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보고 공감가는 이야기라서 공유합니다.
류시화시인의 책내용을 발췌한 글입니다.
왜 우리는
그렇게
성공하기 위해 조급히 굴며
또한 그렇게
사업적일까.
만약 어떤 이가
그의 동료들과 발을 맞추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는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박자가 느리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그로 하여금 그가 듣는 음악에 맞춰
걸어가게 하라.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장해야 하는가.
아직 봄인데 서둘러 여름으로
가야만 하는가.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독자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녀는 인도의 여행지에서 나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인사를 하자 내가 정체를 숨기며 일본인 음악가라고 둘러댔다고 했다. 냉정한 태도에 대한 원망과 질책을 예상했는데, 그녀는 뜻밖에도 자신의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두 살 터울인 그는 스무 살 무렵부터 내가 쓴 책과 번역서를 거의 다 읽었다고 했다. 학생 신분이라 넉넉치 않은데도 용돈이 생기거나 아르바이트 일을 해서 보수를 받으면 어김없이 내 책을 사 들고 왔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내가 글에서 언급한 다른 책들, 내가 소개한 명상 음악들에도 심취해 있었다. 자주 거실 베란다에 앉아 명상을 하기도 했다.
그는 삶에서 다른 방향을 추구했던 듯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는 데 힘들어 했을 것이다. 그녀의 고백대로, 그녀 자신을 포함해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주위에 많이 없었다. 그는 물질 지향적인 세상이 아닌 영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주위의 몰이해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메일은 그렇게 끝이 났다. 담담한 말투의 짧은 내용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한 청년의 아픈 삶이 마음을 짓눌러 한동안 괴로웠다. 소로가 말하듯이, 성공하기 위해 조급히 구는 이 세상에서 다른 북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있다. 동료들과 발을 맞추지 못하고 멀리서 들리는, 혹은 다른 사람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음악에 가슴이 끌리는 사람이 있다. 현실적 가치에 순응하는 대신 그들은 더 근본적인 세계로 눈을 돌린다. 삶에 대한 의문과 해답에의 갈구가 세상에서의 성공보다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어느 시대, 어느 나라도 그런 추구를 쉽게 수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신병자나 몽상가, 또는 현실도피자로 낙인찍힌다. 제도권의 종교조차 자신들의 경계선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올바른 추구로 인정하지 않는다. 명상서적을 번역 소개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비난은 현실도피라는 것이었다.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의 부모도 그를 여러 차례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단지 부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식의 문제이다.
남들이 듣지 않는 다른 북소리를 듣는다면 강한 심장을 가져야 한다. 천천히 멀리 여행하려면 흔들리지 않는 발걸음을 지녀야 한다. 나의 길이 남과 다르다고 해서 내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소로는 <월든> 에서 말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 쫓기듯 살면서 인생을 써 버려야 하는가?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죽게 될 것이라고 단정한다. 사람들은 제때에 하는 한 번의 바느질이 나중에 할 아흡 번의 바느질을 덜어 준다고 하면서 내일 할 아홉 번의 바느질을 덜기 위해 오늘 천 번의 바느질을 한다."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