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가 시작된 이후로 집안에 경조사가 왜이렇게 많은지 짜증이 나더군요,
이전에도 이렇게 많았었는데 내가 그다지 신경쓸 필요없이 참가하면 되니깐 못느낀건지도
모르겠지만요.
탈모 초기에 난데없이 외삼촌 장례식부터 두 누나들 차례차례 시집가고 각종 생신 잔치
집을 재건축해서 집들이 등등.... 게다가 명절은 왜캐 자주 오는지
그런 가족 친지들 모이는 자리에 가급적 나설수가 없었습니다.
가족들마져 동정어린 시선이라던지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게 구설수에 오르는것이
너무나도 싫었기때문에 자연히 안나갈수 있으면 필사적으로 안나갔습니다.
물론 저희 행동을 부모님들이 곱게 보실리 만무하고 명절이나 경조사땐 부모님과 싸워가며
불참을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또 집안 장손이라 명절때마다 정말 한바탕 전쟁을 치루곤
합니다. 그렇게 여러 일들을 빠져왔지만 정말 누나 결혼식까지 불참할수는 없는일 아닌가요.
첫째누이 결혼식때는 그나마 탈모 초기상태라 머리 적당히 커버하니 감쪽같이 치룰수 있었지만
1년 반의 공백후의 둘째 누이 결혼식땐 절대로 모자를 벗고 다닐수 없는 형편에 이르렀답니다.
결혼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저는 불안감과 걱정으로 잠을 못이룰정도 였습니다.
결혼식 당일 다들 정장 입으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정장을 입으면 모자를 쓸수가 없어서) 걍
평상복 차림으로 갈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이 먹을 만치 먹은 신부 동생이
모자쓰고 그렇게 나타나면 무슨 잔소리를 먹을까 해서 사람들 결혼식장 출발하고도 한참뒤에
출발해서 결혼식 다끝나고 기념촬영하는거 멀리서 5분동안 지켜보다가 누가 볼새라 집으로
불이나게 도망쳤습니다.
오면서 참 어찌나 비참한 기분이 드는지....
게다가 집에 누가 오기만 해도 방문 걸어잠그고 숨죽이고 있는 제자신이 한심하다 못해
미친놈 같이 느껴집니다. 식사 때에도 맨날 모자쓰고 나타나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나가기도 싫고 이젠 대인기피 증세가 아니라 완전 정신병자가 되어 가는 기분이들어 정말
환장할 지경입니다.
얼마전에 집안친척들이 저희 집에 모여서 한참 놀다가 간적이 있었는데요 둘째누이
내외는 저희집에서 자고 갔습니다.
아직 모르는 둘째 매형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방에 쳐박혀서 밥도 안먹고 손님들 다 돌아간
밤 12시에 겨우 기어 나와 밥을 먹고 있는 저를 보고 어떻게 볼까 생각하니 정말 씁슬하더군요.
이제는 솔직히 모든걸 체념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갈 시간도 된듯하지만 도저히 못하겠어요.
얼마전까지 상황을 모르는 친척분들은 제가 이런 저러한 문제로 취직도 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는걸 모를적에는 그렇게 한마디씩 하시더니 이제는 와서 동정어린 말들을 남기고 가버리니 정말
창피하고 초라해져서 친척들을 대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남들은 미래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데 나혼자 뒤로 물러만 서는것 같아 하루하루 미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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