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서 채취한 줄기세포로 탈모 치료 논란
“과학적 근거·안전성 검증 안돼”
탯줄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탈모를 치료한다는 소식이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 치료법의 과학적 근거에 대한 의문점도 함께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탯줄은행과 씨앤씨피부과(원장 서광석) 등 4개 모발 관련 병원은 지난달 28일 탯줄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탈모 환자 18명을 치료해 길게는 6개월 정도 관찰한 결과 2~4주 만에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해 좋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서광석 원장은 “머리카락은 모낭의 중간부분인 모융기에 존재하는 줄기세포가 분화하면서 계속 자랄 수 있게 되는데 탈모 환자는 유전적 요인으로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아 이 줄기세포가 빨리 노화해 머리카락이 나지 않는다”며 “이번 치료법은 진피층으로 주사된 줄기세포가 모낭세포 등으로 분화돼 자리를 잡으면 최소 10년은 그 효과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곧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빨리 노화된 줄기세포 대신 세 줄기세포를 주입해 줘 탈모를 치료한다는 것이다.
서 원장은 또 “이전의 모발 이식은 이식된 모발만 자라지만 줄기세포를 주사하면 두피 곳곳에서 머리카락이 전체적으로 자라 효과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문제는 조직적합성인데 이는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원래 자신의 조직이 아니면 제거해 버리는 특성을 말한다.
이에 대해 서울탯줄은행 관계자는 “탈모 치료에서 조직적합 문제는 6개 항목 가운데 4개 이상만 일치하면 되는데 탯줄은행에 공여된 탯줄이 약 2만개 정도여서 조직적합성 문제는 해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외국 논문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탈모를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여러 차례 발표된 적이 있다”며 “이번 임상시험은 이를 입증한 성과이며 추후 학자들에 의해 그 원리와 이론이 밝혀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줄기세포의 양이 제한돼 있으며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과 줄기세포가 모낭세포로 분화되겠느냐는 과학적 근거에 대한 의혹들과 함께 인체에 들어가도 안전하겠느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최정환 차앤박 모발센터 원장은 “현재 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할 수 있는 시설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그 비용은 엄청 날 것이다”며 “줄기세포는 생명에 위협을 주지 않는 탈모 치료보다는 버거씨병, 심근경색이나 간경화, 뇌질환 같은 난치성 질환에 우선 사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서 원장은 “이번 탈모 치료의 비용은 골수이식 비용과 비슷한 3천만원대”라고 밝혔다.
이번 치료법의 발표 과정에 대한 논란도 많다. 곧 공식적 피부과 학회나 모발학회를 거치지 않고 임상시험 자체가 발표된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다.
심우영 경희의료원 피부과 교수는 “임상효과나 치료 원리에 대해 공식적인 학회 발표가 없어 어떤 효과가 있는지 평가할 수 없다”며 “윤리적 문제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일환 가톨릭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장은 “새로운 치료법은 학회에서 발표돼 다른 전문가들의 연구심사를 거친 뒤 동물 실험 등으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번 줄기세포로 탈모를 치료하는 방법은 이런 과정이 없었다”며 “지금까지의 과학적 연구 발표로는 탯줄의 줄기세포가 모낭세포로 분화된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굳이 이번 치료효과를 추측해 보자면 자가면역성으로 탈모가 된 경우에 치료 과정 가운데 줄기세포가 이식될 수 있도록 처리한 면역 억제로 인해 자가면역 성질이 떨어지면서 효과를 나타냈다고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식된 줄기세포가 혹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최정환 원장은 “이번 발표는 5~10년 이상 충분히 장기 추적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줄기세포가 어떤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이 늘어나면서 환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사람을 대상으로 줄기세포나 수지상세포 등을 이용해 임상시험하면서 식약청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바이오벤처 등 10여곳을 대상으로 이달 중 실태조사를 끝내고 형사고발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유무영 생물의약품과 사무관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탈모, 간경화, 뇌졸중에 대해 임상시험한 것은 이번 실태 조사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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