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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2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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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언론 비호, 문학적 명성에 먹칠
나는 대학시절 이문열 씨의 소설을 읽고 거의 맹인 수준이었던 한국문학에의 눈을 뜰 수 있었다. '사람의 아들', '젊은날의 초상', '레떼의 연가', '영웅시대', '황제를 위하여',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등 내 책상에는 출판된 이문열 씨의 소설이란 소설은 모두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대중들의 기억에 가장 많은 기억을 남긴 작품은 영화와 연극으로도 상연된 바 있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아닐까 생각된다.
난 오늘자(7월 2일) 조선일보에 기고된 이문열 씨의 시론 "'신문없는 정부' 원하나"를 보고 문득 이 소설을 떠올리고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이 소설의 내용은 알고 계신 분들이 아마 많으리라 생각된다. 시골학교에 전학간 주인공이 엄청난 카리스마와 권력을 가진 학급 반장 엄석대가 장악한 학교에서 그 권력체제에 편입되지 않기 위해 저항하다가 결국은 엄석대에 굴복하여 권력이 하사하는 달콤함을 맛보기도 하지만, 새로 오신 선생님이 이러한 비정상적인 권력체제와 비리를 파악하고 엄석대를 응징하고 학급을 직접 장악하여 정상적인 학교로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성년이 된 주인공은 어느 날 쇠고랑을 차고 끌려가는 엄석대를 마주치게 된다.
이 소설은 당시 권력의 속성을 한 학급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절묘하게 묘사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관심과 공감을 불러 일으켰으며, 새로 오신 선생님이 엄석대를 응징하고 반의 평정과 정의를 되찾는 장면에서는 짜릿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 소설의 엄석대, 지금의 족벌언론과 상당히 유사하지 않은가? 엄석대(족벌언론)는 지금껏 선생님(권위주의 정권)의 비위에 맞춰 학급(여론)을 말썽과 잡음없이 잘 통제해 왔다. 그 대가로 엄석대는 학급(국민의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선생님께 묵인받아 행사해왔다. 마음에 들지 않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반원(노무현, 최장집, 황태연, 한완상 등 개인과 시민단체, 노동계)은 구슬리기도 하고, 겁을 주기도 하고, 따돌리기도 하면서 권력체제에 편입시켰다.
그러면서 시험칠 때마다 대리시험과 부정행위(탈세와 불공정거래, 권력유착)로 항상 공부도 1등이었고(판매부수 1위) 선생님들(정치권)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새로 오신 선생님(김대중 정권)이 이런 엄석대의 잘못된 권력행사와 비리를 들춰내고 바로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소설에서는 선생님의 강력한 응징으로 엄석대는 떠나가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역시 현실은 다른 것인가 보다. 이 소설의 작자가 엄석대를 옹호하고 나섰으니...
이문열 씨는 이 칼럼에서 현재 언론사의 세무고발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기관사들이여, 이제라도 급제동(急制動)을 걸어라. 브레이크를 밟아라. 늦었더라도 승객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하지만 굳이 두 기관차가 충돌로 승패를 가름해야 한다면 나는 언론쪽의 승리를 기원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정권은 한 시대의 정치제도가 빚어낸 가변적 현상이지만 언론은 제도 그 자체로서 영구적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없고 정부만 있는 사회보다는 정부가 없고 언론만 있는 사회를 선택하겠다는 말은 바로 이 뜻이 아니었던가."
이문열 씨는 선생님이 엄석대의 전횡을 바로잡고자 나선 것을 두 기관차의 충돌로 비유하면서 선생님보다는 엄석대를 택하고자 한다. 조선일보의 동인문학상 평생심사위원의 위촉 등 '엄석대'의 권력체제에 편입된 대가로 맛보는 혜택의 달콤함을 지키겠다는 이야기인가? 하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여러 행태를 보면 비단 이문열 씨뿐이 아니다.
TV방송토론에 출연해 느닷없이 언론사의 탈세와 불공정거래를 김정일답방문제에 슬쩍 걸치는 홍사덕 씨나, 대통령에게 언론사에 대한 너그러운 처분을 당부하는 김동길 씨나 조선일보에 등장하는 일부 논객들은 모순되고 왜곡된 사회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생각은 없다.
1년여만 더 있으면 딴 데로 전근가게 되어 있는 선생님보다는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계속 독점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엄석대에게 기대고 싶은 것과 다르지 않다. 하기야 다음 선생님으로 거론되는 이회창 씨도 그야말로 확실한 '엄석대'의 편이 아닌가?
한때 문학적 동경과 찬탄의 대상이었던 이문열 씨. 그는 그냥 문학적 성취를 묵묵히 이어가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나누어주는 감투와 문화권력의 혜택에 떠밀려 이렇듯 그의 문학적 명성에 먹칠을 하는 시론은 쓰지 않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의 화려한 수사, 풍부한 상상력과 인고의 노력 끝에 쓰여진 빛나는 작품들이 한낱 글이 주는 달콤함, 그 이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이문열 씨야 말로 또 다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OhmyNews 7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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