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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밍아웃] 4년동안 쓴 가발, 더이상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 어렸을 때부터 머리숱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운동장에 나가면 강렬한 햇살에 저의 두피가 더 돋보여서 친구들이 놀리곤 했었어요. 그래도 전 그냥 머리숱이 없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술을 먹기 시작한 20살 이후부터 급격하게 모량이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가면 항상 머리숱이 적으니 케어를 받으라는 영업을 들어야 했구요. 그리고 점점 제가 할 수 있는 머리스타일이 급격하게 사라졌죠. 군대를 다녀와 복학 이후에는 모자를 쓰지 않으면 밖을 다니기가 민망했습니다. 병원에서 약도 처방받았고(프로페시아), 잘 모를 땐 250만원을 내고 탈모 케어를 받기도 했어요. 돈이 없어 프로페시아를 먹지 못하게 될 무렵부터는 속도가 더 빨라지더라구요 하지만 전 그대로 두었어요. 애써 외면했구요. 아마 여자친구가 있으니 그냥 뭐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이별을 하게됐죠.
가뜩이나 무너져 버린 자존감에 머리숱이 없는 건 최악이었습니다. 정말 최악. 이별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던 저는 뭐라도 바뀌어야 했어요 그래서 가발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4년 전 이제 가발을 벗게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발을 쓰며 느낀 단점들을 공유해 드리려고 해요.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저만 느끼는 걸 수도 있죠. 가발의 장점들은 다들 아실테니, 단점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마 이미쓰고 계신 분들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혹시나 가발을 이제 막 쓰시려 하는 분들이 참고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블로그에 썼던 글을 다시 써봅니다.
*단점은 항상 붙여두어야 하는 '고정식가발'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첫번째 단점, 답답함
어떻게 보면 가장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1년 24시간 내내 모자를 쓰고 생활하는 거예요. 통기성이 좋다고 하지만 무언가 걸쳐져 있다는 답답한 느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온 두피가 꽉막힌 듯한 기분이에요. 물론 쓰고 있으면 익숙해지긴 합니다. 어느 때는 내가 가발을 안썼나? 하고 급하게 놀라 머리를 만져볼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걸 인식하자마자 답답함이 다시 시작됩니다. 겨우 조금 익숙해질 뿐이에요 답답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더라구요. 무더웠던 지난 여름날들은 저의 두피에게 감옥을 안겨주었어요. 답답하니 사람 마음도 좁아졌어요. 활동반경이 줄어들고 밖으로의 외출하기가 싫었어요. 가발을 시작할거라면, 이 답답함을 확실히 인지해야만 할 것 같아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 4년간 익숙해지지 못했습니다. 물론 익숙해 지시는 분들도 계실거예요
두번째 단점, 위생
고정식 가발을 사용하면 머리는 어떻게 감나,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저도 사실 가장 궁금했구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감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굉장히 제한적이예요. 더운 여름날, 운동을 열심히 한 날 흐르는 땀들은 가발을 뚫고 나오지 못합니다. 가발과 두피 사이에 갖혀있는 땀들은 냄새를 유발해요 심하면 발냄새와 비슷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항상 머리에도 향수를 뿌려야만 했어요. 매일 아침 머리를 감을 때가 가장 행복했죠. 그치만 하루에 두번 하기는 어려웠어요 관리도 까다롭고 가발 수명이 많이 줄더라구요. 한번 엉키기라도 하면 퇴근하고 유일한 저만의 시간을 다 뺏겨버렸어요. 심지어 완벽하게 감을 수도 없습니다. 가발을 쓴채로 가발이 부착된 상태에서 머리를 감아야 합니다. 가발 앞쪽은 완전 고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살짝 열어두고 칫솔등을 이용해 두피를 감아요. 그마저도 뒤쪽은 칫솔이 잘 들어가지 않아 샴푸가 묻었다는 것에 만족해야합니다. 저는 직접 굽어진 솔을 만들어서 썼는데 그다지 효율이 좋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접착제로 단단하게 붙어있는 부위는 가발샵에 가기 전까지는 감을 수 없어요. 가발을 깨끗하게 쓰려면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번째 단점, 가려움
위의 두가지 단점에서 이어지는 단점입니다. 가려움은 정말 최악입니다.다시 한번 말해도 최악입니다. 가발을 쓴 상태에선 머리를 긁을 수 없어요. 일할 땐 사무실에서 가발을 열고 손을 넣어 긁을 수도 없잖아요. 게다가, 인체에 해가 적은 접착제라 하더라도, 꽤나 자극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두피에 염증이라도 생기면 정말 최악으로 간지러웠어요. 가발 다 뜯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종일 머리를 지배합니다. 가려운 부위를 두드리다보면 두통이 심하게 올 지경이에요 특히나 저는 피부가 약한지 가발을 사용하는 내내 간지러웠고, 두통을 달고 살았어요. 화장실에 가서 몰래 머리를 긁느라 일을 제대로 못할 지경이었어요.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데 가렵기까지하니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괴로웠죠.
