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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에게 커밍아웃했습니다.

  • 16년 전

  • 2,483
30
윽- 쓰다보니 글이 엄청 길어졌네요.
조금 더 구체적인 상황설명을 하면- 이런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께도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구구절절 적어봤습니다.

-----------------------------------

사귄지 한달 정도 된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여러모로 말도 잘 통하고 마음씀씀이도 이뻐 사귀고 있는데,
제가 적지않는 나이이기에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짐작하시다시피 한가지 문제점이 있죠.
제 머리가 가모라는 사실을 여친이 아직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전 그냥 이리저리 가까이 지내면서
그녀가 자연스럽게 눈치챘으면 하고 내심 바랬지만,
어떤 친구들은 그런 부분은 사귀기전이나 사귀고나서
바로 얘기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얘기하더군요.
일리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고민스러웠습니다.
어떻게 얘기해야하고, 또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던 지난주 토요일,
제가 살고있는 집 근처에서 치킨에 맥주를 가볍게 마시고
집으로 들어와 쇼파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전 그녀에게 고백할게 있다고 용기내어 말했습니다.

갑자기 눈이 동그래진 그녀가 긴장한 목소리로 뭐냐고 물어보더군요.
바로 말이 나오지 않아 뜸을 들이며 얼굴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녀가 더욱 긴장이 된 목소리로 물어봤습니다.

"자기~?! 혹시 유부남이야~?!"

웃음이 터졌습니다.

"혹시 한번 갔다왔어~?!"

"아니야~!! 그런거 아니야..."

강하게 부인하며, 너무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하는 그녀때문에
저도 모르게 마구 웃음이 터져나왔죠.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안하고 이제껏 혼자 살고있다고 하니
그녀가 이제껏 왜 결혼을 하지 않았냐며 저를 의아해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그때의 그 의구심이 이제껏 지워지지 않고 있다가 제가
고백이라는 얘기를 꺼내자 바로 저걸 물어본 듯 합니다.

"그럼 뭔데~? 빨리 말해봐~ 빨리~~!!"

앙탈부리듯 재촉하는 그녀의 호기심가득한 얼굴이 1분후엔 어떻게 변할까..
순간 고민되었습니다.

"나.. 실은... 이거... 가발이다..."

결국 용기를 내어 내뱉은 제 말에 그녀는 누워있던 상체를 곧추 세우며
제 머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깜짝 놀라더군요.

"진짜~?? 이거 가발이였어~??"

어느 정도는 눈치채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는데, 전혀 몰랐다며 놀라더군요.
이런거 내 입장에선 정말 얘기하지 쉽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었다고 하자
오히려 너무 감쪽같아서 전혀 몰랐다며 신기해 하기만 하더군요.

"이거 때문에 자기가 헤어지자고 해도 난 이해할 수 있어.."

라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봤더니, 아니랍니다.
조금 놀란건 사실이지만 이것때문에 좋아하는 감정이 줄어든다거나,
우리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생각은 전혀 없다네요.
물론, 자기가 봐도 티나고 남이 봐도 티나는 거라면 만나면서 항상
내 남친 머리가 가발이라는 의식이 들어 힘들겠지만,
이렇게 감쪽같으니 앞으로 잊고살아가지 않겠냐고 하네요.

혹시 내 앞이라 당황하는 기색을 애써 감추는건 아닌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였습니다. 지금 6일정도 지났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저를 많이
사랑해주고, 이제껏 그랬듯이 제 앞에서 장난치고 낄낄대며,
스킨쉽하면 부끄러워하는, 사랑에 빠진 한 여자로 남아있답니다.
고마웠습니다. 여자의 이해심이 이렇게 감동적이고 사랑스러웠던 적이
없었던 듯 싶네요. 앞으로 저도 더 많이 그녀를 사랑해줘야겠습니다.^^;

아직 여친에게 고백하지 않고 맘고생만 하는 분이 계시거나,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가발러라는 사실때문에 망설이는 분이 계시다면
용기내서 고백하시고 도전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다들 연휴 잘 보내시고 즐거운 시간들 되시길 바랍니다.
(전 오늘 그녀에게 선물할 이쁜 속옷을 하나 장만했는데,
저녁에 술 한잔 하고 이따 밤에...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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