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샘이해안됨-_- wrote:
> 슈나우저 wrote:
> > 어젠 옆자리의 선생님이 석사 논문 통과했다고 해서 축하주 한잔 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 > 퇴근 전에 테니스 한게임 치고 나갔더니 여자선생님 두분과 남자선생님 한분과 같이 계시더군요.
> > 근데 그 여자선생님 중 한분이..
> > ...
> > 학교에서 제 머리를 뽀롱냈던 사람이었습니다.
> > 그 사람은 제가 같이 갈거라고 생각을 안하고 남자 선생님 두명과 같이 따라나선 거고 저는 나중에 테니스 다 치고 교문 앞에서 만난거죠.
> > 술자리가 어색했습니다.
> > 적어도 우리 둘(뽀롱낸 사람, 뽀롱 당한 사람)은 말이죠.
> > 남들은 웃고 떠드는데 하필 자리도 마주보고 앉아서 별 말 없이 애꿎은 술만 마셨죠.
> > 술자리가 끝나고 집에오는 택시 안에서 제 옆자리의 선생님이 그러더군요.
> > 이제 그만 풀으라고..
> > 뭐 알고나 하는 얘기냐고 물었더니 다 알고 있다고 하면서 그 여자 선생님이 교문에서 나 기다리면서 울더랍니다.
> > 너무 미안하다고 하면서..
> > 사연인즉..
> >
> > 작년 극기훈련에서 였습니다.
> > 1학년 애들 데리고 베어스 타운으로 극기훈련을 갔습니다.
> > 아시죠?
> > 극기훈련 가면 선생님들은 다 어디로 가고 무서운 (그당시에는 무서웠죠. 나중엔 정들어서 헤어지기 아쉬웠지만) 교관들이 아이들은 통제하잖아요.
> > 베어스 타운 측에서 제공한 술과 음식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한 여자선생님이 (아까 말한 그 선생님) 갑자기 저더러 그러더군요.
> > 혹시 가발 아니냐구..
> > 그것도 다른 선생님들 다 있는 자리에서..
> >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 > 아니라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왜 그런걸 묻냐고 하니까 평소에 너무 궁금했대요.
> > 밖에나가 뛰고 들어와도 머리에 변화가 없다나?
> > 그리고 머리 넘기는걸 못봤다나?
> > 눈치 빠른 다른 선생님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지만 이미 1학년 담임 13명의 귀에 다 들어간 이후였죠.
> > 화가 나더군요.
> > 근데 화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 > 아무리 술을 마셨기로서니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남의 치부를 그렇게 드러낼수가 있는 겁니까?
> > 극기훈련 끝나고 집에 와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 > 그리곤 물었죠.
> >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 의도가 뭐냐구..
> >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 > 울면서..
> > 나중에 1학년 부장선생님이 절 조용히 부르더니 그러시더군요.
> > 그 선생님이 절 좋아했다구..
> > 좋아해서 관심이 많았다구..
> > 근데 실수 한번 하고는 그날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도 울었대요.
> > 하지만 전 용서가 안되더라구요.
> > 그 이후로 학교에서 마주쳐도 아는체를 안했습니다.
> > 옹졸했었죠..
> > 여자 선생님들끼리 다 얘기했겠죠?
> > 아마도 순식간에 소문이 퍼졌을테고..
> > 신경 안씁니다.
> > 그리고 거기에 대해 아무도 저한테 말한 사람이 없습니다.
> > 그래서 남자선생님들은 모르고 있는줄 알았습니다.
> > 순진하게도..
> > 알고봤더니 다 알고 있었습니다.
> > 근데 별로 기분이 나쁘진 않습니다.
> > 그래도 지성인이고 교양인이라고 술자리에서라도 한번도 머리얘기를 꺼내지 않아준게 고맙게도 느껴지는군요.
> > 말하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 >
> > 택시에서 그런 얘기를 듣고 내려서 전화를 했습니다.
> >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 > 이제 괜찮으니까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 > 또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 > 말하는 저도 가슴 한켠이 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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