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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에의 속박, 구속, 낙담, 그리고 공허함

  • 24년 전

  • 1,382
0
제 나이 25살.

머리숱이 전체적으로 적습니다.

또한 유전으로 인한 곱슬입니다.

M 자입니다.

위대한 유전의 힘이 나은 지독히도 넓은 이마 입니다.

아침에 머리감으면서 빠지는 갯수로 하루의 운세를 점치며 저는 하루를 시작합니다.

드리이의 열이 머리에 나쁘다는걸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드라이를 머리에 들이 밉니다.

드라이가 없이는 이 저주받은 곱슬머리가 정리가 되질 않기 때문입니다.

드리이가 없이는 머리가 모두 주저앉아 버려 수습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당장의 내 모습에 욕심이 생겨 드라이를 들이밉니다.

버스정류장 앞.

내가 탈 버스가 들어오면 멀리 떨어집니다.

버스가 정차하는 순간 불어오는 바람. 그 바람을 피하기 위해 뒤로 뒤로 물러섭니다.

어쩌다 버스에 자리가 나서 앉더라도, 앞 사람이 창문을 열면 일어섭니다.

제 다리가 철인 삼종경기에 나갈만큼 튼튼해서 일어서서 가는게 아닙니다.

더운 여름에 차창으로 부는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몰라서 서가는게 아닙니다.

때문에 저는 자꾸 자꾸 우울해 집니다.

이 저주받은 머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하얀 피부를 볼때마다

노란색 양복을 입고 장례식에 간 사람마냥 황당해 집니다.

나이보다 5살은 어려보이는 얼굴을 볼때마다

이 얼굴에 대머리가 되면 정말 블랙 코미디겠다 생각하며 한숨을 쉽니다.

오늘 미장원에서 머리를 잘랐습니다.

언제나처럼 뒷머리 하구 옆에만 잘라줄까? 라고 묻는 아주머니 한테

그냥 알아서 잘라주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집에 와서 한시간 정도 멍하니 거울보다가 대다모 사이트가 생각나서

이곳에 들어와 주저리 주저리 두서없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개발된 것들중 저한테 필요없는 몇가지 물건들

그건 숱가위. 그리고 무스

머리카락이 저의 모든 일상을 지배한지 이제 1년정도.

단지 이마만 넓었던 시절이 간절해 질 정도의 고통. 우울. 한숨

대머리가 될 수밖에 없는 저주받은 필연에 묶여진 저의 현실을 마주볼때마다

정말이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 좋아하던 햄버거를 머리때문에 안먹기 시작했습니다.

그 좋아하던 라면도 단지 머리에 나쁘다는 이유로 피하게 되었습니다.

음식이란 맛으로, 만든 사람의 정성으로, 기분으로 먹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음식을 머리에 좋고, 나쁜 두가지로 분류해서 입에 쑤셔넣고 있는 저의 모습에

환멸을 느낍니다.

머리에 약을 바를때마다

빗으로 두드릴 때마다

머리가 날꺼라고, 굵어질꺼라고 자기최면을 걸때마다

저는 조금씩 조금씩 자신감을 잃어갑니다.

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또 진정으로 살기 위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책상앞에 앉아있는 순간에조차 제 의식의 지배자는 "탈모에 관한 걱정"이란 녀석입니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배워야 할것 같습니다.

남들의 시선에서 보다 처연해지는 법을 억지로라도 터득해야 겠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저는 사회로 나갈수 있을것 같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의 평온을 찾기가 이렇게 힘들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이렇게 한심한 놈인줄 정말 몰랐습니다.

탈모라는거, 탈모인으로 살아간다는거. 정말이지 힘이 듭니다.


답답한 마음에 혼자서 악을 쓰며 외쳐봤습니다.
이곳이 아니면 말조차 못하는 고민
여기서 이렇게 쏟아내지 않으면 미쳐버릴꺼 같아서
이기적인 마음에 혼자 소리지르다가 갑니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편히 잠들수 있을것 같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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