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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탈모가 앗아가는 작은 기쁨들..

  • 24년 전

  • 689
0
안녕하세요.
정말 남 얘기가 아닌 제 얘기인거 같네요.
단지 하나 다른점은 저같은 경우 가발을 벗고 다닐때는 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작은 기쁨들을
느낄수 있다는 점이죠~ 하지만 가발을 벗고 다니는것도 뭐 친구들과 만날때나 그렇죠~
일반적인 경우는 가발을 써줘야 그래도 자세가 나오니깐요.
근데 가발을 쓴 상태로 신경써야 할 일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을 엄두가 안 납니다.
비올때 어느정도 밖에서 비를 맞을 엄두가 안 납니다.
오토바이 탈때 헬멧 쓰고 벗기가 신경 쓰입니다.
술집가면 괜히 화장실 가는척 거울보고 머리 이리저리 매만지고 다시 돌아옵니다.
음식점 들어가면 맨먼저 화장실 가서 머리 제대로 세팅하고 자리에 가 앉습니다.
바람많이 부는날 밖으로 외출할 엄두가 안납니다.
손가락빗으로 대충 해서는 모양이 이상해집니다.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빗 실수로 남들 눈에 띄게 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하지만...제가 집으로 돌아온후엔 무지 행복하죠.
친구들이나 선후배 만날땐 걍 가발을 벗고 만납니다.
다 알기 때문에...모자를 벗어도 별 챙피하지 않습니다.
왜냐구요...차두리 선수가 머리 짧다고 챙피해 합니까?
길면 되는 머리 단지 짧을 뿐이죠..^^
암튼 예전에 느꼈던 그런 기분을 느낄수 있어서 매우 좋습니다.
지난주에 친구녀석 차 옆자리에 타고 가는데...차창 열어제끼고
자연바람 팍팍 맞고 가는 맛 죽이더군요...
흐흐 제가 가발쓸때는 절때 안하죠~~


>시간이 늦어서 샤워기로 머리에 물을 뿌린 후 대충 닦고 완전 젖은채로 약속 장소로 뛰어갈때의 흥분된 기분..
>
>바람에 머리가 뒤로 넘어가서 두피속으로 스며드는 바람의 느낌...
>
>한여름 버스의 창문에서 시원하게 들어오는 바람..
>
>어디나갈때 머리 이렇게 저렇게 빗어보다 원하는 스타일이 나올때 살짝 웃는 모습이 비춰지는 거울..
>
>격한 운동 한 다음 땀이 잔뜩 묻은 머리카락이 눈을 살짝 찌를때의 희열...그리고 세수하면서 엉망이 된 머리를 매만지는 기분...
>
>대충 머리감고 안 말리고 잠든 다음날..거울에서 번개맞은 머리봤을때 나의 웃긴 모습..
>
>친구들끼리 배고플때 롯데리아로 달려가 세일할때 3,4백원씩 보태 아무 생각없이 먹던 햄버거맛..
>
>과외하는 학생이랑 같이 피자를 먹을때 아무생각없이 피자먹는 그 친구모습이 왠지 예뻐 보여서 씩 웃던 기분..
>
>어릴적 친구들이랑 불렀던 대머리노래들을 부르며 웃었던 기억에 대한 즐거운 회상..(그땐 철 없었죠..?^^)
>
>미용실에 앉으면서 별다른 요청 없이 그냥 '아줌마 최선을 다해서 깍아주세요'하고 자리에 앉을때의 기대감..
>
>티비나 영화를 보면 아무생각 없이 극 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던 기쁨..
>(지금은 머리부터 보죠..ㅡ.ㅡ..야 저친구는 숯도 장난아니게 많네..저거때서 나주지..이러면서..ㅡ.ㅡ..)
>
>이런 작은 기쁨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머리에 나쁘다는거 먹으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기분부터 드니.....
>앞으로도 내가 머리숱이 많기에 누릴수 있었던 작은 기쁨들 위에 열거한거 보다도 더 많은 것들을..
>탈모가 진행되면서 잃어 가겠죠..
>지금도 자신감같은 것은 사라져 가죠..^^ 왠지 불안하고..
>얼마나 많은걸 앞으로 잃어갈지 겁이 납니다..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을 잃어 갑니다..
>대신 남들이 크게 의식 하지 않음을 뻔히 앎에도 나만이 느끼는 남의 눈치에 힘이 들어집니다..
>이게 탈모구나.. 새삼 느껴집니다...
>
>(초기인 주제에두 주제넘게 글 올리네요..저두 참 제가 주제넘고 이리석은줄을 알지만..그래도..막연한..공포..어쩔수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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