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 알바로 처음 갔던 예식장
1. 사람들은 생각보다 신부 드레스, 헤어 메이크업을 신경쓰지 않는다. 왜냐면 보편적인 미(beauty)의 상한선이 있는데, 대부분은 그 선을 맞춘다. 어느 수준으로는 다 예쁘지만 또 평소 그 사람이 꾸미던 것과 비교해서 월등히 아름다워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억지로 우겨넣은 것 같은 드레스 핏만 아니면 진짜 진심으로 다 예쁘다!
간혹 ‘와 진짜 연예인같다’는 생각이 드는 신부도 있었는데 그분들의 공통점은 옆태가 아주 예뻤다는 거였다. 이마부처 턱끝까지의 모든 라인이 아주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그럼 옆모습..
2. 사람들은 오히려 신랑 외모에 관심이 더 많다. (내 생각엔 평소 여자들이 잘 꾸미고 다니니까 신부 화장을 해도 헉 할 정도로 차이가 안 나서 그런 것 같다) 눈에 더 띈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 암튼. 특히 어른들은 키, 자세, 몸매(뚱뚱한 정도), 걸음걸이를 많이 보시는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그래도 얼평 몸평을 덜 하는 것 같긴 한데.. 눈이 너무 작다거나(원래 안경 쓰는 사람인데 눈 작으면 그냥 안경 쓰는 게 나은 것 같음) 치열이 고르지 않다거나 ‘분칠’이라 느낄 정도로 피부가 안 좋다거나 하면 어디선가 100% 한 마디 한다고 느꼈다…
그러니 혹시 결혼식 앞두고 외모관리에 돈을 쓴다면 드레스 핏 예쁘게 만든다고 승모근 보톡스 맞고 경락 받고 하지말고 신랑 피부 관리나 자세 교정에 돈을 더 들이는 게 좋을 듯하다. (신랑들 중 자세 구부정하고 거북목인 사람들 개많은데 .. 신랑 입장 때 진짜 없어보이거든…. 역대급인 신랑 본 적 있는데 나중에 보니까 같이 하객알바 온 사람들 다 똑같은 생각하고 있었음 개웃겨)
3. 생각보다 꽃장식은 중요하다. 버진로드는 풍성하면 풍성할수록 좋은 듯. 다만 테이블 위엔 꽃장식을 줄이고, 무대랑, 마지막에 신랑신부 행진하고 뽀뽀 사진 찍는 곳의 꽃장식을 더 신경쓰면 좋겠다! 하객들의 시야와 예쁜 사진을 위해 ㅎㅎ
커튼이 열리던 예식장. 하필 눈이 와서 더 뿌얬다
4. 창밖 뷰가 진짜 예쁜 곳이 아니라면.. 강단 쪽 커튼 열리는 디자인의 식장은 비추. 그닥 예쁘지 않다. 우와! 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자리에 있는 예식장이.. 잘 없지..
5. 하객들 사진 찍을 때 후레쉬 비추는 거좀 안 시키먄 좋겠다. 너무 식상하다.. 이건 지인 결혼식에서도 느낀 건데, 축하하러 온 자리에서 그냥 사진 배경 요소가 되는 듯한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그렇게 찍으면 누가누가 왔는지 얼굴도 안 보이고… 차라리 하객들 밥 먹을 때 신랑신부가 돌면서 인사하면 악수하고 포옹하면서 축하하잖아? 그럴 때 사진을 남기는 게 좀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 …
6. 엄마들이 화촉점화할 때 표정 너무 굳어있으면 사돈끼리 사이 안 좋나~ 하더라. 어머님들 많이 웃으세요
7. 양가 부모님께 인사할 때 아버지들이 먼저 확 안아주셔야 사이 좋아 보인다. 어색어색.. 민망민망.. 하면 ‘사위가 맘에 안 드나보다~~~’ 이런 주책맞은 소리가 ㅎ 나온다 ㅎ 신랑이 냅다 큰절하는 건 필수
8. 사회자는 제발 목소리 좋고 발음 또랑또랑 아나운서처럼(?)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세웠으면… 재밌는 사회를 바라면 그냥 MC 섭외하는 게 낫다. 친하다는 이유로 신랑 친구한테 사회 맡기지 말길.. 하객들의 귀와 매끄러운 식 진행을 위해..
