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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처가집에 발각되던날~

  • 24년 전

  • 934
0
슈나우저 wrote:
> 막상 제목에 발각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왠지 이상하네요.
> 발각이라..
> 뭔가 나쁜짓 하다가 들키는걸 발각이라고 하지 않나요?
> 들통이 오히려 났겠네요..
>
> 다름이 아니고..
> 어젠 저희 장인어른의 생신이었습니다.
> 장인어른(저는 그냥 아버님이라 부릅니다), 장모님(역시 어머님이라 부릅니다), 처제(그냥 이름을 부르죠), 와이프, 그리고 저 이렇게 5명은 고기집에 들어가 앉아서 주문을 했죠.
> 밑반찬이 나오고 고추가 먹음직하게 보이길래 하나를 집어서 된장을 찍어 한입 베어먹는 순간, 저희 장모님께서..
> "너 가발썼니?"
> 하시는 겁니다.
> 너 혹시도 아니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물으시는 겁니다.
> 순간 입에 들어온 고추가 왜그렇게 맵던지요..
> 밑에서부터 열기가 확 느껴지더군요..
>
> 다음은 장모님과 저의 이어지는 대화입니다.
> 나 : "아니요.. 왜요?"
> 장모님 : "근데 너 꼭 가발쓴거 같다"
> 나 : "왜 그렇게 보이세요?"
> 장모님 : "가름마 부분이 이상한게 꼭 가발같다 얘.."
> 처제 : "아이~ 엄마는.. 오빠가 스프레이 뿌려서 그렇지 설마 가발이겠어? 오빠 올빽으로 한번 해봐"
> 와이프 : "이 사람은 올빽 안어울려"
> 장모님 : "하기야 젊은 사람이 벌써.. 근데 너 조심해야겠더라. 너희 아버님 보니까.."
> 등등의 얘기가 오갔죠.
> 어떤 상황인지 더이상 말 안해도 아시겠죠?
> 한참동안 대머리에 대한 얘기만 오갔답니다.
>
> 대학교 1학년때 부터 사귀었고 8년 연애후 결혼했으니 처가집에서도 아는게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전 철저히 숨겼죠.
> 머리가 빠진 후에는 잘 놀러가지 않았습니다.
> 집 앞에서 기다리긴 해도 들어가진 않았죠.
> 예전에 처남이 저희 와이프한테 제가 나중에 위험할 꺼라고 하며 눈치는 챘지만 나중에 가발을 하고 가니 웃더군요.
> 선생님이 되면 꼭 그렇게 머리를 내리고 단정하게 다녀야 하냐면서..
> 전혀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 사실 장모님이 미장원을 하시기 때문에 금방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 참 오래도 갔죠. 안 들키고..
>
>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다가 결심을 했습니다.
> 뭐 흉도 아닌데 솔직히 말하자.
> 부모님 같으신 분들인데 뭐 어떠냐..
> 내 의지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
> "솔직히 말씀드려서 가발 맞습니다.
> 군대 갔다오니 머리가 빠지더군요.
> 그래서 했습니다.."
> 장인어른이 그러시더군요.
> 대머리가 되야 잘 산다구요..
> 그냥 웃었습니다..
> 다음에 저희 집에 놀러 오시면 그냥 가발 벗고 있을까 합니다..
>
>
아... 왜 이런 글이 감동으로 다가오죠?
상황이.. 진짜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극도의 공감을 느끼나 봅니다.
가발이라고 밝히신거 참 잘하신 판단같습니다. 대게는 움추려들기 마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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