네번째 단점, 불안함
이건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가발을 쓰면 매일 매일이 불안합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도 머리부터 붙잡게 돼요. 머리숱이 없는것 보다 가발이 날아가는게 더 창피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혹시나 가발인 것을 들키지는 않을까 싶어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불안했어요. 누군가 알아차리고 속으로 놀릴 것만 같았어요. 한번은 직장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ㅇㅇ씨 오늘따라 머리가 가발같네요." 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그런 일이 있는 날은 하루종일 불안하더라구요. 여성분들 눈썰미가 정말 매섭습니다. 자꾸 그런 일이 반복되면 그 사람을 피하게 되더라구요. 여행을 갈 때 물놀이도 불안합니다. 놀이기구를 타는 것도 불안해요. 워터파크는 못갑니다. 가발집 사장님은 안떨어지니 괜찮다고 하지만 저는 도전을 못하겠더라구요 "혹시나" 한 번이라도 벗겨지면, 개망신이라는 생각 때문에요. 여자친구나 친구와 외박을 해야할 때, 명절에 시골에 갈 때 등등 집을 벗어나면 저는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해야했어요. 술을 잔뜩 먹고, 친구의 집에도 갈 수도 없더라구요. 제 집에 있는 관리 용품이 없으면 관리도 제대로 안될 뿐더러, 혹시나 자다가 가발이 벗겨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 여행을 가자는 소리가 가장 무섭더라구요 게다가 가발을 6개월 정도 착용하고 나면 가발머리가 빠져 군데군데 가발 표면이 적나라하게 들어나요. 드라이와 흑채로 로 잘 가려보지만 혹시나 이 부분이 보일까 항상 두려웠어요. 그래서 저의 여행은 항상 불안했고 생활자체가항상 불안했어요. '가발이 벗겨질까봐' 저는 많은 걸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다섯번째 단점, 비용
TV에서 광고하는 비싼 가발들을 사용해 보지는 않았어요. 개인이 하는 조그만 곳을 찾아갔죠. 그렇지만 비쌌습니다.. 가발 하나 구매하는데 약 60만원 수선하는데 10만원 이상, 매달 들어가는 관리비, 가발용품 등, 일년에 들어가는 돈이 100만원이 훌쩍 넘어가더라구요. 하나를 수선보내면 그동안 쓰고 있어야할 하나가 더 필요하니까 처음에 하나만 사서는 부족해요. 가발은 생각보다 내구성이 약합니다. 저는 관리를 열심히 하는 편이어서 꽤나 오래사용하긴 했지만 아마 관리가 부족한 분들은 가발의 내구성에 경악하실 것 같아요.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빠집니다. 가발은 비싼 물건이에요. 이른 나이에 탈모가 온 이들, 사회초년생에게는 매우 가혹한 가격인듯 합니다.
여섯번째 불편함
가발을 쓰면 편하게 누울 수 없습니다. 정말 몇 년간 편하게 누워보지 못한 것 같아요. 누우면 가발이 있다는 이물감이 느껴집니다. 어딘가 한쪽에 압박감이 들게 되어요. 어떤 자세로 누워도 불편하고, 최대한 가발이 느껴지지 않는 자세를 찾기 위해 자기전 한참을 뒤척여야합니다. 베개도 수없이 바꿔 보았지만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습니다.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자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어요. 만성적인 근육통도 생겨버렸구요. 어깨가 아프고 목이아프고 편두통이 오고, 이런 것들은 일상처럼 찾아왔습니다.
결론
전, 다시 가발을 쓰지 않을 작정입니다.
사실 위의 다섯가지 단점은 참고 인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단지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이죠. 직장에서의 일까지 겹쳐버리니 저는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려야만 했어요. 게다가 대머리를 싫어하는 여성분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힘들어요. 잘 이어나가다도, 혹시나 가발을 싫어할까봐 관계를 멈추게 된다. 과연 이걸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걱정부터 하게 되죠 그래서 저는 온전하게 연애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았지만, 다른 이유로 헤어져야만 했어요. 그 때 이후로 또 그런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그래도 벗으니 정말 편합니다. 너무 편해요. 이제 머리 숱이 없어서 모자를 쓰지 않으면 밖을 나가기가 무섭게 되었지만, 적어도 집에선 편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발보단 모자가 훨씬 편해요. 지금은 제 외모만 걱정해도 됩니다. 그 외의 것들은 너무도 편해요. 처음 가발을 썼을 땐 정말 좋았습니다. 새 삶이 생긴 듯했어요. 하지만 항상 저를 감춘 듯한 느낌으로 불안하고 힘들게 살아야만 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이야 괜찮지만 가발을 쓴 이후로 만난 사람들과 만날땐 항상 가발이라는 벽이 가로막는 기분이었어요. 아직 30대 초반이지만 살다보니 외모는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외모를 위해 평범한 삶을 포기하는 건 괴롭고 비싸더라구요. 아직 저는 외모를 포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잠시만 포기하고 돈을 모아서 이식을 할 생각입니다. 뭐 실패할 수도 있지만 해보고 실패하는게 낫겠죠? 가발을 시작하시는 분들, 가발로 인해 힘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민한 성격이라 남들보다 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만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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