인데요.
저랑 친했던 여자 후배가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머리 숱이 별로 없단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두 심한건 아니라는데 의미를
두는지 저랑 꽤 좋게 지냈었죠.
그런데.. 마지막 학기 때.. 제가 휴학을 1년 정도 하고는 복학해서..
제가 머리 땜에 고민하다가 가발을 하나 맞췄었죠. 그런데 제 친구놈
하나가 제가 가발쓴 걸 눈치채고는 그 새끼가 여기저기 다 소문내더군요.
완전히 대머리된 모양이라는 둥, 머리가 다 빠졌다라는 둥 소문을
내더군요. 그 친구라는 인간은 한 번은 제 앞에서 딴 친구에게 '저 새끼
가발쓴거 봤냐? 난 봤다' 이 지랄을 하며 키득대더군요. 친구고 나발이고
그 순간 죽이고 싶은 기분이었죠. 그렇지만 참았어요.
그런데 여자애들이 절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지더군요.
갑자기 피하고, 제가 지나가면 키득대고..
제가 1년정도 휴학한 사이에 머리가 갑자기 많이
빠진 모양이라면서 '어머 왠일이야'이러기도 하고.. 완전 대머리가 됐다는
둥 이런 소리도 하고.. 미치겠더군요.
전 별수없이 가발위에 모자쓰고 다녔죠. 가발을 떼어 낼수가 없었어요.
밀란인가 개떡인가하는 가발이라서 삭발을 했기 때문이죠. 결국 그러고
다니는데 하루는 저랑 좋게 지냈던 여자 후배를 봤습니다.
절 보더니 얼굴이 벌개져서는
부리나케 도망가더군요. 저 때문에 피해를 많이 본 것 같았습니다.
여자들끼리도 자존심이란 게 있는데, 저땜에 딴 여자애들한테 자존심
구겨지는 일을 많이 당한 것 같았어요.
예전에 자기랑 좋게 지낸다고 소문났던 선배오빠가 이제는 완전히
대머리가 되어서 가발쓰고 다닌다고 온 학과에 소문이 좍 놨으니
좋을리가 없었겠죠. 한 번은 제가 도서관에서 걔가 공부하고 있는 옆을
휙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와보니 그 몇초 사이에
짐 챙겨서 딴 데로 갔더군요. 마음이 너무 아프고 미안하고 그 애마저
사람들 사이에 우스개거리로 만든 것같아서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사실 머리는 가발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히 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나서 방학되자마자 가발 떼어내고 삭발하고.. 지금은 1년정도
지났군요. 증모제가 제게 잘 맞아서 요즘은 머리 걱정 별로 안합니다.
머리도 예전과 차이 없구요. 그런데 이 기억만 떠올리면 정말
어처구니없이 헤어진 것 같아서 미치겠군요. 가끔 잘 꾸미고 이 후배
앞에 짠 나타나볼까.. 그리고 나서 다시 접근해볼까.. 오빠 머리
별 차이 없으니 예전처럼 잘 지내보자고 해볼까..
그럼 예전처럼 나에게 잘해주지 않을까 별 생각 다합니다..
다 바보같은 생각이죠.
제가 좋아했던 후배인만큼, 그리고 한 때마다 절 좋아해주었던 후배이니
만큼, 아주 멋있고 머리숱도 풍성하고 잘생긴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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