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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여자라도.

  • 24년 전

  • 1,330
0

대머리한테는 시집 안갈듯.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제가 혼기의 여자라면
무엇보다 상대방 머리숱을 제일 먼저 볼 것 같다는.
어쩌겠어요. 여자들 입장도 이해해야죠. 점점..
여자나 결혼쪽엔 관심이 없어지는것 같네요.
'오빠의 머리가 빨리빨리 벗겨지고 배가 나왔음 조켔어'
라는. 누구 노래같이 천사같은 아가씨가 어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전 자고 나면 한움큼씩 머리가 베게에
흩어져 있는, 머리감을때마다 손이 덜덜 떨릴만큼 두려워하는,
맑은 날엔 맑아서 못나가고 비오는 날엔 비와서 못나가고.
바람부는날엔 바람불어서 못나가는..
이런 불행을. 고통을 제 아들, 손자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오늘 아침에도 아버지께 화를 냈어요.
당신때문에. 당신 닮아서 내가 대머리가 되는거라고.
얼마나 아껴주시면서 보듬어 키우셨는데.. 정말 불효자식이죠.

요즘은 죽고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하루만 풍성한 머리숱으로 살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따위..
이래선 안되는걸 알면서도. 방에서 목매 죽은거 동생이 보면
얼마나 놀랄까, 옥상에서 떨어질때 소리를 지르진 않을까..;
따위의 생각들을 하는 저를 발견하면서 놀라곤 하죠.

.. 그렇죠. 죽는것도 무섭고, 사는것도 무섭고.

뒤통수까지 벗겨진 어른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부터 들죠.
저도 그 어른들처럼. 그렇게 견디고,
이겨내면서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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