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에 친구녀석을 따라서 술 자리에 갔었다.
미팅 같은 분위기로 여자 셋을 맞이 하게 되었다.
첨 대하는 사람들이라 역시...머리에 신경이 쓰일수 밖에 없었다.
뭐 그냥, 하루 놀다말거. 모자도 안 쓰고 대충 나갔었다.
난 제일 먼저 그 여자 애들의 눈 부터 확인했다.
눈이 이쁜가 안 이쁜가를 관찰한게 아니라.
나의 머리를 보고 있나를 관찰했다.
다행이었다. 걔네들은 나의 머리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들은 맥주를 마시며 연휴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여자들과 술을 마시니 기분도 좋았고
머리땜시 고민했던 스트레스도 그 날만은 맘껏 풀고 싶었다.
처음의 그 어색함을 광란의 시간으로 잠시 불 태우고
조용히 얘기들을 나누었다.
여자중에 한 애가 나에게 말했다.
"오빠는 22살 치고는 진짜 어려 보인다"
내가 좀 어려보이긴 하다.
기분이 좋아질려고 하는 찰나
그 기집애 "얼굴만" 이러는 거다.
순간 식은땀이 흘렀고
그 다음 상황은 안 봐도 뻔했다.
"오빠 모자라도 쓰고 오지.호하호하하하하캬캬캬"
모두들 웃음 바다가 되었고.
난 표정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왜 머리얘기가 안 나오나 했다.젠장..'
예전 같았으면 누가 나 놀리거나 그러면 가만 안 있었다.
근데 이런 기집애 한테 주먹을 날리자니 내가 한심하고
상황은 너무 비참했다.
옆에 있던 나의 친구도 내 성격을 잘 알고있던지라
내가 무슨 짓 이라도 할까봐 불안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참았다.
기집애들도 나의 기분을 알았는지 머리얘기는 더 이상 꺼내지
않았지만 나의 머리를 보며 계속 키득키득 거렸다.
다들 조금 술이 들어간 터라 그냥 참았지만
정말 울고 싶었다.
내가 이런 꼴이 되다니..나도 모르게 엄마 얼굴이 생각나는
그런 순간..
그냥 나오고 싶었지만 ..애써 태연한 척 끝가지 술 자리를
지키고 왔다.
다음 날 그 술자리에 같이 있었던 친구가"어제 걔가 미안하다고
전해주래."이러는 거였다.
알고보니 그 기집애 내 고등학교 1년 후배다.
근데 그냥 평범했던 기집애가 날 그렇게 놀려댔으니 겁이 났었나 보다.
그나저나 앞으로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게 너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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