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처음 가발에 입문했습니다. 그때는 20대 중반이었는데, 어느덧 30대초반ㅠㅠ
정보구하려고 대다모애 들어와서 질문글 올리고 몇몇 후기들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서 저도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핸드폰으로 쓰는지라 두서없고 오타가 있어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1. 스트레스
누구나 그렇듯 처음에는 가발을 착용한다는게 상당히 어렵습니다. 비참하달까, 우울하달까, 가발을 고민하는 단계라면 이미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여 있을테니까요. 그 심정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학창시절부터 머리숯이 많지않았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데 대부분 탈모인들이 그렇듯 땀도 많이 흘려서 훤히드러나 보이는 속살에 민망해지곤 했었습니다. 20대가 되어서는 더욱 심해지고, 결국 면도기로 밀어서 민머리로 다니는 선택을 했습니다. 공부한다,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등의 핑계를 댔슺니다. 누구하나 탈모라고 지적을 하지는 않지만 옆머리와 윗머리사이의 라인은 드러날 수 밖에 없어서 민머리로 거의 다니지 않고 비니를 주로 쓰고 다녔습니다. 당시에는 비니가 유행이라 여름에도 비니를 쓰는 사람이 간혹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냥 살았습니다. 약도 먹어봣지만 효과는 의문이었고 약이 독한건지 제가 게으른건지 약을 잘 안먹게 되더라구요. 이때부터는 대인관계가 어려워졌습니다. 다행히 여자친구는 꾸준히 있었지만, 늘 모자를 쓰고다녀야했고, 관계시에도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거나 하는 등 머리를 보여주는걸 꺼려했어요. 가발을 하기 직전 일이년 동안은 매일 모자를 쓰고다녔습니다. 사람들이 왜 너는 맨날 모자를 쓰냐 물어보면 대충 얼버무렸고 탈모 등의 얘기를 하면 그사람과의 만남을 회피했던거 같아요. 아무튼 지금은 많이 극복했지만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는 여전히 절 괴롭히고 있습니다.
2. 접선
가발을 하게된 계기는 누나의 권유였습니다. 모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고서 가발맞추는게 어떠냐 제안을 했는데, 처음에는 무척 화를 냈습니다. 가발이라니... 부끄럽고 비참하고 누나가 밉기까지햤습니다. 그러다 선택의 순간이 왔습니다. 면접을 봐야할 상황이 생겼어요. 정장은 입어야되고, 모자를 쓴채 면접을 볼수는 없었습니다. 탈모는 스트레스로 인해 더욱 심해지고 윗머리는 거의없고 옆 뒷머리만 남아있어서 다시 밀던가 가발을 쓰던가 선택을 해야했습니다. 누나에게 다시 물어봤습니다. 거기어디냐고,, 처음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던 누나는 동생이 안쓰러웠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알려주더군요. 몇날며칠을 밤새워가며 인터넷으로 이래저래 알아보고 후기를 보다가 용기내서 상담예약을 하고 업체로 찾아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저처럼 위축된 탈모인들이 익숙한듯 과하게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었습니다. 상담선생님은 본인도 가발이라고 하시는데 제가 봤을때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지도 않고 무척 자연스러웠습니다. 긴 상담을 마치고 고정식으로 착용하기로 했습니다. 머리에 비닐을 씌우고 두상에 맞게 테이프를 끊임없이 덧붙이는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합니다. 긴장은 다소 풀렸으나 여전히 가발을 착용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저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가발이 완성되는데 한달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완성되면 예약하고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이때 선생님이 한말 중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게 있는데, '주변에 가발쓰는 사람이 분명 있을거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가발쓰고 있을거다' 였습니다.ㅎㅎㅎ 근데 지금까지 한명만 봤어요. 그분은 저와 달리 민머리로 다니는 것을 택하다가 결혼하면서 가발을 착용한 것이어서 알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분은 제가 가발인거 모를겁니다.
3. 시작
한달뒤, 드디어 가발을 착용했습니다. 고정식이어서 윗머리를 밀어버리는게 찝찝했지만 어쩔도리가 없었습니다. 제 운명은 디자이너 선생님께 맞겼으니까요. 가발을 착용하고 나올때 제 모습이 선명합니다. 풍성한 머리가 어색하고 머리에 뭔가 잡히는게 있다는게 어색하고 접착부위가 조금 당기는 느낌이 어색했습니다. 어색해서 계속 거울을 봤어요. 지하철 애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옆거울 속 제모습은 정말 다른 사람같았어요. 누나는 절보더니 잘어울린다고 어색하지 않다고 위로해주더군요. 가족들이 가발한 저를 처음 봤을때 커지는 동공을 목격할 수가 있었어요.
