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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 그리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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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내 손으로 담배 겉 비닐을 뜯을 때, 문득 법을 어기는 듯한 불안함이 느껴졌다. 케이스를 열어서 은박을 벗기고 담배를 꺼내기까지, 불안함이 가시지는 않았다. 하지만 불안감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호기심에 패배하게 마련이다. 손은 점점 대범해지고, 마치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미지의 영역에 닿아있는 듯 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고.. 어느덧 담배는 내 습관이 되어 버렸다. 누가 말했던 것처럼 "담배에 죽어도 좋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담배가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것은 사실이다. 의도한 바는 없는데.. 중간중간 끊어야겠다고 결심할 때도 많았는데... 그렇게 담배는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처음 모xx을 찾을 때,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에 들어간다는 느낌이었다.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서, 시야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고 발을 들여놓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이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호기심이 느껴지는 그런 긍정적인 느낌도 없었다. 물에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담을 받았다. 상담받을 때 사실은 면접이 예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면접시험을 앞두고 있다는 변명을 했다. 뭐라 할 말이 없었기에.. 이런 상태로 우선은 제품제작을 의뢰했다. 의뢰를 막상하고나니 호기심이 마구 생겼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어느새 일년 육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클립식 가발을 착용하다가 이번에는 고정식 가발을 사용하게 되었다. 담배피는 사람들이 하나만 피우고 그만피워야지 하는 것처럼, 이제 가발이라는 것을 그만쓰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티가 날까봐서? 그렇지는 않다. 가발을 쓰다보면 내가 스타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자연스러운지 아닌지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가발을 쓰다보면 어느새 가발에 익숙해져서 '티가 나느냐, 아니냐' 하는 고민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헤어스탈이 좀 예쁜가, 아닌가'하는 대범한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가발을 벗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는, "아, 짜증난다, 언제까지 숨기면서 살아가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때다. 내가 가발을 쓰는 건 머리숱이 부족한 것이 병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대머리임을 감추고 싶어서가 아니다. 좀 더 스타일을 내보고 싶고, 남들에게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이다. 내 나이에 맞게 살아보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발은 패션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나는 그냥 패션으로 인정받고 싶으나 사람들에게는 그저 대머리 가리개가 되어버리는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가서 "가발도 패션일 뿐이예요"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이런 생활이 구질구질하고 짜증난다는 생각이 들 때, 차라리 벗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처럼 이제는 가발을 벗을 수는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패션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지만, 가발이 대머리 가리개 역할은 톡톡히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가발 없이 외출하는 게 어색할 정도로 가발은 내 생활이 되어버렷다. 물에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처음 모xx을 찾았던 내가, 이제는 사장님과 가발에 대한 불편한 점 좋은 점을 넘어서서 살면서 생기는 일들까지 스스럼 없이 이야기하는 정도의 사이까지 되었다.
큰 일이 없는 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 가발을 쓰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가발을 쓰는 것에 큰 불만도 없다. 엄청 만족감을 갖고 있다. 물론, 더울 때도 있고, 가려울 때도 있고, 가끔 스타일 안나와서 머리 두 번 감을 때도 있고, 여행가서 1박 2일하느라 엄청 신경 쓸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다 견딜만한 것들이다.
다만, 가발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과 싸우고 싶다. 가발을 착용하는 사람들조차 가발은 '선 대머리 가리개, 후 패션'이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이 가발쓰면 패션이고, 일반인이 가발쓰면 대머리 가리개이다. 그런데 이런 구분은 쓸 때 없는 것이다. 쌍커풀 수술이, 외커풀 치료수술이 될 수는 없다. 미용의 일환일 뿐이다. 마찬가지다. 가발도 미용의 일환이고, 패션이다. 성형수술이 오랜시간 이야기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 것처럼, 가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바꿨으면 좋겠다. 가발은 패션이라는 인식, 이것이 내가 말하는 자유다. 아... 자유롭고 싶다....
다만, 용기가 없어서, 오늘도 익명으로 글을 쓴다. 알아주는 사람이 있겠지..
그리고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뜻을 갖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자유로워 집시다!
추신. 위의 글은 두번째 가발 착용기를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첫번재 착용기도 닉네임 검색해 보시면 나옵니다. 하지만 읽는 분에 따라서 은근한 광고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포샵이 없어서, 그림판으로 짜른 사진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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