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로 써서 죄송합니다.)
나는 스물 한살이다.
친가쪽 할아버님께서는 완전 대머리셨고, 큰아버님 세분도 머리숱이 많이 없었
으며, 아버지는 스물 남짓 부터 머리가 빠져서 지금은 완전한 대머리에 가발을
쓰고 계신다.
외가쪽 할아버님도 대머리시고, 외삼촌 역시 그렇다. 어머니도 처녀때부터 이마
가 무척 넓었다 한다. 지금도 숱이 많이 없으시다.
이렇게 완벽한 대머리의 유전적 요건을 타고 났다.
성격 역시 느긋한 편이 아니다.
완벽주의자에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자존심도 무지 쎄다.
고등학교때까지 나는 많은 사람에게 인기가 있었다.
초등학교때 우리반의 대다수 여자애들이 나를 좋아했다.
남중, 남고 시절에도 학원과 교회의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잘생겼다는 소리도 지겹도록 들었다.
하지만 항상 나는 예상하고 있었다.
탈모 현상이 언젠가 올 것임을..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인가?
양 옆 이마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미세하긴 했으나 나는 알 수 있었다.
가장 짜증났던 것은 친구들의 놀림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나 존경하는 친구가
나에게 슬며시 물어보는 것은 오히려 위로였다.
나보다 아무것도 잘난 것 없는 놈,
공부, 성격, 운동 모두 내 발끝만도 못한 놈이
머리 하나만으로 나를 무시할 때.
정말 세상이 싫어졌다.
속으로는 자존심이 쎄지만 겉으로 그것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사람들에게 무척 착하고 순진한 놈으로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고3때, 스트레스가 쌓일 때였는지 현상은 점점 심해졌다.
그 바쁜 와중에도 고민은 계속 되었다.
공부를 왜 해야하나.. 대머리가 될텐데..
이런 얼토당토않은 생각까지 들었다.
새벽 한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다섯 시간이 지난 여섯시에 학교로 다시 등교하기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허다했다.
삭발이 대유행일때(수능100일전)
나도 머리를 밀었다.
그런데 2학년때 아이들이 모두 와서 내 머리를 구경할 정도였다.
만만한게 어머니라 항상 짜증을 입에 달고 살았다.
못난 자식을 위해 이불 공장에 다니시는 어머니지만..
언젠가 나는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하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대머리가 아닌 고아로 태어나는 것이 나을뻔 했다."
철이 조금은 든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완전 미친 놈이었다.
그게 인간으로 할 말인가..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때 내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하여튼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릴 때부터 공부를 꽤 잘했던 나는
소위 명문대라 하는 서울Y대학에 입학하여 지금 2학년을 맞고 있다.
머리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끝도 없다.
예쁜 여자를 보면, 사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피해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 들어와서 두명정도 나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내가 내키지 않았다. 나에게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의 친구들은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 했던가..?
작년 꽤 친했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서
"야, 너 박영규 닮아간다." 라는 소리를
빈정거리는 웃음속에서 듣게 되었을 때..
학교를 때려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꾹꾹 눌러 참으며 애써 웃었다.
"유전이야.. 하는 수 없어."
많은 친구들이 이해하고 있고, 나를 위로하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못하는 놈들은 참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1학년은 그럭저럭 보냈지만
올해는 거의 2/3 정도 모자를 쓰고 학교에 다녔다.
항상 사람들의 머리를 가장 먼저 본다.
99나 00중에 나같은 머리를 가진 사람은.. 없다.
동문회의 형 한명이 그래도 나랑 비슷하다.
항상 그 형을 보면 어딘가 없어 보이는데
이제 나도 그 뒤를 따를 거라고 생각하니 숨이 막힌다.
방학을 맞은 게 오히려 다행이다.
밖에 나가기 싫어 그저께부터 계속 집에 틀어박혀 있다.
고딩때, 나와 알던 여자애가 만나자고 했는데
바쁘다며 약속을 취소했다.
꽤나 좋게 여기던 아이인데..
참, 벌써 이렇게 자신감 없으면 안되는데..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군대문제도 그렇다.
대부분 탈모환자들이 군대갔다와서 급격히 그렇게 된다고 하는데..
지금 선뜻 입대하기 어려운 건 그것때문이다.
카투사에 들어가면 조금 나을지 모르겠다.
대학도 다른데 들어가고 싶다.
이왕이면 의대로..
올해 다시 시험치면 3수니까
뭐 별로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인문쪽에서 탁상공론하는 것 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다.
정말, 의사가 되어서 고생하는 모든 분들에게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하고 싶은 마음이다.
정말 열심히 연구해서 치료방법도 개발했으면 좋겠고..
많은 것을 잃게 만든다.
나 자신을 비참하게 여기는 것이 가장 심각한 거 같다.
이번 여름. 좋은 기회로 만들어 봐야겠지.
집에 내려가서 두달간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아야겠다.
자신감을 찾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여기 모든 분들이 그랬으면 한다.
(젊은 놈이 함부로 지껄여서 죄송합니다. 요즘 너무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여기 모든 분들은 이해하시겠지요. 앞으로 좋은 정보 많이 제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본 게시판에서 모발이식 수술 후기는 신고 바랍니다. (삭제 및 탈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