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개설되어 2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다모의 뿌리깊은 탈모커뮤니티 대다모의 우리들의 이야기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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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 24년 전

  • 958
0
취중진담......
떨리네요. 술을 한잔 했어도 마찬가지군요. 대다모에 들른지도 일년하고도 삼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다시 찾은 반가움에 더욱 많은 글들이 실려있어, 또한 기쁩니다.
어떤 사이트를 막론하고 게시판이란 곳에 글을 실어본적이 없어 당황스럽지만, 기분좋게 마신 술기운에 용기를 내어 몇자 적어봅니다.
전 올해 소띠(29), 서울에서 입시학원 강사로 재직중인 사냅니다. 탈모가 시작된 건 아마도 군대 복무시절('95-'97) 같습니다만, 정작으로 고민이 시작된 건 전역하던 해 가을 복학때 부터인 듯 합니다. 누구나 경험해 보신 얘기겠지만, 초라해진 모습(적어도 그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에 마음까지 초라해지더군요. 매사에 자신없어지고...누군가 제 위에서 절 내려다 본다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그 마음, 이해하시죠? 아무리 피곤한 몸을 하더라도 지하철, 버스 등에서 앉아서 갈 수 없는, 계단식 강의실에서 언제나 맨 윗자리 구석진 곳에 앉아야 했던 그 처철함! 정말 그땐 여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 인생자체에 대한 환멸, 대상없는 원망, 저의 이십대 중반이 그렇게 흘렀습니다.
스물 일곱에 '대머리는 싫다'(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그녀는 그리 쉽게 할 수 있었는지요)는 어떤 여인과 헤어지고, 지금의 집사람을 만났습니다. 무척 좋은 사람입니다. 예쁘고 착한 그런 사람입니다. 연애시절 전 그녀(지금의 집사람)가 무척 둔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제 외모(헤어스타일)에 전혀 무관심하더군요. 물론 당시엔 그 모든 것이 저의 노력-에스컬레이터에서 절대 아래에 서지 않는 다던가, 바람부는 날엔 뜬 눈으로 기다리던 데이트도 취소해버리던가 하는 등등-에 말미암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생각하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동아일보라고 기억되는데요. 탈모에 관한 기획기사가 실린적이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관심있게 보았는 데, 바로 그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그녀와 칼국수를 맛나게 먹고나서 사탕(누룽지맛)을 먹으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녀가 말없이 사탕대신 가까운 슈퍼에 가서 두유를 사오더군요. 그러면서 단것보다는 이런 것이 몸에 좋다며 씩 웃더군요. 그날 동아일보 기사에 난 그대로였습니다(물론 그 기사엔 두유라고 나온것이 아니라, 콩이 효용이 있다고 나와있었습니다)순간 눈물이 나오려고 했습니다. 벌써 알고 있었던 거죠.
그런 그녀와 결혼을 했습니다. 며칠전에 결혼 일주년을 맞았으니, 작성자명이 잘못된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내를 사랑합니다. 물론 그녀가 이 글을 읽을 일은 결코 없겠지만, 이 자리를 빌려 얘기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취업, 결혼 등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을 모두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술기운에 오늘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네요.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새신랑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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