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형탈모 처음 시작된게 99년이었네요.
동생이 머리에 조그만 구멍이 났다고 한걸 별 대수롭지않게 느끼다가 금새 다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이후 머리가 자랐다가 빠졌다가를 반복. 지금은 대충 자라기는 했는데 아직도 부분 부분 빠져있어 모자를 쓰고 다닙니다.
제가 군 제대하고 원형탈모 나기 직전에 여드름으로 좀 고생한적이 있었는데 당시엔 얼굴을 대패로 갈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왜 나만 얼굴에 뭐가 날까 고민도 하고 다니던 대학도 그때문에 빠지기도 했었죠. 물론 지금은 괜찮습니다만..
그런데 원형탈모로 고생하다 보니까 여드름은 아무것도 아니더라구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데 더욱 내성적으로 변했고 매사 하는 일에 자신감도 없습니다. 일도 모자를 쓰고 하는 일만 찾아다니게 되고 늘 머리에 신경이 쓰여 누굴 만나도 즐겁지도 기쁘지도 않았습니다.
늘 캐쥬얼만 입게되고 예비군 훈련때는 강당에서 하는 정신교욱 시간이 제일 고통스러웠습니다. 왜냐면 모자를 벗어야 하니까..혼자 쓰고있으면 간부가 와 벗으라고 재촉해 머리에 심한 상처가 있다고 얼버무리고 쓰고 교육을 받기도 했었죠. 가끔 여자를 만나 혹 왜 모자만 쓰냐고 물으면 대충 얼버무리는데 그것도 한 두번이지 힘들더라구요.
처음엔 아니 지금도 가끔은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병으로 고생하나 싶기도 했는데 그 년차가 조금씩 길어지다보니 지금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살고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이렇게 고민해봤자 나아질게 없는데 뭘 고민하나싶어 조금은 마음의 안정을 찾은 상태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경희 의료원을 다니고 있는데 머리에 미녹시딜과 고혈압 치료제 싸이폴엔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복용을 중지하면 다시 빠질걸 알지만 그나마 머리가 제법 자란 지금 상태로 살아갈까 합니다.
예전 대머리인 걸 놀려 포장마차에서 살인사건이 난적이 있었죠. 사람들은 별 하찮은 이유로 사람을 죽인다 수군댔지만 전 살인에 대해서는 조금도 옹호할 마음은 없어도 그 욱했던 심정은 충분히 공감할만 했습니다. 사람들은 아마 그 기분을 모를꺼예요. 그 스트레스의 강도가 얼마나 심한지...
그래도 여기서 몇마디 적고나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왜 나만 이럴까하는 심정으로 살다보면 더욱 힘들어지는게 원형탈모인 것 같습니다. 하나의 병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게 그나마 나을것 같네요. 저도 아직 그 고지에는 오르지 못한 것 같지만 오르려고 노력할까 합니다.
이 글 보시는 분 모두 차도가 생겨 좋은 모습으로 후기 남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주눅들지 마시고 힘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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