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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일뿐....

  • 24년 전

  • 1,633
0
'못난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봐도 즐겁다'란 말이 있죠.
무슨 시구에선가 읽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시였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
약점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포용하고 위안을 받는다는 뜻이겠죠.
약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탈모인들은 미적으로 너무 두드러진 약점을 갖고 있죠.
더구나 외모지상주의가 대세인 현대의 가치관 속에서
탈모는 더욱 큰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걸 부정하기는 힘듭니다.
같은 입장이 아니고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탈모의 고통.
우리 머리카락을 파괴하고 자신감을 파괴하고 나아가서 삶을 파괴하는 탈모라는 괴물.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가야겠지요.
우리 모두는 바로 그 '바보'들이니까요.
서로 얼굴만 쳐다봐도 즐겁고 흐믓한 '바보'들이니까요.

(이 글을 쓰는데 옆에서 동료가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네요.)
그래 어쩌겠습니까 탈모가 이미 와버린 것을..
원치않은 괴로움이 우리에게 이미 닥쳐와 버린 것을 어쩌겠습니까?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우리 곁에 또아리를 틀고 앉은 이 고통을 어쩌겠습니까?
이겨내야 겠지요.

그런데....
이겨내기 전에 먼저 해야할 것이 있겠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탈모를 나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
세상을 원망하고 삶을 증오하는 분노를 넘어서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그것을 먼저 해야겠죠.
현실을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것
안타이오스가 땅에서 발이 떨어지는 순간 헤라클레스에 의해 내동댕이쳐지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칸트가 '발은 땅에 눈은 하늘에'라고 말했듯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란 걸 먼저 알아야겠지요.

그리고 그 담에는 극복해야겠지요.
머리가 나는 것이 완전히 극복하는 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유전자를 해독하고 생물체를 복제해 내는
이 위대한 과학의 시대에도 탈모는 극복되지 않는군요.
그럼 어떻게해야 극복하는 걸까요.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이야기겠지만 정신으로 마음으로 극복해야 하겠지요.
우리들의 부모가 우리에게 말했듯 우리가 우리의 자녀에게 말할 것이듯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린 것이겠지요.
세상은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바뀝니다.
세상 자체가 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 바뀔 뿐.
기억나시나요?
어떤 여인과 사랑에 빠진 후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였던지
상실의 아픔을 겪고난 후 세상이 얼마나 어둡게 보였던지.
세상이 바뀐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바뀐 것입니다.
우리 내부의 자아에 의해 우릴 둘러싼 세계가 완전히 바뀌었지요.

물론 힘듭니다. 저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탈모라는 커다란 약점을 안고
세상을 긍정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저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우리는 이미 어려운 상황에 놓여버린 것을..
인정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겠지요.
히딩크. 우리나라 축구 감독.
저는 축구 감독으로서의 그 사람은 잘 모릅니다. 지만 그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가 그랬더군요 '나는 나일뿐.. 나는 개방적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슴에 와 닿더군요.
주위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소심한 나 자신
사랑에서, 일에서, 취직에서 , 모든 생활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위축되어 버린 나 자신
열어야겠죠. 마음을 열어야겠죠.
그래요.두려워 말고 세상을 가슴으로 한껏 받아들입시다.
어느 누구도 나 자신을 대신해 살아줄 사람은 없습니다.
내 삶을 내가 주인이 되어 살아갑시다.

새는 날아야 합니다.
꽃은 피어야 합니다.
불은 타올라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그것은 이미 새가, 꽃이 불이 아니겠죠.
우리의 삶.... 살아갑시다.
우리가 태어난 이상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의무입니다.
두려워말고 살아갑시다.
가끔씩 위안도 주고 도움도 받으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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