9. 입장곡 같은 음악을 실제 세션이 라이브 연주하도록 하는 곳도 있는데, 홀이 엄청 넓은 거 아니면 그냥 음원 트는 게 낫다
10. 아주 특벽한 게 없다면 그냥 교통 편한 곳으로 식장 잡으면 좋겠다..
11. 화동이나 강아지가 반지 들고 오게 하는 것도 좀 비추.. 돌발상황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집중도가 깨지는 게 느껴진다.. 매우 어수선해짐
12. 축가 부르는 사람이 혼자라면 밝은 옷을 입으면 좋겠다. 여러 명이 부르면 검정 옷 괜찮지만 .. 아 그리고 진짜 노래 잘하는 사람이 개쩌는 발라드 부르는 게 아니면 그냥 밝고 신나는 곡 불러줬으면 좋겠다ㅠ
13. 식장은 어둡고 버진로드만 환하게 조명 가득한 곳은 좀 불호.. 눈갱 너무 심해요.. 햇빛 잘 드는 곳이 제일 예쁘다
14. 입장곡 퇴장곡으로 디즈니 노래나 영화 OST가 정말 많은데 이것도 이젠 조금 진부하게 느껴진다ㅠㅠ 물론 찰떡이긴 하지만… 신랑신부에게 특별한 노래를 트는 게 어떨까 ..? 어바웃 타임의 Il mondo 나오는 장면처럼 ..
15. 만약 하객알바 쓰게 된다면 알바들이 친한 척 연기할 때 다 받아주길.. ㅜㅜ 친한 척하고 연기했는데 어색하게 눈도 안 마주치고 ㅎㅎ감사합니당…. 할 때마다 나까지 식은땀나.. 가끔 하객들이 마지막 신랑신부 행진 후 꽃가루를 날려 폭죽을 더 크게 터뜨려 해줄 때도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친구인 줄 아는데 신부 혼자 낯가려서 눈치본 적이 종종 있다.
일케 셀카를 찍기도 한답니당.. 찐친처럼..
16. 하객 알바 왜 쓰는 걸까? 하고 궁금해할 수도 있는데. 결혼 사진 찍을 때 상대방 하객 수에 비해 너~~~~무 차이날 때가 있긴 있더라. 내가 보기에도 ‘와 너무 휑하다’ 싶은 경우가 많았다. 한 명 빼고 전부 다 알바로 채워진 결혼식도 있었다.
17. 신랑 신부 둘 다 입장할 때 천천히 걸으면 좋겠다. 그렇게 박수받으면서 걷는 게 일생에 몇 번 안 되는 일일텐데, 긴장한 탓에 휙휙휙 빨리 걸어가면 뭐랄까 괜히 내가 다 안타까웠다. 연예인 된 기분으로 사람들한테 인사도 하고 박수도 즐기면서 걷는 게 좋은 기억으로 남겠다 싶었음!
드럽게 안 보이던 예식장
18. 하객룩 = 오피스룩 … 하객룩이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그런.. 원피스 투피스 입고 오는 사람들이 오히려 촌스러워 보이더라. 그냥 셔츠에 바지만 입어도 충분하다. 회사에 중요한 미팅 있어서 좀 단정흐게 비즈니스 캐주얼로 입고 간다 생각하고 입으면 딱 맞다. 괜히 결혼식 가기 전에 옷 사고 네일하고 미용실 가고 할 필요가 없음 정말루… 어차피 주인공은 신부니까!
19. 하객알바는 길게 할 만한 알바는 아닌 것 같다…. 여러 결혼식 보면서 나는 결혼식 어떤 식으로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돼서 좋긴 한데, 그것 말곤 장점이 없는 것 같다.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데 그에 비해 페이도 적고. 근데 결혼을 앞두고 어떻게 웨딩을 치룰지 고민하기 시작한 단계라면 몇 주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 하객알바 하고 느낀 가장 큰 건 ‘어떻게 해도 품평회는 열린다’는 거였다. 그래서 위에 줄줄줄줄 써놓긴 했지만… 걍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짱이다. 남들이 다 이렇게 하니까~ 라는 이유로 남들 다 하는 입장곡을 고른다던지, 유행하는 디자인의 드레스를 고집한다던지, 식순을 똑같이 한다던지 그러지 말고 내가 입고 싶은 드레스, 내가 하고 싶은 머리, 내가 쓰고싶은 꽃, 내가 틀고싶은 노래, 이런 거 잘 생각해놓으면 조금 더 만족스러운 결혼식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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