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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 1년 써본 나름의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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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만 이제 가발을 쓰지 않는 상태에서
지난 1년간의 가발 사용기를 정리해볼겸 해서요
제 글이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시는 분들이 있다면 더 좋겠지요
저는 20대 초반부터 탈모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제가 탈모라는 인식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하이모, 밀란같은 전문 가발 업체도 없었고
탈모 클리닉 같은 건 찾아볼 수도 없었으니까요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가 머리숱이 많이 없다는 얘기를 해주면서 슬슬 신경이 쓰였지만
원체 귀찮은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냥 모자를 쓰고 다녔습니다.
학생이라 모자가 문제될 일도 없었구요
군대 가서도 반 삭발에 군모 혹은 철모 쓸일이 많으니;;
그러다가 문제가 된게 제대 후 취업을 할 때였는데
동년배들에 비해 제가 나이가 엄청 들어 보이더군요.
모자를 한창 쓰고 다닐 땐 또래에 비해 어려보인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모자만 벗으면 순식간에 삼촌소리 듣기 십상이었죠.
자신감도 없어지고 다른 사람들 만나는 것도 피하게 되고
주변인들의 결혼식 때는 모자를 쓸수 없어서 일부러 안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큰 마음 먹고 하이모에 방문해 가발을 맞췄습니다
양파망 같은 걸 쓰고 스캔을 한 뒤 주문을 하고 한달에서 한달 반 정도 걸렸던 것 같네요.
저는 탈착식이 아닌 고정식을 선택했고 200만원 상당의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었지만 우연히 알게된 지인이 하이모와 관련된 직종에 있으신 분이셔서
지인할인(?)으로 50% 할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너무나 어색하고 불편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당장 모자를 안쓰고 다니게 된 것 만으로도 너무나 많은 스트레스의 해소를 느꼈습니다.
자신감도 생기고 어디를 다녀도 주눅들었던 습관도 벗을 수 있었구요.
하지만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가발이 티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었죠.
가발을 써도 옆머리와 뒷머리는 제 원래 머리기 때문에 두 모발이 자연스레 섞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뒷머리는 제가 수시로 체크할 수 없으니까요.
4개월 정도 지난 어느날 너무 신경이 쓰여 절친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얼핏보면 모르지만 분명히 차이가 난다고 하더군요.
그날부터 결국 저는 다시 모자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차라리 그게 마음이 편했고
어차피 직장도 복장이 자유로운 편이라 걸릴게 없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재밌는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발을 계속 썼다는 것입니다.
모자를 두개 쓰고 다닌 셈이죠;;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모자를 쓰고 있다가도 언제든 벗을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로 모자를 쓴다해도 앞머리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굉장히 크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관리 받는 비용도 아까워져 (한번에 3만원) 잘 안가게 되고,
가발마저 머리가 빠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러던 어느날 그냥 제 손으로 직접 가발을 떼어내 버렸습니다.
그날의 후련함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ㅎㅎ
지금은 특별히 관리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약도 안 먹고, 클리닉 같은 곳도 안가고 있어요.
그래도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으니까- 요즘은 어떤 방법이 있나 알아보던 차에 이렇게 가입하게 되었네요.
제가 다른 방법을 시도할지, 그냥 이렇게 살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가발을 다시 쓰지는 않을 것 같네요
가발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허나 저같이 세심한 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에겐 맞지 않는
방법이라는 거죠. 저같은 성격엔 정말 쥐약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발을 때어낸 후 오래지 않아 모 가발업체의 가발관리 실태가
방송에 공개되었던 기억도 나네요. 덕분에 미련없이 가발 버릴 수 있었습니다 ㅎ
모발이식 포토&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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