4. 6년의 시간
그리고 6년이 지났습니다. 가발은 제 신체중 일부가 되었습니다. 20대와 다르게 30대가 되니 조금 여유가 생겼고, 가밍아웃 해도 뭐 어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굳이 알린적은 없었습니다. 그사이 만났던 여자친구들도 대부분 모릅니다. 제가 말한 경우에는 알지만 그외에는 모릅니다. 아! 제가 머리 만지는걸 싫어하니까 장난친다고 머리를 확 잡아서 알게된 여자들도 있습니다.
제가 말했건 만져서 느껴지는 이물감으로 알게됐건 연애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가발을 눈치채고 저에게 말한 사람은 지금까지 딱 두명 있었습니다. 가발착용한지 얼마되지 않은 어느날 나이트에서 만난 여자애가 물어보더라구요. 가발이냐고... 당황했지만 그렇다고 인정하면서 어떻게 알았냐 티가 나느냐 물어봤더니 자기가 전에 가발공장, 관련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그 친구랑은 그날 이후 잠도 잤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한여름에 대충 모자쓰고 다니다가 너무더워서 모자를 벗고 있었는데 같이 동아리 활동을 하는 아주머니가 알아챈 경우도 있었습니다. 'ㅇㅇ씨 머리 가발같아~~ '' 여러사람들 있는데서 순간 당황하고 얼버무리면서 장소를 피하면서 상황을 회피하긴 했지만 관리를 받은지 점 됐고 가발이 탈색되서 본머리와 층이 확연히 나뉘고 있었을 때이긴 했습니다. 제불찰이죠. 그외에는 없습니다
운동은 여전히 좋아해서 축구도하고 농구도 하고 각종 스포츠를 즐겹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한 비니모자를 쓰기도 했고, 관리받은지 얼마안된 날은 그냥 하기도했습니다. 나중에는 운동할때 모자는 거의 안썻습니다. 스노보드도 시즌권 끊어서 타고(거위 핼멧을 착용했습니다),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심지어 서핑도 했습니다. 물론 묶을수 있는 모자를 착용햇구요. 바다에서 다이빙도 했습니다. 물론 수영모나 천모자를 착용했습니다. 워터파크도 가고 사우나도 즐겨합니다. 물론 신경이 좀 더 쓰이긴 하지만 여령껏 하게 되더라구요.(바다는 가발에 안좋은거 같긴합니다)
5. 변화
확실히 가발전과 후가 달라졌습니다. 다른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끔 관리받으러 갈때에 탈모인인 제모습이 어색하고 낯섭니다. 보통의 일상생활에 더불어 취미생활까지... 가발을 두개 맞춰서 수차례 수선하면서 지금까지 6년 넘게 생활했습니다. 얼마전에 관리를 받으니 탈모부위가 넓어져 새로 맞춰야겟다고 하더군요. 정든 가발을 버리는게 아깝긴 했지만 이것또한 받아들여야겟죠.
머리부자님 등 다양한 사람의 후기글을 봤어요(머리부자님만 닉네임이 기억이나네요 워너비한 닉네임이라 ㅎㅎㅎ)
다들 한결같더군요.
가발인거 모릅니다. 저도 지금껏 가발인거 알아챈 사람이 없어요. 이렇게 많은 대다모 식구가 있고 가발러들이 있는데, 못알아본다는건 그만큼 자연스럽다는 반증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탈모인 채 다니는 지인들이 탈모로 고민하는 모습을 볼때면 왠지 죄책감이 들고, 속인덧 같아 미안함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굳이 가발인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으니 가발을 추천해주기도 애매하더군요.
6. 새로운 고민
요즈음은 셀프관리와 샐프 커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노테이프를 사서 혼자 붙여봤는데 자다가 보니 떨어지더군요. 적게발라서 그런거같이서 지금은 넉넉하게 발라서 다시 붙였습니다. 귀차니즘이 심해서 빈번하게 교체해야하는 테입식은 못할거 같고, 셀프로 고정식하려고 합니다. 3-4주에 한번씩 관리받던것을 1-2주에 한번씩 본드 붙였다 뗏다가 하다가 본머리 손질해야할때는 관리받으려구요. 왠지 신이납니다. 가발이 잘 붙었거든요. 뭐든 처음이 어려운거라 이렇게 하면서 셀프 관리도 자연스러워지게 될 모습이 기대됩니다.
혹시 아랫글의 경화접착제 온라인 구입처 아시는 분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숨기고 다니고 위축됐었는데, 또래의 마음 편한 동지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폰으로 쓴건데도 글이 길어졌네요.
얼른 획기적인 탈모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댓글이나 쪽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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